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Feb 09. 2023

43년 지기 오공주의 수다


43년 지기 오공주 친구가 있다. 오늘 1년 만에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인천 2호선, 공항철도, 9호선 그리고 마지막 4호선, 지하철을 여러 번 바꿔 타고 사당역 12번 출구에 있는 파스텔 시티로 향했다. 다행히 평일 오전시간이라 지하철은 붐비지 않고 여유가 있었다. 서서 가기도 하고 앉아서 가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그저 빨리 도착했으면 하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오공주는 지금 사는 곳이 동서남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중간 지점으로 약속 장소를 잡았다. 우린 만날 때 주로 교대역이나 사당역쯤으로 잡는다.    

 

지난해 9월 중순 경에 퇴직한 나를 축하해 준다고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친구 한 명이 밀대로 거실 물걸레 청소를 하다가 걸레에서 나온 물기를 밟고 그대로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어 허리를 크게 다쳤다. 요추 압박  골절이라고 했다. 병원에 3주 입원하고 퇴원했는데 허리에 압박붕대를 감고 3개월을 지내야 한다고 했다. 퇴원해서도 잘 걷지 못해 아직 휠체어를 타고 통원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한다. 카톡에

"친구들아, 화장실 앞에 물기가 있는지 살피고 조심해. 그리고 발에 묻은 물기도 꼭 닦고 나오고. 나도 물기가 있는지 모르고 미끄러져서 이렇게 되었어."

그러며 골다공증 검사도 꼭 해보고 치료하라고 한다.     


괜찮겠다 싶어서 12월에 만날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직은 집 앞 평지만 30분 정도 걷기 연습 중이라고 한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걸 안 해 봐서 겁이 난다고 했다. 1월 말에 친구가 많이 좋아졌는지  궁금하여 카톡을 하였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만날 날짜를 잡아서 오늘 거의 1년 만에 오공주가 만나게 되었다.             

 


우리 오공주는 발령 동기이다. 교대를 다닐 때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다. 첫 발령을 받고 교육지원청에 모였는데 우리 다섯 명이 같은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세 명은 4학년 담임을, 두 명은 5학년 담임으로 배정되었다. 키도 고만고만하고 성격도 다 좋아서 누구 한 사람 튀지 않았다. 성격이 잘 맞았다. 퇴근 시간에는 교문 앞에서라도 얼굴을 야 헤어질 정도로 붙어 다녔다. 우리가 따로 다니면 선배 선생님께서 다른 병아리들 어디 가고 혼자 다니냐고 할 정도였다. 나와 두 친구는 보이 스카우트 부대장이 되었고 두 명은 걸스카우트 부대장이 되었다. 방과 후 스카우트 행사도 늘 같이 하였다.     


친구 두 명은 서울이 집이었는데 공교롭게 여고 동창이었고 난 강릉, 한 친구는 춘천 그리고 한 명은 광주에서 여고를 나왔다. 첫 학교에서 나와 친구 한 명이 결혼하였고 세 명은 다음 학교에서 결혼을 하였다. 이상하게 부부교사는 한 커플밖에 없었다. 지금은 부부교사가 많지만 그 시절만 해도 부부교사를 선호하지 않았다.


두 번째 학교는 모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지만 집들이, 아이 백일, 돌 등 가족 행사에 늘 함께 하며 우정을 이어 나갔다. 결혼하고 집을 사고 이사하며 우린 동서남북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집을 사서 이사할 때는 각자 멀리 살았지만 꼭 집들이에 가서 축하해 주었다. 아이들이 크면서 1년에 몇 번씩 주기적으로 만났다. 그러며 지금까지 43년 동안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오공주 중 두 명이 10년 전쯤 평교사로 명예퇴직을 하였다. 한 명은 조금 늦게 교감이 되었는데 교감 3년 하고 관리자에 별 매력을 못 느껴서 명예퇴직을 하였다. 또 한 명은 가장 먼저 교감이 되고 초빙교장으로 승진하였는데 정년 2년을 남기고 교장으로 명예퇴직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작년 8월 말에 내가 정년퇴직을 하며 오공주의 교직 생활을 마감하였다.     


지난달 1월 둘째 주에 오공주 중 한 친구가 부부동반으로 세 팀이 강릉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지난번 만났을 때 혹시 강릉 가면 우리 집에 묵어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친정집이 비어 있으면 이용해도 되는지 전화가 왔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비어 있으니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며 혹시 불편할 것 같으면 강릉에 펜션을 하는 사촌 여동생이 있어서 펜션도 소개해 주었다. 같이 가는 팀과 의논했는데 우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고 해서 주차하는 곳, 집 열쇠 등 안내해 주었다. 처음 여행계획은 4박 5일로 세웠는데 폭설 예보가 있어서 3박 4일을 우리 집에서 묵으며 잘 보내고 왔다고 한다.     


친구 한 명은 가평에 세컨드하우스가 있어서 혹시 놀러 가려면 미리 전화하고 그곳을

이용하라고 했다. 다른 친구 한 명이 아들 며느리 손자를 데리고 가서 1박을 잘하고 왔다고 한다. 43년 지기 오공주 친구는 이렇게 지금도 서로 소통하고 도움을 주며 잘 살고 있다. 아마 따뜻한 봄에 가평에서 모여 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점심시간이 많이 붐빌 것 같아서 조금 일찍 11시 30분에 만났다. 예약을 안 하고 2층 만남의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른 친구들도 마음은 같기에 모두 일찍 나왔다.

사당역 파스텔 시티에는 음식점이 많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을까 잠시 의논하고 우리는 사보텐 돈가스 집으로 갔다.

사보텐 겨울 특선 메뉴


점심을 먹고 카페로 옮겨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하였다. 요추 압박 골절을 당한 친구의 치료기, 지난가을 친정엄마를 하늘나라에 보낸 친구의 사모곡을 들었다. 강릉으로 부부동반 여행 갔던 친구의 여행기와 나의 시간 강사 출근기도 나눴다. 부부교사로 함께 퇴직한 친구의 공방 운영도 나누며 몇 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더군다나 다섯 명중 세 명이 쌍둥이 할머니라 손주 육아 이야기도 많이 하였다.


오래된 친구이고 같은 길을 걸었기에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하다. 오랜만에 수다를 실컷 떨어서 그런 지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퇴직 축하금도 많이 주어 이 돈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이다. 그냥 생활비로 쓰면 안 될 것 같다. 뭐라도 기념이 되거나 의미 있는 일에 써야 할 것 같다. 금방 헤어졌는데 벌써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다음 만남에도 오공주 모두 행복 보따리 가득 채워서 왔으면 좋겠다.

이전 13화 골프로 맺어진 15년 우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