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기 31
벌써 24년 4월이 시작됐다.
새해의 종소리를 들은 지 얼마 된 거 같지 않은데 한 분기가 지나갔다.
시간이 점차 빠르게 흘러가 주름은 하나 둘 늘고, 손이 점차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슬프지만 봄이라는 활기찬 기운은 너무 좋다.
따뜻한 부산이라 다른 곳 보다도 더 빨리
벚꽃과 튤립, 매화, 유채꽃등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다.
저번 주말만 해도
날이 흐림에도 불구하고 벚꽃 구경하러 갔다가 꽃보다는 사람 구경을 더 한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이 며칠인지도 까먹을 때가 있지만
꽃들이 핌으로써 내가 인식하지 않아도 봄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런데 어제부터 부산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봄비를 만나는 것 같다.
3일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에 꽃잎이 비에 휩쓸려 다 떠내려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잠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길에는
꽃잎이 수놓아 있었다.
어릴 땐 마냥 팝꽃처럼 가지에 걸려있는 풍성한 꽃이 좋았다가
20대가 되고는 분홍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꽃이 좋았다가
요즘은 바닥에 수놓아 있는 꽃잎을 볼 때가 더 좋다.
비가 오는 날 접착제처럼 붙어 있을 때도 좋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좋다.
가끔 작은 회오리 치는 것을 보면 멈출 때까지 보고 있는 것도 좋다.
참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변하는 것 같다.
싫었던 것을 좋아할 때도 있고, 좋았던 것이 싫어질 때도 있고,
마냥 맛이 없다고 느끼던 음식이 갑자기 꽤 좋아질 때도 있고,
미워했던 사람을 용서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내 생각이 변화될지 궁금하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다 떨어진 꽃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