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일립 Jun 06. 2022

아싸 리쓰너의 아지트, 인현골방

[내돈내산 방문기] 인싸 술집에 지친 아싸들을 위해

아싸 K 혼자 술을 마셨다.


어떤 인싸들은 위의 문장을 보자마자 안타까움에 눈썹을 모으며 어떡해~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의 아싸인 나는 저 문장이 슬프지도 안타깝지도 않다.


그리고 내가 발견한 이 희귀한 공간에서라면, 더더욱.


https://place.map.kakao.com/1691201808


그래, 나는 I 비율이 90% 정도 되는 내향인이자 어쩔 수 없는 아싸고, (좀 부끄럽지만) 나쁘지 않은 음악 취향을 가졌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혼술이 기본이고 그냥 술집보다는 신청곡을 받는 뮤직펍/바를 훨씬 좋아한다.


한 달 쯤 전? 가족과의 트러블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로 술이나 마시자- 하고 무작정 나갔다. 검색을 해 보니 평점이 낮고 가까운 술집이 하나 있었다.


그 이름 인현골방. 나는 경우에 따라 악평으로 영업당하는 경우도 꽤 있는 사람이라 평과 후기를 꼼꼼히 살폈고, 그곳이 아주 기기묘묘한 공간임을 알아챘으며 매우 좋은 예감과 함께 당장 그쪽으로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주문 방식부터 범상치 않다.


인현골방에서는 주문을 카톡/인스타 DM으로만 받는다.

유튜브 링크로 된 신청곡 역시 마찬가지.

자리는 2-3인석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독립된 개별 좌석이다.

각각 놓인 리클라이너 의자들은 일제히 앞의 스피커와 스크린을 바라본다. 그리고 신청받은 음악이 제대로 된 볼륨과 스피커로 뿜어져 나온다. 뮤직비디오라면 정밀한 화질은 덤이다.


내가 찾아 헤매던, 음악 감상에 최적화된 공간!


들어서는 순간 운명을 느꼈다. 한국외대 앞 락앤밤(구 긱스)을 능가하는, 선택받은 내향인-아싸 겸, 자기 취향에 자부심 있는 오타쿠만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동행 없이는 술을 즐기지 않는 인싸들은 영원히 이곳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솔직한 마음을 털자면, 이곳에 악평을 남긴 이들은 죄다 인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이 조금이라도 내향적 아싸의 면모들을 가지고 있다면 이곳은 충무로-을지로에서 가장 고요하고 평안한 곳이 될 것.


중년 남성이 혼자 운영한다고는 믿을 수 없는 인테리어와 나름의 특색을 지닌 칵테일 몇 종류, 그리고 기본에 충실한 주류의 라인업까지. 한 가지 단점을 굳이 꼽자면 안주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었지만 근처에 식당이 워낙 많으니, 그 정도 단점은 녹아서 사그라진다.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그럼 방문 전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자.


당신은 혼술이 아무렇지 않은 아싸인가? ( )

당신은 특정 장르 음악의 오타쿠인가? ( )

당신의 음악 취향에 자신이 있는가? ( )


 문항   문항 이상에 동그라미를 쳤다면, 당장 인현골방을 검색해 예약하시라.

소심한 아싸라면, 비슷한 취향의 아싸 친구와 함께 방문하여 조용히 술만 마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보면 요새는 예약에 실패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서두르는 게 좋을지도!)


어쨌거나 당신이 이 공간을 즐길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