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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엽 Nov 23. 2023

야호 우리는 불든 사람

겨울 단상

야호 우리는 불든 사람


***


먼저 가는 이 외쳤다 불티 떨어져 옷에 구멍 났다고

당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

불들 사람이 그리 얇은 옷을 입고 와서는

어둠 속 볼멘 입 - 흰 숨 – 칠점사 꼬리처럼 배배 꼬여서 끌끌 차는 혓바닥 새카맣게 태워 먹은 장작개비 심장 동그랗고 새카만 점 하나


흙 속에 머리 파묻고 누워 어슴푸레한 달 놀이나 할까 보다

아서라 이러나저러나 밤눈 어두우면 동티가 난다 그러게 토끼처럼 당근 먹었어야지

화톳불 입에 담아 밤길 뛰쳐나온 게 아쉬워 죽거든 슬퍼할 사람 눈 흘기는 사람 미운 사람 보고픈 사람 이름 잊고 손바닥에 새기지도 못해


길 너머에 몇몇 죽고 몇 목 막혀 새파란 까닭에 멈춰선 발들 말수가 적다

얼겠으니 불 들어 불 높이 들어 오늘 이 알량한 이상 몽땅 태워 밤 사람 하자

가는 길 어려워 토악질하거나 고독 싫다며 발광하든 말든 내키는 대로 하고 우선 끈적한 오르막길 숨이나 붙들자


거화한 밤에 얼굴 없는 발들 용기 있어라

아까 그놈 만길 무저갱도 한 치 앞 몰라 나직한 언덕배기란다

벼랑서 뒷사람 살고 언덕서 앞사람 살았다고 뒈진 놈도 모르고 홰잡이 신나서 이리저리 불 휘두르니 산중에 혼불 하나 있네


해 뜨면 둘 셋 다섯 여덟 열 더는 가릴 손 없어 하늘 보기 낯뜨겁다

죽고 사는 얘기 없는 산중에도 만월 같은 다정함 필요한 밤 있다네

발간 볼 움푹 꺼진 가슴 마구잡이로 재 날리는 손바닥 칼칼한 목으로 말하는 사랑

아무래도 밤 없는 날에 못 살겠으니 도망을 쳐볼까 했다 한데 이리 가고 저리 가는데 가당키나 한가

이름 없이 죽은 이들의 밤 이름 없는 마음에 이름표 붙이다 나 잠든다


-


-231123퇴고


-그림:불안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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