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만나는 모임이 있다.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언니들 모임이다. 지난달 모임에 나갔다가 골프장에 함께 다녔던 친한 동생이 김포에서 카페를 개업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업을 하는 멋쟁이 동생이다. 시간이 되면 꼭 한번 가고 싶었는데 이번 주에 손자가 오지 못한다고 하여 모임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토요일에 혹시 시간이 있으면 카페에 함께 가자고 했더니 갈 수 있다고 하였다.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은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일이 있어서 못 가신다고 하였다. 하는 수 없이 둘이 가기로 약속하였다. 토요일 11시에 동생이 우리 집으로 와서 함께 카페에 갔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날씨는 안 좋았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가는 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초대형 카페인 '포지티브스페이스 566'을 지나갔다. 건물이 카페라기보다는 예식장 건물 같았다. 소문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가 보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가는 중간에 길옆에 주차하는 차들이 많았다. 오늘이 27일이라 김포 5 일장이 서는 날이라고 동생이 말해 주었다. 5 일장에 와 보고 싶었지만, 주차가 정말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다. 오늘은 휴일이라 사람들이 더 많이 온 것 같았다.
조금 더 지나니 벚꽃 길에 들어섰다. 식물원이 김포 벚꽃 길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식물원 이름이 '여수룬 식물원'으로 참 특이했다. '여수룬'은 성경에 나오는 말로 ‘온전하고 의로운 자, 올바른 자, 곧은 사람.’으로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 속에 있는이스라엘 민족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카페를 운영하는 동생의 큰오빠가 처음 카페 자리 땅을 사고 식물원 이름을 고민할 때 큰 오빠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했다.
식물원은 550평 위에 지어진 건물로 첫 번째 방은 유리온실로 다양한 분재가 전시되어 있었다. 주로 철쭉 종류인데 일본 등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 많았고 친정어머니께서 40년 정도 키운 것도 있다고 했다. 오늘따라 꽃이 많이 피어서 정말 아름다웠다. 이렇게 다양한 철쭉꽃은 처음 보았다. 늘 길에서 보았던 영산홍과 알고 있는 철쭉이 아니었다. 사실 이 식물원 카페를 내게 된 것은 91세이신 친정어머니께서 늘 화초를 좋아해서 하우스를 지어 식물을 관리하셨는데 어머니를 위해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고 한다.
두 번째 방은 비닐하우스로 만들었는데 다육 식물이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화려한 다육 식물은 처음 보았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처음 보는 다육 식물이 많았다. 꽃이 핀 것도 있었고 화분에 심어졌지만, 대형 다육이도 있었다. 정말 오래 가꾼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못 키우는 것이 다육 식물이다. 어쩌다가 다육이를 선물 받으면 처음에는 잘 키우다가 서너 달 지나면 죽고 말았다. 그래서 다육이는 잘 키우지 않는다. 이렇게 싱싱하게 키우려면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다육 식물 방을 지나 카페로 갔다. 1층에는 작은 연못에 잉어가 헤엄치고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작지만 참 아름다운 방이었다. 한쪽 옆에는 다양한 선인장류가 자라고 있었다. 이 방을 보면 주인이 돈을 벌려고 차린 것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공간에 테이블이 몇 개 없었다. 그곳을 지나 카페로 올라갔다.
입장할 때 이곳은 5,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 입장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동생이 지난번에도 왔었기 때문에 이곳을 잘 알아서 커피와 샌드위치, 케이크를 주문했다. 주문한 빵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전망이 좋았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논에는 벼가 줄을 맞추어 심어져 있었다. 논을 바라보며 올해도 풍년이 들기를 기대해 본다.
비가 많이 내린다. 비가 안 오면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는데 참 아쉽다. 야외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네도 있는 잔디밭이 꽤 넓다. 쌍둥이 손자가 오면 신나게 뛰어놀 것 같다. 다음에 날씨 좋은 날 한 번 더 와야겠다. 샌드위치는 보통 먹는 맛이었지만 한라봉 케이크가 너무 맛있었다.
같이 간 동생과 커피를 마시며 이 얘기 저 얘기하며 있는데 사장님인 동생이 커피를 들고 왔다. 원래 오후에 출근해서 마무리하고 퇴근한다고 한다. 식물원을 만들게 된 동기를 듣고 리모델링하며 업자와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4월 벚꽃 필 때 맞추어 개업했는데 비가 와서 벚꽃이 며칠 못 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맞다. 올해는 벚꽃을 3일 정도 본 것 같다. 어린이날 연휴에도 비가 오더니, 이번 연휴에도 비가 내린다. 카페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날씨가 야속할 것 같다.
그래도 짧은 기간이지만 단골손님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한번 다녀간 분이 다른 지인들을 모시고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식물을 좋아하시는 분은 더 그럴 것 같다. 나도 다음에는 다육이 키우는 OO와 함께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냥 가기 서운하여 동생과 화분을 골랐다. 동생은 야생화와 화분 몇 개를 샀고 나는 '밴쿠버 제라늄'을 예쁜 화분에 심어서 가지고 왔다. '밴쿠버 제라늄'은 잎이 단풍나무 잎처럼 생겼다. 며칠 전에 꽃집에서 제라늄을 사서 화분에 심었는데 꽃이 피어 예쁘다. 옆에 나란히 두면 될 것 같다.
비가 계속 내린다. 비 오는 휴일이지만 좋은 카페에 가서 차도 마시고 오랜만에 개업한 동생도 축하해 주어 기분이 참 좋다. 다음에 날씨 좋은 날 시간 내어 다시 꽃구경하러 가야겠다. 굉장히 넓은 식물원을 운영하려면 힘이 많이 들 것 같다. 힘든 일을 해보지 않은 동생인데 까맣게 탄 팔과 발을 보며 사업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님을 느꼈다. 친정어머니가 91세지만 아직 건강하고 여자 자매들이 도와주고 있어 지금은 의지가 많이 된다고 한다. 친정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며 좋아하시는 화초를 가꾸시길 바란다고 한다. 아직 사업 초기라 신경 써야 할 일도 많겠지만, 욕심부리지 말고 한 가지씩 천천히 해결하라고 응원해 주었다.
건강하게 카페 운영을 잘하여 동생도 행복하고 함께 도와주는 가족도 행복하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행복하였으면 좋겠다. 오늘 카페 나들이로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