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입>
별일이야
불 꺼진 거실에서 손뼉을 치시네
요즘에도 그리 여린 마음 있는지
양손을 짝하고
발 동동 구르다가 무릎을 꿇고
모호한 표정으로 입을 뻥긋
뭐라고요
들리지 않으니 창을 열어봐요
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고
괜찮지 않을까요
도시의 밤에 검은 창 하나 더 느는 일
슬퍼하는 건 따스한 이들의 특권이니
그나저나 무어라 불러야 좋을지
당신이 어떻게 웃는지
이름이 뭔지도 몰라요 난
사각형 창문으로 입을 삐죽 내밀고선
빠금빠금 숨을 몰아쉬고
살짝 뛰어올라서 양손을 짝
분명
작은 물고기 중에
어울리는 이름이 있었던 거 같은데
잘된 일이겠어요
결백한 타인을 알지 못하는 것은
차라리 다행이겠어요
실은 저도 입이 써서 큰일이었답니다
화단에 붉은 꽃이 지지 않았으면 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었답니다
저기요
체조를 마치고 나면 잠자리에 드세요
미지근한 물 한 잔 마시고서요
그러면 괜찮아지느냐고 묻지 말아요
피차 밤을 지새우는 처지에
거짓말할 순 없겠어요
안녕
설익은 잠과 미련이 목구멍을 넘으면
아무 말 할 수 없을 테니 미리 인사를 건넵니다
웃자란 순 쳐내고 나면
들끓는 너울이 지나오면
쓴 입에 미소라도 머물기로 합시다
그러니 손뼉을 짝하고 치세요
베갯잇으로 눈물을 훔치세요
*
그림_밤늦게체조하는이웃_2023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