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님은 독특하다. 예방의학과 의사인데 뚱뚱하고 부자인데 검소하고 교수인데 겸손하다.
그분을 처음 만난 건 십여 년 전이다. 회사를 다니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야 했다. 연구원이 아니라 논문 쓰기가 쉽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모교 교수님께 도움을 청했다. 교수님은 천안 의대의 젊은 김교수님을 소개해 주셨다. 그렇게 몇 번 김교수님을 만났고 만날 때마다 술을 마셨다. 논문 얘기는 하지 않고 술만 마셨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 연구소에 들어가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았다. 그 과정도 쉽지 않았고 박사 후 진로도 막막하였다. 어느 날 김교수님으로부터 한번 보자는 연락이 왔다. 교수님 집 근처인 강남으로 가겠다고 하였다. 교수님은 그럴 필요 없다며 중간 지점인 안국역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무슨 일일까 궁금했는데 아무 일 없었다. 그저 날 보러 시간을 내어 걸음을 한 것이었다.
이때가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대기업에 다닐 때는 항상 갑의 위치에서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그때는 찾는 사람도 보고 싶다는 사람도 드물었다. 무엇보다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누구나 있는 사람, 높은 사람, 잘 나가는 사람에겐 잘한다.
없는 사람, 낮은 사람, 힘든 사람에겐 눈길이 잘 가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상식을 벗어난 인정 깊은 분이 김교수님이었다. 항상 고맙고 그리운 분이다.
(17.4.7, 25.7.13)
사진_호수공원장미원ⓒ소똥구리(25.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