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둥이가 6시 30분에 안방으로 와서 깨운다.
"할머니,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할머니 졸린데 7시에 일어나면 안 될까?"
둥이가 일어나라고 손을 잡아 끈다. 거실에 나가서 불을 켜고 창밖을 보니 베란다 난간에 빗방울이 맺혀있다.
"할머니, 비가 와서 오늘 능내 공원에 못 가요?"
"비가 와서 못 갈 것 같은데."
"할머니, 비 그치고 해님 나오라고 기도해 주세요."
"우리 같이 기도할까? 그러면 하나님이 비 그치게 해 줄 것 같은데."
연우와 비가 그쳐서 능내 공원에 민들레 보러 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둥이 아빠한테 오늘 비가 오니 둥이 데리고 일산 롯데 백화점에 가자고 말했다. 둥이 어린이날 선물로 매년 옷을 사 주었기 때문에 이번 주에는 백화점에 꼭 가야 한다. 일산 롯데백화점에서 이혜연 작가님이 전시회를 하고 있어서 꼭 가보고 싶었다. 둥이 옷도 사고 전시회도 참석하면 좋을 것 같았다.
작은 아들이 둥이가 기침을 하니 둥이 데리고 병원에 다녀올 테니 엄마 아빠는 백화점에 다녀오라고 한다. 둥이 아침을 먹이고 씻겨서 옷을 입혀서 병원에 보내고 나도 외출 준비를 하였다. 브런치에서 글벗으로 만나 서로 글 읽어주고 댓글로만 소통했는데 직접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꼭 애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렜다.
남편과 일산으로 출발하는데 아직 비가 내린다. 이 정도의 비는 오히려 운치가 있고 좋았다. 길가의 가로수가 제법 초록옷이 많이 입혀졌다. 싱그럽다. 일산대교를 지나서 일산으로 접어들었다. 혹시 몰라서 작가님 글에 일산 간다고 댓글로 올렸더니 작가님도 출발했다고 하셨다. 댓글을 올리길 잘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브런치 답글을 보니 30분 정도 걸리신다고 하셨다. 7층에 올라가서 둥이 옷을 골랐다. 원하는 캉골 매장이 없어서 몇 군데 매장을 둘러보다가 맘에 드는 옷을 발견하였다. 여름옷 두 벌과 여름 점퍼를 하나씩 사서 양말과 예쁘게 포장하고 1층 전시실로 내려갔다.
그린블라우스를 입었다고 하셔서 바로 알아보았다. 작은 꽃다발을 드렸다. 그림처럼 정말 아름다우신 분이었다. 커피를 사주셔서 케이크와 먹으며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처음 만났는데도 오래전에 만났던 아는 여동생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그림앞에서 기념 촬영도 하고 그림도 감상하였다. 그림을 모르는 내가 보아도 브런치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색감도 예쁘도 훌륭했다. 에코백을 선물로 주셔서 며느리 것 두 개를 사 가자고 왔다. 집에 와서 보니 너무 예뻤다. 이렇게 예쁜 에코백은 처음 보았다. 어느 명품백보다 더 맘에 들었다. 앞으로 늘 예쁘게 잘 들고 다닐 것 같다.
둥이가 집에 있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행복했다. 둥이 옷도 사고 글벗님이신 작가님도 만나고 작가님 작품 에코백도 선물 받아서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었다.기도 덕분인지 백화점을 빠져나오니 비가 그쳐 있었다.
오다가 둥이가 좋아하는 돈가스를 포장해서 집에 도착했다. 둥이가 낮잠을 자고 있어서 조심해서 들어가서 사 온 물건을 정리하였다.
오늘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저녁에 둥이 재우고 카톡으로 찍은 사진을 보내드렸다. 사진이 조금 아쉬웠다. 사진작가님이 쑥스러웠는지 사진을 잘 찍지 못한 것 같다. 키 크고 날씬하게 찍어 주어야 하는데 위에서 찍어서 영 안 예쁘다. 그러면 어떤가. 오늘 좋아하는 예쁜 작가님을 만나러 함께 가준 것이 감사한 일이지.
포장해 온 돈가스로 둥이와 일찍 저녁을 먹고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했다. 오늘은 올 들어 가장 행복한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