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기간에 스타트업 강국 부상

by 임 윤

2010년 이후 세계 경제 및 유니콘 2강 부상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 경제 질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WTO 가입으로 해외투자 유치 및 대외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2001년 세계 6위였던 경제 규모(명목 GDP)는 2005년 프랑스, 2006년 영국, 2007년 독일을 잇따라 제치며 세계 3위로 올라섰다.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경제 2강으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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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제통화기금(IMF)

(그림 3.3.1) 2000년대 명목 GDP의 국가별 순위 변동


하지만, WTO 가입 이후 2000년대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국 기업들은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가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거나 해외 선진 기업들의 제품 및 서비스를 모방해 내수 시장을 공략했다. 기술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중국 기업들은 ‘카피캣(copycat, 모방꾼)이라는 오명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 선진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복제했다. 여기에는 당시 중국 내 허술한 지적 재산권 보호 체계도 한몫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자이(山寨) 휴대폰’이다. 산채(山寨)는 산에 돌이나 목책 따위를 둘러친 곳 혹은 산적들의 소굴을 뜻한다. 중국 정부가 무분별한 업체 난립을 막기 위해 기업의 최소 자본금 기준을 만들었는데,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음성적 기업들이 생산한 휴대폰을 이렇게 불렀다. 산자이 기업들은 개발 자금이 부족하고 합법적 제품 판매도 어려웠기 때문에 해외 선진 제품의 디자인은 물론 로고까지 대놓고 베꼈다. 한때 만여 개에 달했다고 하는 산자이 휴대폰 기업은 2010년대 초반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기능을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사라져 갔다. 이후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는 샤오미(Xiaomi), 화웨이(Huawei), 오포(OPPO) 등 기술력을 갖춘 로컬 강자들이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중국 기업들은 하드웨어 제품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서비스도 해외 선진 기업들을 모방했다. 2002년 미국의 온라인 경매 플랫폼 기업인 이베이(eBay)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고객 간(C2C)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하자 당시 기업 간(B2B) 전자상거래 업체였던 알리바바는 2003년 이베이 사이트를 모방한 ‘타오바오(Taobao)’를 만들어 C2C 시장에 진입했다. 타오바오는 이베이가 중국에서도 미국식 사업 방식을 고집하는 동안 중국 실정에 맞춘 기능으로 차별화하며 이베이 이용자들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해 나갔다. 결국 이베이는 2003년 80%에 달하던 중국 시장 점유율이 2006년 반 토막도 못되게 줄어들자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2000년대 중국은 선진 기업과 기술의 모방을 통해 고속 성장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축적된 기술 역량이 거의 없었으므로 모방을 통한 학습이 필수적이었다. 일반적으로 후발국의 기술 발전은 복제적 모방(duplicative imitation)에서 창조적 모방(creative imitation)을 거쳐 혁신(innovation)의 단계로 넘어가는데[1]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중국은 그 과정이 압축적이었다. 중국이 2010년대부터는 모방이 아니라 혁신성이 있어야 가능한 특허와 논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국제출원[2] 특허 수는 2013년~2019년 연평균 18.3% 증가해 2019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2019년 PCT 출원 상위 10대 기업에는 1위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기업이 4개나 포함됐다[3]. 미국, 일본, 독일 등 전통 기술 강국의 출원 특허 수가 연도별로 큰 변동이 없는 사이 중국이 급격히 치고 올라온 것이다.

또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따르면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쳐 게재되는 공신력 있는 이공계(science & engineering) 국제 저널의 논문 수에서도 중국의 비율은 괄목할만하게 증가했다. 중국의 이공계 국제 저널의 논문 수는 2006년~2016년 연평균 8% 증가해 2016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에 달했다. 반면 미국의 이공계 논문 수는 같은 기간 연평균 1% 증가하며 2016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에 그쳤다. 중국에게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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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그림 3.3.2) 중국의 PCT국제 특허 및 논문 수 추이


중국이 이처럼 혁신성과 독창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 특허와 논문 분야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월한 것은 모방을 통한 기술 추격 전략에 어느 정도 기인했지만, 무엇보다 중국이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R&D 투자를 매년 빠르게 늘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 하지만, 자체적인 R&D를 강화하지 않고 모방만으로 혁신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2000년~2015년 중국의 R&D 투자액은 매년 평균 18%씩 증가했다[4]. 같은 기간 미국의 연평균 증가율이 4%였으니 굉장히 빠른 증가 속도였다. 그 결과 2015년 중국의 R&D 투자액은 EU의 투자액을 뛰어넘고 미국 투자액의 82% 수준까지 늘어났다. 다만, 기초 연구(basic research)에 전체 R&D 투자액의 17%, 개발(development)에 64%를 투입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기초 연구에는 R&D 투자액의 5% 정도만 투입하고 85%를 개발에 집중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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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그림 3.3.3) 중국의 R&D 투자액 추이


중국이 이처럼 단순 모방 단계를 거쳐 혁신 역량이 축적되기 시작하면서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도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유니콘 기업이 짧은 시간에 크게 늘어났다. 스타트업이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기업의 기술 혹은 사업 모델이 혁신성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기업의 기술 혹은 사업 모델을 모방해서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CB인사이트 자료를 분석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1019년 중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해마다 평균 10개씩 새로 생겨났다. 그 결과 유니콘 기업 수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강으로 부상했다.



짧은 시간에 스타트업 강국으로 부상한 배경


앞에서 스타트업 창업 활동은 저소득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활발하다는 것을 살펴봤다.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2001년 인당 GDP가 1,000달러를 갓 넘어섰다[5]. 어떻게 보면 창업 활동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는 소득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중국의 스타트업 강국 부상을 설명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중국의 창업 생태계가 비슷한 소득 수준의 국가들 대비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것도 충분한 설명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그렇더라도 10년 전, 20년 전 중국의 창업 생태계는 지금과 비교하면 훨씬 취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 지금처럼 창업 생태계가 발달하고 스타트업 강국으로 부상한 배경은 개혁개방, WTO 가입 등 중국이 변화해 온 과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① 정부의 적극적 창업 촉진


중국은 궁극적으로 완전한 평등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따라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개혁개방 이전까지는 사적인 이윤을 추구하거나 개인적 부를 축적하는 행위가 금기시되어 왔다. 지금은 민영기업이 중국 GDP의 60% 이상, 기술 혁신의 75% 이상, 도시 취업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경제 주체로 부상했지만[6], 개혁개방 이전까지만 해도 민영기업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자본주의 경제 발전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은 더더욱 형성되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계획과 통제를 우선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정부의 방침, 정책 방향 등이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중국에서 지금처럼 스타트업 활동이 활발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기 때문이었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 정부의 핵심 경제사상은 ‘모두가 잘 살자’는 공부론(共富論)이었다. 개인의 이익은 전체의 이익에 종속되며 어떤 경우에라도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해서는 안 됐다. 이런 마오쩌둥(毛澤東)식 평등주의가 팽배했던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폐지하기까지 했다. 가오카오가 봉건시대 과거제도의 유물이며, 개인의 입신과 영달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성적순으로 선발되는 시험 대신 추천과 심사를 통해 입학생을 선발했다. 아무래도 학생들의 학업 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개인적 동기를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개인의 자발성은 물론이고 진취성,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당연히 경제 발전이 더디고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나아지지 않았다.

마오쩌둥에 이어 실권을 잡은 덩샤오핑(鄧小平)은 우선적으로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를 10여 년 만에 부활시켰다. 소위 뒷배경이 있어야 가능한 추천이 아니라 본인의 노력과 실력 만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연스레 학생들의 학업 의지가 고취됐고 대학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사회에 많이 배출됐다. 또한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소수라도 먼저 부자가 되자’는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하였다. 일부가 먼저 부자가 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따라 배워서 결국은 모두가 잘 살게 된다는 논리였다. 이는 개인적 부의 축적을 용인하고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려는 욕구를 자극했다. 당연히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기업가정신이 나타났다. 알리바바(阿里巴巴)를 창업한 마윈(馬雲)과 같이 ‘흙수저’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인재를 육성하고 기업가정신을 자극한 것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한 발 더 나가 국민들에게 스타트업 창업에 나설 것을 보다 직설적으로 촉구했다. 2014년 톈진(天津)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란 슬로건을 공표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나서고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방침, 국가 수뇌부의 언급이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경제를 총괄하는 총리가 직접 국민들에게 스타트업 창업과 혁신에 나서라고 구체적인 행동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더구나 이 슬로건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외국인들에게 듣기 좋으라고 한 상투적인 미사여구가 아니었다. 총리의 다보스 연설이 있고 나서 대중적 창업과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조치들이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창업시범기지가 선정되었고 중국식 창업 인큐베이터인 ‘중창공간(衆創空間)’이 수천 개 만들어져 창업 공간을 제공함은 물론 교육, 멘토링, 네트워킹 등 창업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들을 지원하였다. 창업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인도기금(guidance funds)[7]’도 대규모로 조성되었다. 창업 절차 간소화, 자본금 기준 인하, 세제 혜택 등 창업의 장벽을 낮추는 규제 완화 정책의 시행된 것은 물론이었다.

아울러 창업 촉진 정책은 ‘중국 제조 2025’, ‘인터넷플러스(인터넷+)’ 등 중국 정부의 혁신 정책들과 궤를 같이 하며 추진됐다. 2010년대 들어 중국 경제가 성장률 두 자릿수의 고속 성장에서 7~8%의 중속 성장으로 감속되는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자 중국 정부는 노동력 기반의 양적 성장에서 혁신에 기반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비효율도 많았지만, 중국 정부는 효율성보다는 속도와 효과성을 중요시했다. 그 효과는 유니콘 기업 수에서도 나타났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유니콘 기업이 한 해에만 10개 이상씩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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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19.9월 기준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19.12). 중국의 창업생태계 발전전략과 정책 시사점.

(그림 3.3.4) 중국의 유니콘 기업 수 추이


이처럼 중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해진 데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가장 컸다. 2020년대 들어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다시 들고 나오면서 중국 내 창업 열기가 식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부유’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소득 분배 구조를 만들어 빈부격차를 줄이자는 것이지, 마오쩌둥식 절대적 평등주의로 회귀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을 촉진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내 스타트업 창업 활동에 정부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가 중국의 기업가적 활동 여건(entrepreneurial conditions)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중국의 13개 기업가적 활동 여건의 점수를 표시한 GEM의 방사형 그래프를 보면 중국의 기업가적 활동 여건은 브라질, 남아공, 멕시코 등 비슷한 소득 수준의 14개 비교군 국가들[8] 평균 대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항목별로 보면 조사 항목 중 미국의 순위(4위/16개국)가 가장 높았던 ‘사회문화적 규범’에서 중국 역시 점수가 높아 14개 비교군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스타트업 창업 등 기업가적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문화적 규범이 중요함을 중국의 사례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시장 진입 용이성(시장의 역동성), R&D 성과 이전, 재무적 환경 등의 항목에서도 중국의 순위는 2위로 높았다. 그런데 중국의 순위가 이들 항목보다 높은 1위 항목은 다름 아닌 ‘정부 정책(세금 및 규제)’이었다. 중국은 기업가적 활동 관련 제반 여건이 전반적으로 뛰어나지만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 정부 정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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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3.5) GEM의 기업가적 활동 관련 중국의 제반 여건 조사 결과[9]


② 스타트업 성공 신화가 창업 붐을 촉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정부의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에 대한 선망도 강하다. 따라서 공무원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수입이 안정적이고 각종 혜택은 물론 퇴직 후에도 연금 등으로 노후 걱정을 덜 수 있어 중국에서 공무원은 가장 선호되는 직업이다. 특히 가난 등으로 힘겹게 살아온 나이 많은 부모 세대들은 자녀가 공무원이 되는 것이 큰 꿈이다. 따라서 1994년 도입된 국가 공무원 채용 시험인 ‘궈카오(國考)’에는 해마다 수많은 응시생들이 몰린다.

그런데, 2010년대 접어들면서 이러한 트렌드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안정적인 공무원 취업 대신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10]. 2010년 중국 대학교 졸업생 중 1.7%가 창업에 나섰지만, 그 비율이 2014년에는 6.5%, 2016년에는 8.0%로 급증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 대학교 졸업생들의 창업 비율이 매년 0.8% 내외를 유지한 것과 비교해 보면 굉장히 큰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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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2019.06). 한∙중 대학생 창업 생태계 비교.

(그림 3.3.6) 한∙중 대학교 졸업생의 창업 비율 추이


부모, 친지 등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업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당시 중국의 대학 졸업자들은 굉장히 큰 모험을 선택한 셈이다. 여기에는 ‘바트(BAT, Baidu, Alibaba, Tencent)’로 대표되는 중국 1세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성공 신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BAT를 창업한 세 명은 모두 자수성가했다. 심지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馬化騰)은 해외 유학이나 해외 근무 경험도 없다[11]. 특히,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의 성공은 대학생들은 물론 그들 부모의 창업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마윈은 결코 특출한 사람이 아니었다. 대학 입시에 두 번 실패했으며, 호텔에 취업하려 했으나 키가 작아 떨어졌고 KFC 매장 아르바이트에도 20여 명 지원자 중 유일하게 탈락했다. 삼수를 해 지방 사범대학을 졸업한 게 전부였고 코딩도 할 줄 몰랐다. 이처럼 지극히 평범하기 그지없던 그가 자신만의 노력과 패기로 성공 신화를 쓴 것이다. 특별한 배경 없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중국의 대표 IT 기업을 만들고 엄청난 부를 일궈낸 BAT 창업자들은 중국 젊은이들의 부러움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고, 중국 젊은이들을 창업 전선으로 이끌었다.

중국 젊은이들의 창업 대열에는 해외 유학파들도 동참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1978년 처음으로 유학생을 해외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졸업 후 돌아오는 유학생들이 많지 않아 인재 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해외 생활을 경험한 유학생들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현지 취업을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창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BAT 등 스타트업 성공 신화가 생겨나면서 귀국하는 유학생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1년 14.6%에 불과했던 중국 유학생들의 귀국 비율은 2011년에는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2018년에는 78.4%까지 늘어났다[12]. 이들 해외에서 돌아온 ‘하이구이(海歸)’[13]들은 중국 내 기업, 연구소, 대학 등에 취업은 물론 창업 전선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샤오미(小米)의 창립자인 레이쥔(雷軍)은 국내파이지만, 린빈(林斌), 류더(劉德) 등 공동 창립자 두 명은 모두 ‘하이구이’이다.

한편 BAT 등 성공한 1세대 스타트업들은 우수 인재들을 창업 전선으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창업 생태계에 투자 자금과 인력을 공급함으로써 중국 내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에도 기여하였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에 따르면 2016년 중국 내 벤처 캐피털(VC) 투자액에서 BAT가 차지한 비율은 42%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나 됐으며, BAT 출신들은 상위 유망 50개 스타트업 중 7개를 설립하였다[14]. 중국 내 VC 투자에서 BAT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중국 스타트업 업계가 BAT의 사업 전략 혹은 영향력에 과도하게 휘둘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15], BAT의 투자가 중국 스타트업들의 고속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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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3.7)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성공 스타트업


③ ‘모바일 전환기’의 기회를 활용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이 유니콘 기업 수에서 세계 2강으로 부상하는 등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해진 것은 중국 경제가 기술 모방의 단계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의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런 중국의 기술적 도약(leapfrogging)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등장한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도약의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흔히 신기술이 등장하는 시기는 기술의 전환기일 뿐만 아니라 시장 주도 기업이 바뀌는 주도권의 전환기가 되기도 한다. 기존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선발 기업은 경쟁 우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기존 기술에 미련을 갖는 반면, 후발 기업은 미련 없이 신기술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다양한 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60년대 후반 TV 시장에 진입한 이후 좀처럼 일본 기업들을 넘어설 수 없었던 한국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 TV 기술이 브라운관에서 LCD로 바뀌는 전환기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을 추월할 수 있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도 내연기관차에서는 좀처럼 선진 기업들을 쫓아가기 힘들었지만, 기술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BYD가 강자로 부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이처럼 기술의 전환기는 후발 주자가 기술적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창(windows of opportunity)[16]’을 제공한다.

1990년대 말 이후 중국에 인터넷 붐이 불기 시작하자 중국 기업들은 야후, 이베이,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의 서비스를 그대로 모방했다. 소위 ‘짝퉁’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짝퉁’이 미국 기업들의 ‘원조’ 서비스를 시장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결국 2006년 이베이가 중국 진출 3년 반 만에 철수하고, 뒤이어 구글, 아마존, 야후 등이 잇따라 ‘중원’을 떠났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규제도 한몫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창조적 모방(creative imitation)’이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를 모방하되, 신용카드나 은행계좌 보유율이 낮은 중국의 시장 환경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요소들을 가미했다. 중국의 실정에 맞게 현지화한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원조’보다 ‘짝퉁’ 서비스가 더 편리하고 유용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했다.

스마트폰의 확산은 중국 기업들이 모방에서 혁신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2010년대만 해도 PC는 일반적인 중국 소비자들이 구매하기에 너무 비쌌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평범한 중국 소비자들은 PC를 건너뛰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세상에 접속했다. 그들은 PC 이용자들과 인터넷 이용 방식이 달랐고 니즈도 달랐다.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커뮤니케이션, 정보 검색은 물론 생활의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어 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런 니즈를 해결해야 했는데, 세상 어디에도 모방할 솔루션이 없었다. 결국 모바일 시대의 도래는 중국 기업들이 선진 기업 모방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path-creating)’ 기회의 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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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은영(2019.2). 중국 인터넷산업의 특징과 주요 기업 간 경쟁구도. 산은조사월보, 제759호, pp. 3-26.(표 3.3.1) 중국의 인터넷 및 모바일 사용 환경





< 참고 자료 >


[1] Linsu Kim(1999). “Building Technological Capability for Industrialization: Analytical Frameworks and Korea’s Experience.” Industrial and Corporate Change, 8(1), 111-136.

[2] PCT 국제출원은 모든 가입국에 직접 출원한 효과가 있으므로 국가별로 일일이 출원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3] 나머지는 한국 기업 2개(삼성전자, LG전자),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 기업이 각 1개 포함됐다.

[4] 미국 국립과학재단(2018). The Rise of China in Science and Engineering.

[5]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2001년 중국의 인당 GDP는 1,045달러로 남미 니카라과(1,055달러)보다 낮았다. 당신 한국의 인당 GDP는 11,983달러였다.

[6] 2018년 9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이다(중국전문가포럼(2018.9.14). 中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으로 부상한 중국경제).

[7] 창업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다른 투자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fund of funds)’ 방식으로 운용되었다.

[8]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의 분류 기준 상 중국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가 25,000달러 미만인 국가 그룹에 속해 있다.

[9] GEM(2023).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2023/2024 Global Report.

[10]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갈등 등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11] 바이두를 창업한 리옌훙(李彥宏)은 베이징대 졸업 후 유학을 떠나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취업해 실력을 인정받던 그는 31세 되던 1999년 창업을 결심하고 귀국해 이듬해 바이두를 설립했다.

[12] 김혜련(2020). 중국 해외 유학생의 모국 귀환과 귀국 영향요인 분석. 동북아문화연구, 제62집, pp. 145-158.

[13] 중국어 발음이 같은 ‘바다 거북이(海龜)’에 비유되기도 한다.

[14] McKinsey Global Institute(2017.8). China’s Digital Economy: A Leading Global Force.

[15] 2016년 미국 벤처 캐피털(VC) 투자에서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이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했다.

[16] C. Perez and L. Soete(1988). Catching up in technology: entry barriers and windows of opportunity. In: G. Dosi, C. Freeman, R. Nelson, G. Silverberg, and L. Soete, eds.. Technical Change and Economic Theory. London and New York. Pinter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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