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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신생아의 손과 발은 늘 싸개로 덮여 있다. 이리저리 휘젓는 손으로 행여나 자기 얼굴을 할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손을 덮는다. 발싸개는 체온을 뺏기지 않도록 돕는다. 하지만 언젠간 그러하듯 어느 시점이 되면 싸개가 필요없어 진다.
요즘 들어 아기의 팔 운동 빈도가 늘었다. 속싸개를 벗고 있을 땐, 언제 어디로 향할지 모를 정도로 팔을 여기저기 뻗어댄다. 덩달아 손도 바삐 움직인다. 드디어 손싸개를 벗을 시점이 온 것이다. 아기 손의 감각 발달을 위해 보통 생후 30일 전후가 되면 손싸개를 벗긴 단다. 아들은 오늘로 세상에 난 지 35일이 됐다.
손싸개를 벗겨낸 손은 '고사리손'이란 표현이 과분할 정도로 작고 작았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손가락이 마디마다 움직이고, 그 작은 공간에 지문(指紋)도 있다. 생명의 신비함을 새삼 느낀다.
손가락은 작지만 손톱은 날카롭다. 그래서 스스로 생채기를 낼 수 있다. 아내가 미리 준비해둔 신생아용 손톱깎이를 꺼내들어 아들의 손톱을 깎았다. 인형처럼 작은 손바닥을 잡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아내는 용케도 손톱을 요리조리 다듬으며 동그랗고 뭉툭하게 손질해냈다.
손싸개를 벗고, 양 손톱을 모두 다듬은 아기의 손은 전보다 더 빠르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손싸개를 할 땐 미처 몰랐는데, 분유를 먹고 트림을 하려고 내게 안긴 아들이 손을 뻗어 내 옷을 잡아 당긴다. 마치 '아빠, 나를 놓으면 안돼'를 부르짖는 무언(無言)의 몸짓같다. 응, 절대 놓지 않을게 아들. 그렇게 오늘 아들은 자신을 덮고 있던 손싸개와 작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