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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영 Aug 17. 2022

50일, 그리고 1000일

#15

22/06/15

오늘은 아들이 태어난 지 정확히 50일 되는 날이다. 생후 50일, 뭐 그리 대수일까 싶지만 엄마 뱃속에서 나와 50일 동안 지금처럼 건강히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기특할 뿐이다. 키 48cm, 몸무게 3.06kg으로 삶을 시작한 아기는 벌써 키는 10cm는 훌쩍 컸고, 체중은 5.5kg으로 이젠 한 팔로 들고 있기 무거울 정도가 됐다.


더불어 오늘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꼭 1000일째 되는 날이다. 물론 1000일을 하루하루 꼬박 센 건 절대 아니다. 이벤트에 무뚝뚝한 나와 달리 평소 날짜 세고, 사소한 것들을 잘 챙기는 아내가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불렀다. '자기, 6월 15일은 정말 특별 날이야. 호키가 태어난 지 50일, 그리고 우리가 결혼한 지 1000일 되는 날이라고. 엄청난 우연이지 않아?' 음... 듣고 보니 또 그런 것도 같다. 삶은 역시 언제,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퇴근길, 일로 지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빵집에 들러 케이크를 하나 샀다. '0' '5' 숫자 초도 챙겼다. 세 식구의 특별한 날을 작은 파티를 열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들은 편히 자고 있었다. 아내의 말로는 오늘은 하루종일 거의 칭얼거리지 않고, 잘자고/잘싸고/잘먹고 삼박자를 완벽히 보여줬다고 했다. 오늘만큼은 확실히 효자다. 마지막 수유를 마치고, 다소 잠투정을 부렸지만 아기는 이내 잠들었다. 나와 아내는 케이크에 초를 불고,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아내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아마 나의 그것과 99.99% 일치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랑스러운 아들의 무탈한 성장과 가족들의 건강 그리고 벼락같은 행운은 아니어도 삶의 소소한 행복을 함께 공유하며 기뼈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지켜달라고, 나는 기도했다. 오늘은 나와 아내만 함께 했지만, 곧 아들도 한 자리를 차지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호' 촛불을 끄려고 달려들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 되면 오늘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리워질 것 같기도 하다. 2022년 6월 15일, 우리 세 식구에게 특별한 날이 머물다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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