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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r 11. 2023

중환자실 앞에서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1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부르질 않는다. 이제나 저제나 중환자실 문이 열리기만 기다린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중환자실 앞에서 환자를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나 드라마일 뿐인데도 정말 긴장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나와는 아주 먼 일일 것만 같았다. 그런 일이 갑자기 나에게 닥쳤다. 전혀 예고도 없었고 사고도 아니었다.


친정엄마가 갑자기 호흡이 거칠어지셨다. 호흡기내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검사를 하셨다. 폐렴증상과 천식 소견이 보인다고 하였다. 연세가 많으셔서 입원하여 치료하는 게 좋겠다고 하여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 확인을 받아서 바로 입원하셨다.


X-ray를 찍고 CT도 촬영하였다. 토요일 오전에 입원하셨기 때문에 검사 결과는 월요일에 들어야 한다고 했다. 병실은 8인실로 배정을 받아서 다른 입원환자와 함께 사용하였다.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도 계시고 중년의 아주머니도 계셨다. 앞 침대 할머니는 치매증상이 있으신지 큰소리로 아줌마를 부른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거다.


환자복을 갈아입고 코에 산소 줄을 끼우고 수액 몇 개를 주렁주렁 매달은 친정엄마는 들어올 때 보다 더 아픈 환자처럼 보였다. 산소줄을 끼우고 산소마스크를 쓰고 계시니 이야기하기도 불편하고 화장실에 갈 수도 없게 되었다. 연세는 87세이지만 아직 요실금도 없으셔서 기저귀를 차지 않으신다. 입원하시며 아기처럼 기저귀를 차고 용변을 보는 일이 불편하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왜 여기와 있는 거니?"

"엄마가 숨 쉴 때 소리가 크게 나서 치료하려고 입원했어요."

조금 전에도 물으셔서 말씀드렸는데 또 물으신다. 아무래도 이곳이 마음에 안 드시나 보다. 친정어머니께서는 장기요양 인정등급 4등급을 받으시고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신다. 인지가  많이 나쁘신 건 아니지만 약간의 인지 장애가 있으시다. 옛날 일은 기억하시는데 최근 일을 기억 못 하신다. 바로 어제 일도 잘 기억 못 하신다.

"엄마, 오늘 복지관에서 뭐 하고 놀았어요?"

"뭐 그냥 그렇지 뭐."

낮에 주간보호센터에서  하신 일도 잘 기억 못 하시고 매일 하시는 말씀은

"늘도 반찬이 괜찮게 나왔어. 나온 밥은 다 먹었어."

"잘하셨어요. 우리 엄마 착하시네."

늘 대화가 이렇다. 그래도 친정엄마가 주간보호센터를 복지관이라고 부르 즐겁게 다니셔서 너무 감사했다.


입원하시고 병실에서 주말을 보내셨다. 호흡 때문인지 엄마의 예민한 성격 때문인지 식사도 거의 못하셨다. 겨우 국에 말아서 서너 숟가락 뜨시는 정도셨다. 침대에 누워만 계시니 밥맛이 없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입원하시던 날 아침에 미역국에 밥 말아서 동치미와 맛있게 드셔서 위안이 조금 된다. 앞 침대 할머니는 넘어지며 다리를 다치셔서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식사를 너무 잘하셨다. 그것도 부러웠다.


CT검사 결과 다행스럽게 폐렴은 그리 심하지 않으시다고 하였다. 그런데 기관지 주변을 하얗게 덮고 있는 게 보이는데 가래일 수도 있고 다른 원인 일 수도 있다고 하였다. 숨소리가 목에서만 나기 때문에 기관지 내시경을 해 보자고 했다. 기관지 내시경을 하려면 수면으로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못 깨어나시면 어떨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의서에 서명하였다. 물론 서명하기 전에 남동생과 상의를 했고 의사인 동생과도 통화를 하였다.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병원에서 권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휠체어를 타고 검사실로 들어가시는 걸 보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걱정이 많이 되었다. 검사 끝나고 무사히 나오시길 기도하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검사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자꾸 불안하였다. 제발 검사가 잘 되어 빨리 나오시길 기다렸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 갑자기

"코드 블루!  코드 블루!"

라는 방송이 들렸다. 예감이 안 좋았다. 혹시 엄마가 검사 끝나서 병실에 올라가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가슴이 뛰고 머리가 무거워져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실 쪽으로 올라갔는데 친정엄마가 안 계셨다. 다시 검사실로 내려가려는데 간호사님이

"임 OO 씨 보호자님이시죠. 빨리 3층 중환자실 앞으로 내려가 보세요."

주저앉고 싶었다.

'아까 방송이 엄마 상황이었던 거야.'


친정엄마가 기관지 내시경을 하다가 호흡정지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심장 박동은 돌아왔다고 한다. 기관지에 관을 삽입하셨는데 의식이 없으시다. 휠체어에 앉아서 들어가셨는데 나올 때 의식이 없는 건 의료사고 아닌가. 참 기가 막혔다.

친정엄마는 그렇게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


더 기가 막힌 건 갑상선 암이 넓게 퍼져서 기관지를 80%나 덮어 기관지가 좁아져서 숨 쉴 때 쌕쌕 소리가 나는 거라고 했다. 연세가 많으셔서 수술도 항암치료도 어렵다고 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정말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친정엄마가 목에 조금 불룩하신 것이 있어서 이 병원에서 10년 전에 다양한 검사를 하였다. 결과는 외관상 보기 안 좋지만 양성이 아니라서 건강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다. 혹이 10년 동안 1.5센티 정도 커졌다고 한다.


갑상선이 암으로 되어 목전체를 덮을 동안 왜 몰랐을까. 1년 반 전에 건강검진 시며 목 초음파도 찍었었는데 별 이상 없다고 했다. 목 부근이 아프시다고도 안 했다. 이번에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에는 아무 증상도 없었다. 소식을 하시긴 했지만 식사도 잘하시고 주간보호센터에서 수요일마다 하는 노래교실에서도 늘 가수처럼 노래를 부르셨던 엄마다. 청천벽력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우리 가족은 그 설명을 으며 망연자실했다. 갑자기 나빠질 수 있고 병원에 안 오셨으면 집에서 호흡이 멈췄을 수도 있었다고 하였다.


친정엄마가 100살까지 건강하게 사실 줄 알았다. 지금처럼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계시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 못했다. 친정엄마는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마지막에 자가호흡이 되어서 1인실로 잠시 옮겨 의식은 없지만 가족들이 손자까지 모여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하시고 이틀 후에 큰아들과 며느리, 큰딸과 사위가 보는 가운데 제 손을 잡고 운명하셨다. 친정엄마 소원대로 주무시듯 편안하게 이 세상을 하직하셨다. 엄마가 천국에 가셔서 먼저 가신 친정아버지 만나서 아픔 없이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란다.


너무 갑자기 떠나신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달린 것 같다. 머리에 커다란 보따리를 얹고 있는 기분이다.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 친정엄마와 이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지만 친정엄마도 자식 고생 안 시키려고 서둘러 떠나신 것 같다.


삶이 이처럼 덧없다. 부모님은 효도할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금 깨달았다. 살아계실 때 더 잘해드렸어야 하는데 후회된다. 이제 고아가 되었다. 누굴 의지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우리 엄마는 하늘나라에서도 분명 자식들이 잘 살도록 보살펴 주실 거다.


엄마가 우리 엄마라 너무 좋았어요.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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