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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Nov 19. 2022

아이 셋 가정보육, 제일 많이 듣는 질문

왜 안 보내요?

얼마 전 브런치 홈을 천천히 스크롤하다가 손가락이 멈춘 글은 <여군이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라는 제목이었다. 그 질문의 정체는 "왜 군인이 되셨어요?"라는 단순하면서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이 많아지게끔 하는 아마도 수학 문제 풀듯이 한마디로 답변 내리기 어려운 질문이었을 것이다.

순간 나의 상황에도 이입되어 최근 몇 년간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매우 같은 맥락이라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나는 가정보육을 하는 주양육자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를 포함해서 작년까지 총 세 아이를 가정 보육하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참고로 첫째와 둘째는 동생들의 출산시기 전후로 총 1년 정도의 기관(어린이집, 유치원) 생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기관 생활이 전무한 어린이는 오직 한 명, 막내인 셋째이다.

세 번의 출산 동안 조리원 경험도 없고, 브이백 출산을 했던 둘째와 셋째 덕분에 2박 3일 병원생활 이후 바로 집에서 현실 육아를 해왔다.


군대라는 큰 주제가 있으면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몇 시간은 거뜬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처럼 출산을 경험한 여자라면 에피소드가 샘솟듯이 나올 것이다.

마찬가지로 출산 이후 눈물로 마음이 너덜 해진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도 없이 책 한 권 나올 만큼 가능해졌다.

우리네 인생은 누구나 한 사람 한 사람 그 인생 자체가 책 한 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각설하고, 첫째를 출산하고 둘째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어왔던 말은 바로 이것이다.


왜 안 보내요?


아이가 100일 전후부터 멀리는 못 가더라도 동네 산책이라도 꼭 외출을 다녀왔다.

아이가 바깥에서 뛰어노는 생활도 중요하기에 분유, 이유식, 책, 놀잇감 그게 무엇이 되었든 집 안에서 밖으로 챙겨 나가며 숨통을 트이고 덕분에 세로토닌의 도움을 받아가며 육아를 해왔었다.

첫째가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하면 책 읽어달라는 둘째의 책을 챙겨서 놀이터 벤치에서 읽고, 막내의 수유를 대비하여 분유를 챙겨 나가는 식이었다.


그러니 궁금증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이웃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각종 걱정들을 앞세워 물어왔다.

"뱃속에 동생 태어나면 더 보내기 힘들어, 미리미리 보내 놓아야 해."

"너무 아가인데, 벌써 밖에 나왔네."등등

이러한 말들을 들을 때면 에너지 넘치고 체력이 되는 어느 날은 그저 웃어 넘기기도 했고, 기분이 바닥을 치는  어려운 날에는 내 안에 날카로운 송곳을 찌르는듯한 느낌으로 나를 아프게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럴 때 나 또한 인간인지라, 워킹맘으로 맞벌이 부부가 아닌 전업맘들이 왜 집에 있는데 굳이 어린 아기를 벌써 기관에 보내느냐고 생각은 하지만 역시 입 밖으로 꺼내 물어보진 않았다.

이런 유의 질문들은 '보내는 게 당연해서 나는 보내고 있는데, 당신은 왜 보내지 않는 건가요?'라는 표정으로 기관에 보내는 것이 다수가 되어 소수가 된 이들을 이상하게 보는 듯이 여겨졌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맞벌이로 인해서 당연히 아이를 기관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의 부모들은 이런 질문 자체를 하지 않으신다.

보내지 않아도 되는 분들만 의구심이 생길 뿐인 것이다.


비단 나를 아프게 하는 말들은 친하지도 않은 얼굴만 알았던 이웃 주민들뿐만이 아니었다.

친정부모님도 가끔씩 생신이나 명절에 만나게 되면, "이제 내년에는 유치원 가는 거지?"라며 당연하듯 물으셨다.

시댁에서는 물론 육아의 힘듦을 아시기에 생각해주셔서 보내라는 말씀을 하시지만, 서로의 육아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고 느낄 뿐이었다.




나는 왜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고 가정 보육하는 것인가?

아마도 아기가 36개월이 지났음에도 가정 보육하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건강상의 이유 혹은 확고한 육아 가치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동안 단답형으로는 애매한 답변밖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결혼 이전에도 아이를 원래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었고, 다들 하니까 그렇게 하게 될 줄 알았던 육아를 첫째 아이를 낳으며 현실을 마주했다.

세상에 태어나 만나게 된 첫 번째 아이는 잠이 별로 없고, 모든 needs를 다 울음으로 표현해서 많이 울었던 high needs baby였다.

지금은 말을 할 줄 아는 어린이이기에, 그 많던 울음이 말로 바뀌어 많이 많은 어린이가 되어있다.

육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인 나는 많이 울었던 아기가 어디 아픈 줄 알고 소아과에 갔다가 영아산통이라는 소식도 듣게 되며 그때부터 육아서적을 달고 살게 되었다.


둘째의 임신소식으로 첫째의 성향을 몰랐던 때의 나는 타인의 말에 휩쓸려 가정어린이집에 보냈다가 항상 많이 울어서 오전 시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대기 5분 조로 기다리는 신세가 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의 첫째는 나를 엄마로, 어른으로 성장시키며 거의 한 몸인 채 살아왔다.

(지금도 침대 옆자리는 배우자 대신 첫째가 차지하고 있다.)

6살이 되던 해 1월에 아이는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계속 시기를 기다린 나는 드디어 아이가 준비되었다고 느껴져 단설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 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던 해였고, 등록만 해놓은 채 계속된 원격수업으로 가정보육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6세 중반부터 7세 중반까지 아이는 유치원 생활을 하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7세 중반에는 이사로 인해 퇴소하게 되었다.)


두 살 터울인 둘째는 누나가 다니기 시작했던 유치원에 반년 정도 다니고, 현재는 가정보육 중이다.

사람들은 누나가 기관에 다니는 게 싫으면 동생이라도 보내라고 했지만, 첫째를 보내지 않는데 둘째만 보내는 것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모든 육아서와 자녀교육 서적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36개월까지는 주양육자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애착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막내까지 36개월이 넘은 지금 둘째와 셋째의 가정보육이 여전히 진행 중인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첫째와 둘째가 짧았지만 마지막으로 다녔던 유치원의 커리큘럼이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같은 지역이지만 매일 등 하원하기에는 어려워진 거리로 인해 퇴소하고 나니 그만한 교사 분과 커리큘럼을 가진 곳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경제적으로 풍족한 가정에서는 단설, 공립, 사립, 영유, 숲유치원 등 모든 기관을 제한 없이 고려대상에 넣을 수 있겠지만 사립의 일반 유치원 까지라는 것이 우리 가정 내에서의 한계라고 생각되었기에 가정보육을 더 우선시하게 된 부분이다.




아마 <왜 안 보내요?>라는 말은 진심 어린 걱정 혹은 오지랖으로 막내가 기관에 다니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는 가정 보육하시는 분들이 듣게 되실 수도 있는 말이다.


또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비슷한 질문이 살짝 변형되어 현실이 되는 것이 느껴지고 있다.

"왜 안 시켜요?"

초등 교육열 높은 지역의 사교육 시장에서는 예체능 이외의 주요 과목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때 듣는 말이다.



세상에 똑같은 아이가 단 한 명도 없듯이, 모두가 다른 육아를 하고 있지만 목적은 같을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마음이 단단하고 좋은 관계를 위해 모든 육아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바닷가의 셀 수 없는 모래알 같은 힘듦 속에서 어제보다 한 번만 더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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