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사활을 건 4차 산업혁명

by 임 윤

산업혁명이 초래한 대분기


18세기까지 동서양 국가들 간의 경제 발전 및 생활 수준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그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이른바 대분기(大分岐, Great Divergence)[1]가 발생한 것이다. 산업혁명의 결과로 영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들은 본격적으로 산업화의 길로 접어든 반면, 동양은 여전히 농업 중심의 경제 발전 단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다만, 동양 국가 중에서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양 문물을 수용하고 산업화를 추진했던 일본은 예외였다.

산업화 이전에는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생산할 수 있는 산출물의 양은 제한적이었다. 경제 발전은 매우 느리고 선형적으로 일어났다. 이 같은 상황은 동서양이 비슷했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기계를 도입하면서 서양 국가들은 생산량이 급증하고 경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결국 동서양의 경제 성장 경로가 달라지면서 생활 수준의 격차가 확대됐다. 산업혁명이 왜 중국과 같은 동양 국가에서 일어나지 않았는지, 왜 영국에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술 혁신 및 혁신 기술의 응용이 동서양의 대분기를 만들어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림 1.4.1) 동서양 주요국의 1인당 GDP 추이[2]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누구나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지금까지 산업혁명의 정의와 개념, 그리고 차수[3] 구분은 생산성의 획기적 증가[4], 에너지원의 변화[5]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런데 산업혁명은 혁신 기술에 의해 촉발되므로 기술적 측면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우선 혁신 기술이 산업혁명을 촉발하려면 그 기술은 특정 산업이 아니라 대부분 산업에 널리 쓰이면서 산업 및 경제 전반에 획기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대부분 산업에 두루 쓰이며 파급력이 큰 기술을 일컬어 범용 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y, GPT)이라 한다. 즉, 새로운 범용 기술이 출현해 전 산업으로 확산될 때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1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면서 영국의 면직 산업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방적기와 방직기의 발명은 당시 영국의 최대 산업이었던 면직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하지만 방적기와 방직기는 면직 산업 외에는 쓰이지 않았으므로 범용 기술이라 부를 수 없다. 1차 산업혁명을 촉발했던 범용 기술은 증기기관이었다. 당초 석탄 갱도의 지하수를 퍼 올리는 용도로 개발됐던 증기기관은 방적기 등 각종 산업용 기계들을 움직였을 뿐만 아니라 증기기관 열차, 증기선 등에 사용되면서 교통, 물류는 물론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혁신적 변화를 일으켰다. 2차 산업혁명에서는 전기가 범용 기술이었으며, 3차 산업혁명에서는 정보기술(IT)이 그 역할을 하였다.

이제 새로운 범용 기술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그것은 인공지능이다. 2016년 알파벳(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은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가로, 세로 각각 19개 줄이 그어진 바둑판의 경우의 수는 우리 우주에 있는 원자 개수보다 많다[6]. 아무리 고성능 컴퓨터일지라도 제한 시간 내에 그 많은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할 수는 없으므로[7]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4:1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알파고에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전통적인 무차별 대입(brute force) 방법이 아니라, 수많은 기보로 학습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길 가능성이 높은 수를 추론해 내는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방법이 적용됐다. 인간 바둑 기사가 연습하고 사고하는 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알파고의 성공을 통해 딥러닝이란 혁신적 돌파구의 잠재력이 입증되면서 그동안 정체기가 지속되던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8]. 이제 인공지능은 음성비서, 영상 추천 등 개인의 일상생활 영역은 물론 대출 심사, 영상 판독 및 진단,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자율주행차 개발, 생산 공정의 불량 검사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응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급기야는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대량 실직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2016년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언급하면서[9]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CPS(Cyber-Physical System)를 소개했다. 물리 세계의 각종 데이터들이 사이버 세계(컴퓨터)로 전송∙분석되고, 그 결과가 물리 세계로 다시 피드백되는 사이버-물리 융합 시스템이 CPS이다. 이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 인더스트리 4.0 등 다양한 명칭의 개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 세계의 다양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 즉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한 후 결과를 현실 세계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을 구현하는 데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 수집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로부터 앞에 있는 장애물이 자동차인지,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실시간으로 판별할 수 있어야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알파고가 기보를 학습할 때 사용했던 딥러닝이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수천 장의 동물 사진을 학습한 후 스스로 고양이를 구분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알파고가 등장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일반인들도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동영상 제작, 보고서 작성, 소프트웨어 코딩 작업까지 해 준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범용 기술(GPT)이 일상생활 및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획기적 변화를 촉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전 1~3차 산업혁명이 세계 경제 질서를 크게 바꿔 놓은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역시 21세기 세계 경제 질서를 크게 바꿔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주도국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국가 간 주도권 경쟁은 4차 산업혁명을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이 촉발할 4차 산업혁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1~3차 산업혁명보다 훨씬 더 크고 광범위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은 세계 경제 질서를 승자 독식 혹은 소수 독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할 것이다. PC 운영체제(OS) 시장의 마이크로소프트, 검색 엔진 시장의 구글처럼 인공지능의 응용 시장 역시 소수 기업의 독점 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적용된 음성비서, 자율주행차 등은 더 많은 이용자가 선택해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할수록 제품 성능이 점점 더 향상되는데, 이는 다시 더 많은 이용자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따라서 후발자의 추격이 어려워지고 소수 기업의 시장 주도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둘째, 개발도상국들이 추구하던 경제 성장 모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개발도상국들은 값싼 노동력에 기반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경제 발전을 이룩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노동력 투입을 최소화한 지능형 공장(smart factory)의 실현을 가능케 함으로써 개발도상국들의 ‘값싼 노동력’이란 강점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현재 생산 현장에 투입된 산업용 로봇들은 정해진 단순 작업을 반복하지만, 향후 인공지능이 두뇌 역할을 할 지능형 로봇들은 인간 노동자의 작업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생산 공장이 굳이 개발도상국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1차 산업혁명 이후 동서양 간 대분기(Great Divergence)가 발생했다면,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대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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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선진국은 서유럽, 호주, 뉴질랜드, 미국, 일본을 포함.

(그림 1.4.2) 기술 발전에 따라 확대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생활수준 격차[10]


셋째, 개발도상국들의 저비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제조업 공장의 입지가 재편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제조업 공장들을 생산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즉 제조업 제품의 생산국과 소비국이 분리되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의한 공장자동화가 진전되면서 제조업 공장들은 소비국(혹은 소비국의 인접국)으로 옮겨가 생산국과 소비국이 일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국과 소비국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했던 제조업 완제품의 국제 무역도 크게 축소될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촉발할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당연시됐던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세계 경제 질서에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하면서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견인했던 산업과 기업보다는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대전환의 시기에 돌입했다.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가 경고하는 EU의 미래


2024년 9월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년 이상 준비한 ‘EU 경쟁력의 미래’* 최종 보고서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Gertrud von der Leyen)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EU 경제가 미국과의 GDP 격차가 더 벌어지고*** GDP 규모에서 2021년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게 추월을 허용하는 등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데, 이는 기술 혁신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U는 R&D 투자를 특정 전통 산업에 집중하면서 디지털 혁명이라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첨단 산업 육성에도 뒤처졌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은 R&D 투자를 자동차에서 바이오,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첨단 산업으로 다변화해 왔으나, EU는 자동차에 집중함으로써 정작 첨단기술의 경쟁력은 취약한 ‘중등 기술의 함정(middle technology trap)’에 빠지게 되었다. 그 결과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의 수가 2023년 기준 미국의 1/8, 중국의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표 1.4.1.png

자료: EU. 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 Part B.

(표 1.4.1) 미국 vs. EU의 R&D 투자 상위 3개 기업의 변화


보고서는 EU가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 및 탈탄소 전환 등에 매년 EU GDP의 4.4~4.7%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는 2차 대전 후 마샬 플랜(Marshall Plan, 유럽부흥계획) 하에 1948~1951년 서유럽 및 북유럽 국가에 투자된 규모가 연간 각국 GDP의 1~2%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상 유례없는 투자 규모이다. 사실상 경제 체질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EU의 경쟁력 약화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EU. 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 Part A, B.

** 2023년 유럽의회 연두교서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 작성을 드라기 전 ECB 총재에게 위임했다.

*** EU-미국 간 GDP 격차(EU/미국 – 1)는 2002년 -17%에서 2023년 -30%로 확대되었다.





< 참고 자료 >


[1] 근대에 들어서면서 동서양의 경제 발전 및 생활 수준 격차가 급격히 확대된 것을 지칭한다.

[2] Wikipedia. Great Divergence(https://en.wikipedia.org/wiki/Great_Divergence).

[3] 1차, 2차 산업혁명은 학술적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3차, 4차 산업혁명의 시기나 정의 등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다.

[4] 증기기관, 컨베이어 벨트 등 혁신 기술 도입에 따른 생산성의 급격한 증가를 산업혁명의 주요 특징으로 설명한다. 다만, 1차, 2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증가가 명확한 반면 3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생산성이 오히려 감소하는 ‘생산성 패러독스(productivity paradox)’가 나타나기도 했다.

[5] 1차 산업혁명은 석탄, 2차 산업혁명은 석유와 전기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6] 바둑의 경우의 수는 가로와 세로줄의 교점마다 흑돌/백돌/공백의 3개 상태가 가능하고 교점은 361개이므로 3의 361 제곱, 약 10의 172 제곱이다. 반면 우주의 원자의 수는 10의 80 제곱이다.

[7] 1996년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하는 무차별 대입 알고리즘(brute force algorithm)이 적용된 IBM

의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겼다. 하지만 바둑은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많으므로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8] 그동안 인공지능은 개발 열풍이 불다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투자와 관심이 급감하는 ‘인공지능의 겨울’을 두 번 겪었다. 지금의 열풍 뒤에 세 번째 겨울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만약 온다면 세 번째 겨울은 이전 두 번처럼 혹독하지 않고 지금 여타 산업들이 겪는 주기적 불황기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9] 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발표한 시점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이 있기 두 달 전이었다. 만약 대국 이후였다면 그 발표의 영향력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10] UNCTAD. Technology and Innovation Report 2021. p.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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