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많이 쬐고, 운동을 하세요.'
우울증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때 꼭 듣게 되는 말이다.
처음에는 사실,
'밖에 나가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사람한테 해를 쬐라고?!'
'있던 의지도 다 사라지는 판에 운동을 하라고?!'
이렇게 생각했다.
그들에게 '네.'라고 대답했지만 실천할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첫째가 어릴 때 살던 우리 가족의 두 번째 집은 정남향 집이었다. 겨울에는 거실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해 덕분에 바닥에 따스한 온기가 있었다. 여름에는 신기하게도 창문 근처에 잠깐 왔다 사라지는 해로 신혼 때 살던 남서향 집보다 훨씬 시원했다. 남서향 집은 여름 오후부터는 집안이 찜통이라 숨이 턱턱 막힌다. 첫째가 어려서 육아 휴직을 했었기에 남향집의 이점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살았던 시절이었다. 내가 두 번째 살았던 집을 유독 애정했던 가장 큰 이유이다.
아주 옛날부터 조상님들이 집을 남향으로 배치한 것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좁은 땅에 아파트를 짓다 보니 정남향집은 찾기 힘들고, 남향을 낀 남동, 남서향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세 번째 집은 남동향이었다. 이사의 목적이 '세랑이의 초등학교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맞벌이 부부에게 저학년 아이의 등하교가 수월하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 된다.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아이의 학교가 있었다. 게다가 아침형인 우리 가족에게 남동향이 남서향보다는 낫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다.
실제는 남동향에 저층이기까지 해서 아침에 들어오는 해는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수준이었다. 겨울의 따스한 햇빛을 집에서 쬘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니 힘이 빠졌다. 하지만 복직을 한 상태였기에 낮에 집에 있을 일이 얼마나 되겠냐며 이사를 결정했다.
이곳에 살면서 세랑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노이는 첫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다. 노이의 장애 판정과 증후군 결과도, 어린이집 학대 사건도 여기서 견디었다. 장점도 물론 있었지만, 슬프고 아픈 것들이 더 많이 떠오르는 곳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눈물에 잠겨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대던 곳이라는 이미지가 크다.
노이의 사건 이후로는 출근이 힘들어져 집에 있는 시간이 갑자기 늘어났다. 그제야 해가 잘 들지 않는 그 어두운 집을 빨리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총 2년 6개월, 노이의 사건 이후 1년 정도를 더 보내고 드디어 그곳을 나왔다. 탈출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탈출해서 찾은 우리의 네 번째 보금자리는 다시 정남향이다. 햇빛을 쬐는 일이 이렇게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주는 건지 몰랐다. 단순히 계절적인 이점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 어딘가에 앉아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는 등의 일들은 전과 달리 몇 배로 기분 좋은 일이 되었다.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이사 온 지 1개월 하고도 2주 정도가 지난 지금, 툭하면 나오던 과호흡 증상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최적의 집이다.
역시 전문가들의 말은 들어야 한다. 그들이 우울증인 나에게 그저 형식적으로 '햇빛을 많이 쪼이세요.'라고 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직접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다. 햇빛이 우울증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직접 겪어야 깨닫게 되는 인간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조금의 햇살 한 줌조차도 귀하고 소중하다는 걸 진정으로 알게 된 인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