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남편과 나는 주문해 놓은 생일 축하 장식들을 꺼냈다. 풍선을 불고, 세우고, 벽에 붙였다. 첫째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컨셉의 장식들이다. 'Happy birthday' 가랜드도 있고, 아이의 나이인 아주 큰 숫자 풍선도 있다. 예쁜 고깔 모자와 조악하지만 그럴싸하단 생각이 드는 썬글라스까지.
사실 아이가 4살 때 꾸몄던 축하 장식들은 만들기가 너무 어려웠다. 풍선과 벽에 붙여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심지어 자꾸 떨어졌다. 처음이라 바람 넣는 것도 풍선에 구멍이 나고 바람이 새서 테이프로 땜빵을 해가며 한참을 헤매었다. 아이 생일에 집 한 켠을 꾸미는 일은 다시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불과 3, 4년 사이에 축하 장식들은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 왔나 보다. 풍선에 바람을 넣는 것도 훨씬 수월해지고, 큼지막하지만 임팩트 있는 풍선 덕에 벽에 붙이는 것도 간단했다. 뭘 이런걸 샀냐며 귀찮다는 듯 타박을 주는 남편이 도와준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이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 놀랐어요.'란 말을 몇 번이나 했다. 4살 생일에 아침에 눈이 커지며 행복해하던 아이의 얼굴이 겹쳐졌다. 며칠을 그 풍선들을 가지고 놀며 좋아했었다.
'그래, 그 예쁘고 밝은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서 이걸 또 해보잔 생각을 하게됐지.'
그 때도 지금도 아이는 내가 준비한 마음보다 더 큰 반응을 보여준다.
아침형인 우리 가족의 생일 케이크와 축하 노래는 아침밥을 먹고 나서 시작된다. 아이가 고른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초가 식탁 위에 올라온다.
이번 생일 축하 노래엔 유독 둘째의 목소리가 우렁차서 웃음이 지어졌다. 말은 못하지만 신기하게 노래의 음은 우리를 따라하며 가사 엇비슷한 소리를 낸다. 요즘 같이 동요 부르는 게 너무 재밌는 아이다. 그 과정엔 무한 반복 재생되는 플레이리스트처럼 동요를 불러댄 내가 있다. 어릴 때 엄마가 동요를 많이 들려줬던 건지, 내가 좋아했던 건지, 둘 다인건지, 둘째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내 입에선 수십개의 동요가 튀어나온다. 아직도 그 많은 동요의 가사가 기억나는 것에 내 스스로가 신기할 정도다. 반면에 남편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는 동요가 없다. 가끔 목이 아프거나 힘에 부치는 날은 몰라서 못할 수 밖에 없는, 그럼에도 동요를 들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그가 참 편하겠다 싶어 얄밉기도 하다.
아이는 초를 끄기 전에 눈을 꼭 감고 소원을 빌었다. 제일 친한 친구와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는 소원일 것이다. 하나를 더 빌었다면 아마 가족의 건강일 것이다. 늘 두 번 째는 우리가 본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끝나고 찾아 올 슬픔을 두려워하는, 아이 같지 않은 이유를 단 소원을 빈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와 헤어질 순간이 머리를 스쳐가서 눈물이 날 것 같은걸 꾹 참는다.
선물도 너무 좋아했고, 급하게 준비한 추억의 뽑기 게임도 내내 재밌어 했다. 오늘의 주인공이라 뽑기를 세 번이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아이의 친한 친구가 놀러와 같이 놀고 축하와 선물도 받았다. 친구가 뽑기 게임을 부러워하며 자기 엄마한테 사달라고 조르는 걸 보고 어깨도 으쓱해하며 하루가 행복했을 것이다. 뽑기를 한 모두가 3, 4등만 뽑아서 아직 본인이 1, 2등을 뽑길 기대하고 있다.
생일 날의 마지막은 나와 함께 자는 것이다. 아주 아기일 때부터 분리 수면을 하여 늘 잠은 자기방의 침대에서 잤다. 편안한 숙면이 너무도 소중한 내가, 순하고 규칙적인 패턴을 좋아하는 아이와 만나서 가능했던 일이다. 일상의 편안함 뒤에는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날에 너무도 나와 같이 자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었다. 두 달 전쯤부터 생일날 나와 같이 자고 싶다고 해서 특별히 오늘은 꼭 아이와 자기로 했다.
침대에서 엄마와 안고 이야기하는 걸 행복해하며 잠들기 싫어했다. 덩달아 신난 나도 한참을 얘기하다 내일을 생각하며 수다를 끊고 자자고 했다. 행복한 그 순간을 오롯이 만끽하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너댓번 하품을 하던 아이는 내 손을 꼭 잡고 금방 잠이 들었다. 그제야 자주 오지 않는 그 시간에 아쉬운 생각이 드는 어리석은 나는, 잠이 든 아이를 보고 글을 쓰러 나왔다.
벼락치기로 생일을 준비한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을 남겨 놓고 싶었다. 나에게 차고 넘치는, 곱디 고운 아이와 함께여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었다.
그나저나 글을 당장 쓰고 싶었단 이유로 잠이 늦어질대로 늦어져 오늘도 숙면을 하긴 글렀다.
다시 침대로 가서 곤히 잠든 아이를 마음껏 쓰다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