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주년의 소회

by 코스모스

며칠전, 남편과 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결혼한지 10년이 훌쩍 지나버린 중년의 부부.

서로 죽일듯이 원망하고, 피터지게 싸우다 또 웃고 손잡으며 이까지 왔다. 결혼 전에는 몰랐던 나의 밑바닥도 보았고, 다른 이들은 모르는 그의 밑바닥도 보았다. 어릴 때는 모 아니면 도, 이거 아니면 저거, 이렇게 명확하게 선을 그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밑바닥 봤으면 끝'이라는 결정은 하지 못했다. 우리 삶은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결혼을 하고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서로 꼴도 보기 싫을 때에도 애들 앞에선 꾹 참고 웃으며 이야기 하는 내 모습은 가증스럽기 그지 없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앞뒤 안맞는 감정으로 연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풀려 있기도 하다.

감정이 극과 극을 오가는 걸 경험하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의 발작 버튼을 살짝 피해가기도 하고, 모른척하기도 한다. 이걸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뭔가 적절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부부로서의 삶은 그것이 아닌 삶과 아예 차원이 다른 세계가 된다. 나는 결혼하면서 다른 차원으로 넘어온 사람인거다. 도저히 노력해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이렇게 많을줄이야.


10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분명 여느 결혼기념일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10년째에 신혼 여행지인 몰디브에 다시 가고자 했던 약속은 이룰수 없었지만, 그 약속의 불이행이 아이들 때문인 것을 우리는 안다. 약속을 지켰네 못지켰네 하는 말은 오가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그런 꿈이라도 꾸며 행복해했던 시간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엄마, 아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금도 알지 못할 것이다. 중대한 인생 계획이 어그러져도, 죽고싶은 심정이어도 삶을 이어나가게 만드는 건 작은 나의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여러 감정을 배우고, 관계를 맺으며 결국엔 독립하여 자신의 몫을 해나가도록 키우는 것이 나의 일이다.


앞으로 20년, 30년, 40년 뒤의 우리 모습은 미리 단정짓거나 단순히 예상할 수 없다. 10년 동안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의 바닥이 진짜 바닥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가족 구성원 누군가에게 어떤 시련이나 환희의 순간들이 있을지 오만하게 예측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하루하루, 그 순간순간, 직선 위의 한 점을 제대로 살아내자는 것이 나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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