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인가부터 겨울만 되면 손 끝이 갈려져서 그 사이로 피가 났다.
손끝이 아픈 건 생각보다 자주 고통스럽다.
아이를 키우니 자연스레 손에 물이 닿는 순간들이 많다. 손 끝이 갈라진다고 씻어야 할 손을 안씻을 수는 없다. 내 손은 아이들의 얼굴과 입, 장난감, 식기류, 음식 등에 닿기 때문에 씻을 일이 잦을수 밖에 없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도 잠깐이다. 손을 씻어 밴드가 젖으면 새로 갈아줘야 하는데, 이걸 반복할만큼 여유로운 시간은 내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럴 땐 꼭 방수 밴드가 집에 없다. 있어도 완벽한 방수는 되지 않는다. 어떤 때는 약과 바세린을 잔뜩 바르고 비닐 장갑을 껴 본다. 그 역시 오래지 않아 벗어야 하는 일들이 허다하게 생긴다. 수분이 부족한가 싶어 물도 많이 먹으려 해 보지만 돌아서면 까먹고 하루가 지나 있다. 손 씻고 핸드 크림을 많이 발라도 또 손 씻을 일이 생겨 버린다. 그나마 부지런을 떨어 약을 자주자주 발라주면 좀 괜찮아졌다가 방심하는 순간, 다시 갈라진 틈 사이가 붉어져서 아파온다.
다년간 같은 증상을 겪어온 바로는 손에 물이 닿지 않거나 계절이 바뀌는 것이 답이다. 어디 재벌집 딸도 아닌데 어쩌란 말인지. 흐르는 시간의 속도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건조함에 취약한 내 손은 견디지 못하고 호소한다. 나 좀 물에 그만 닿게 해 달라고. 관리 좀 해 달라고. 한 두 손가락이 아니라 늘 두세개가 그렇다. 자주쓰는 엄지와 검지쪽이다.
손끝으로 하는 일은 의외로 많다. 끈을 묶거나 풀 때, 양말을 신을 때,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릴 때, 아이들 머리를 묶으며 남은 부분에 고무줄 방울을 걸 때, 지퍼백을 열 때, 펜을 잡고 글씨를 쓸 때, 스티커를 땔 때, 바닥을 닦을 때 등등.
심할 때는 가만히 있어도 갈라진 부위가 아린다. 한번 갈라진 틈은 웬만해선 잘 메워지지 않는다.
손끝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겨울이 왔구나 싶고, 그제야 내 손가락들이 하는 일이 많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매년 같은 생각을 반복하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다. 아이들이 좀 더 크고, 손에 정성을 들일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다려야 한다.
스산하고 조용하지만 봄의 초록을 기다리는 희망이 한켠에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이 좋다. 하지만 이 시기의 건조함에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겨울은 나에게 손가락 끝이 갈라지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