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 하루는 맑음 Apr 03. 2024

난 바닥에 떨어진 벚꽃 잎이 더 좋다.

벗어나기 31

벌써 24년 4월이 시작됐다.

새해의 종소리를 들은 지 얼마 된 거 같지 않은데 한 분기가 지나갔다.

시간이 점차 빠르게 흘러가 주름은 하나 둘 늘고, 손이 점차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슬프지만 봄이라는 활기찬 기운은 너무 좋다.


따뜻한 부산이라 다른 곳 보다도 더 빨리

벚꽃과 튤립, 매화, 유채꽃등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다.

저번 주말만 해도

날이 흐림에도 불구하고 벚꽃 구경하러 갔다가 꽃보다는 사람 구경을 더 한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이 며칠인지도 까먹을 때가 있지만

꽃들이 핌으로써 내가 인식하지 않아도 봄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런데 어제부터 부산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봄비를 만나는 것 같다.

3일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에 꽃잎이 비에 휩쓸려 다 떠내려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잠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길에는

꽃잎이 수놓아 있었다.


어릴 땐 마냥 팝꽃처럼 가지에 걸려있는 풍성한 꽃이 좋았다가

20대가 되고는 분홍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꽃이 좋았다가

요즘은 바닥에 수놓아 있는 꽃잎을 볼 때가 더 좋다.


비가 오는 날 접착제처럼 붙어 있을 때도 좋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좋다.

가끔 작은 회오리 치는 것을 보면 멈출 때까지 보고 있는 것도 좋다.


참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변하는 것 같다.

싫었던 것을 좋아할 때도 있고, 좋았던 것이 싫어질 때도 있고,

마냥 맛이 없다고 느끼던 음식이 갑자기 꽤 좋아질 때도 있고, 

미워했던 사람을 용서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내 생각이 변화될지 궁금하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다 떨어진 꽃이 참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욕심이 없는 이유는 '이것'때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