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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7. 2023

9개월 만에 걷는 장한 손자

"준우가 오늘 열한 발짝 걸었어요. 이렇게 빨리 걷는 아가는 준우가 처음입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사진과 함께 올려주신 글이다.


태명이 찰떡이었던 준우는 6월 8일이 9개월이 되는 날이다. 2022년 9월 8일에 태어났다.


출산예정일 1주일 전에 병원에 다녀와서 며느리가 전화를 했다. 찰떡이가 아직 나올 준비를 안 한다고 한다. 엄마 뱃속이 너무 좋은가 보다. 아무래도 날짜 다 지켜 출산 예정일 딱 맞추어 나올 것 같다.

"찰떡아, 많이 보고 싶지만 조금만 기다릴게. 엄마와 찰떡이 모두 건강하게 순산하길 할머니는 매일 기도한단다."


작년 9월 일이다.

9월 2일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진통이 오지 않아 병원 검진 후 9월 6일에 입원 예약을 하고 주말을 보냈다. 아기가 크면 출산할 때 산모가 많이 힘들 텐데 걱정이 되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9월 6일에 입원했다고 연락이 왔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안심을 시켜주긴 했지만, 큰며느리와 아들이 걱정이 되어 권사회와 교구에 중보 기도 부탁을 하였다. 산모도 건강하고 찰떡이도 건강하게 만나기를 기도하였다.


입원하고 큰며느리는 링거를 꽂고 큰 아들과 계속 병원 복도를 걸었다. 그러나 찰떡이는 엄마 배에서 꼼짝을 안해 유도 분만까지 했지만, 어려워 결국 수술하게 되었다. 드디어 8일 0시 40분에 3.6킬로 왕자님이 태어났다. 머리숱도 많고 한 달은 지난 아기처럼 똘똘하였다.

'요즘 아기들은 뱃속에서 조기교육 받고 나온다.'라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예정일을 넘겨서 태어나서인지 준우는 우유도 잘 먹고 쑥쑥 자랐다. 배밀이도 빨리 하고 뒤집기도 다른 아기보다 일찍 하였다.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자마자 어찌나 잘 먹는지 먹여주는 엄마 손이 느린 것만 같았다. 이유식을 입에 넣어주면 다음 숟가락을 뜨기 전에 바로 먹어치웠다. 몸무게도 래 아기 중에 상위 5% 안에 든다고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소파를 잡고 일어섰다고 하더니 조금 지나자 물건을 잡고 옆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기지 않고 걷기를 먼저 하였다. 그러더니 8개월이 지나고 기기 시작했는데 기는 모습이 참 엉거주춤하였다 두 무릎을 땅에 번갈아 대며 기어야 하는데 한쪽 무릎을 살쩍 들고 기었다.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바빠졌다. 6월 들어서서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준우가 한 발짝 걸었다고 하셨다. 언제 걸을까 기다렸는데 드디어 6월 13일에 열한 발짝을 걸었다고 였다. 아직 준우도 조심해서 걸으려고 해서 더 이상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장하다.


준우 아빠도 아기 때 기지 않고 먼저 걸었다. 소파를 잡고 벽을 잡고 집안을 누볐다. 그러다 10개월 25일에 걷기 시작했다. 아빠도 빨리 걸은 셈이다. 준우 기는 모습이 예전 준우 아빠 어릴 때 기던 모습과 똑같다. 부전자전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준우가 성장이 빠른 것은 운동하는 엄마 아빠의 영향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엄마 아빠가 프로골퍼다. 다음으로는 예정일을 꽉 채워서 크게 태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우유와 이유식을 잘 먹어서 영양 상태가 좋은 것도 이유일 것 같다.

 


준우는 다운이를 좋아한다. 다운이는 에서 기르는 8살 강아지다. ‘아름다운’에서 따서 이름을 다운이라고 지었다. 다운이는 아주 순하고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준우 옆에서 준우가 노는 것을 지켜본다. 준우도 다운이가 있으면 안정적으로 잘 논다. 처음에는 신생아와 강아지를 함께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가 걱정을 조금 하였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다운이는 준우 물건도 밟지 않고 피해서 걸어 다녔다. 참 영리하다.


어린이집 친구들(오른쪽이 준우)

준우는 올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닌다. 9월부터 다닐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아기 한 명이 이사를 가는 바람에 자리가 있다고 예약해 놓은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어린이 집 보내긴 조금 빠른 것 같아 고민하다가 원하는 어린이집이라 자리 있을 때 보내기로 했다. 0세 반은 교사 한 명이 아기 3명을 돌본다. 선생님께서 정말 엄마 맘으로 잘 돌봐 주셔서 준우가 잘 따른다. 너무 감사하다.


사진의 아기 중 준우가 제일 어린데 가장 크다. 잡고 서는 것도 안정적이고 벌써 걷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닮아서 운동 신경이 좋은 것 같다. 가까이 살면 자주 볼 텐데 거의 두 달에 한 번 정도 보는 것 같다. 그래도 어린이 집에도 잘 다니고 튼튼하게 자라서 좋다. 잘 만나진 못하지만 영상통화도 하고 늘 사진과 영상을 봐서 그래도 낯설지 않다.


곧 만날 예정이라 가슴이 설렌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울까 벌써부터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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