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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ug 16. 2023

쌍둥이 손자 덕에 다녀온 롯데타워

8월 15일 광복절이다. 광복절 의미를 새겨야 하는 날인데 태극기 다는 걸로 내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저 달력에 있는 빨간 글씨가 반갑다. TV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시청하며 쌍둥이 손자가 오길 기다렸다.


어제 며느리한테서 전화가 왔다. 둥이가 롯데타워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롯데타워가 생긴 지 꽤 오래되었는데 나도 남편도 아직 다녀오지 못했다. 안 가본 곳이라 한번 다녀오고 싶어서 함께 가자고 약속하였다.


산타워도 여러 번 다녀왔고, 63빌딩에도 많이 다녀왔다. 잠실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도 많이 다녀왔는데 롯데타워에는 가보지 못했다. 일부러  정도로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커피와 토스트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였다. 오늘이 공휴일이라 올림픽 도로가 많이 막힐 것을 각오하였다. 기하게 잠실 방향 도로는 히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쪽 길이 서행이다. 올림픽 도로를 달리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퇴직 전에는 출근길이는데 이젠 여행길이 되었다.


길 가장자리에 피어 있는 능소화와 배롱나무꽃을 보며 아직 여름이 머물러 있음을 느낀다. 광복절이라 그런지 흰색, 분홍색 무궁화꽃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우리 나라꽃 무궁화를 오늘 많이 본다.


둥이는 신났다. 가는 길에 63빌딩을 보고

"할머니, 63빌딩 몇 층이에요?"

"63빌딩이니까 63층이지."

"아닌데, 63빌딩은 60층이고 지하 3층까지 있어요."

"그렇구나, 지우 연우 똑똑하네."

난 63빌딩이 63층인지 알았다.


둥이는 핸드폰으로 지도검색을 하면 아파트와 건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동네 아파트 이름뿐만 아니라 서울의 다른 동네 아파트도 잘 안다. 참 신기하다. 한강대교쯤 갔는데 멀리 롯데타워가 릿하게 보인다. 롯데타워 꼬다리만 보인다며 좋아한다. 꼬다리란 말은 누구에게 배웠는지 잘도 써먹는다. 롯데타워가 크게 보이자 환호성이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롯데타워에 빨리 도착했다. 문제는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지하 6층 주차장 중 주차 가능한 곳이 지하 6층만 남아 있었다. 앞차를 따라 아주 천천히 내려가는데 둥이가 지루한가 보다.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는데 주차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였다. 하는 수 없이 둘째가 휴대용 소변기에 해결했다. 옛날 우리 아들 키울 때는 1,000밀리 우유팩을 말려서 가지고 다녔는데 휴대용 소변기가 생겨서 다행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 여행을 참 많이 다녀왔는데 세월이 빠르다. 내가 할머니가 되어 손주와 여행을 다닌다.


전망대 표 사는 곳을 찾아서 올라가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우리처럼 공휴일이라 시원하고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하러 온 사람일 거로 생각한다. 키오스크에서 전망대 표를 샀다. 며느리가 척척 잘했다.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18층까지 올라갔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사방이 막혀 있어서 밖은 보이지 않았다. 도착하는데 딱 1분 걸렸다.


118층에 도착하니 관람객이 많았다. 아이들과 온 부모가 많았다. 어, 텔레비전에서 본 스카우트 대원이 꽤 많이 보인다. 영국 대원들이다. 어른도 있고 학생들도 있다. 이상하게 반가웠다. 둥이는 신났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건물들을 신나서 살펴본다.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가 아주 작게 보였다. 남산타워도 보이고 지도에서 보았던 아파트도 찾아보며 신났다. 118층에 있는 스카이 데크에 올라가니 아래가 까마득하여 어지러웠다. 사진만 찍고 나왔다. 360도로 돌며 주변 건물을 구경할 수 있어서 천천히 한 바퀴 돌며 관람하였다.


119층에는 8월의 크리스마스로 꾸며 놓고 산타에게 보내는 우체통이 있었다. 엽서라도 쓰고 싶었지만, 둥이 데리고 구경하느라 사진만 찍었다. 120층에 올라가니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남학생이 피아노를 치고 일어섰다. 마침 사람이 없어서 둥이가 작은 별을 서툴게 쳤다. 실로폰으로 쳐 보았는데 잊지 않고 검지로 친다. 그래도 잘 쳤다. 할아버지가 둥이 피아노를 사주고 싶어 한다. 요즈음은 전자 피아노가 대세라고 한다. 며느리가 내년에 사 달라고 해서 사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둥이가 피아노를 치면 얼마나 귀여울까 벌써 기대된다.


120층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영국 스카우트 대원이 돌아가며 피아노를 고 박수로 환호하며 즐거워 보인다. 잼버리 기억은 잊고 한국에서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면 좋겠다. 나는 여행을 가면 기념품 사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이 롯데타워 미니어처를 두 개 사서 둥이네 하나 주고 나한테 준다. 2020년 1월 초 코로나 터지기 바로 전에 다녀왔던 부산 여행에서 방문했던 부산타워 미니어처랑 비슷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23층에 올라가니 식당이었다. 이곳에서 식사할까 했는데 아들이 롯데몰에 가면 식당이 있다고 했다. 둥이도 목마르다고 하고 힘든지 안아달라고 한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줄이 길다. 떼도 안 쓰고 여태까지 잘 견뎠다.


롯데몰 식당가에서 식사하고 조금 쉬었다. 공휴일이라 식당가에도 사람이 많아 대기줄이 길고 엘리베이터도 만원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삐 소리가 나서 며느리가 내렸다. 둥이가 내린 엄마가 걱정되나 보다. 엄마 언제 오냐고 자꾸 물어본다. 주차장에서 출차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둥이 눈이 스르르 감긴다. 집에 오는 길도 많이 막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오는 도중에 둥이가 깼다. 차 탈 때부터 할머니 집에서 놀다 가겠다고 떼를 쓴다. 집에 가서 씻고 내일 유치원 가야 해서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금요일에 오라고 했다. 우리를 내려주고 우는 둥이를 데리고 아들네가 돌아갔다.


둥이와 어딜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둥이 손잡고 롯데 타워를 구경하며 정말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로 보이는 건물이 성냥값처럼 작아 보였다. 오래전에 미국 뉴욕에 갔을 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간 적이 있었다. 84층과 102층에 전망대가 있었다. 오늘 123층까지 올라갔다 왔으니 방문한 전망대 중 가장 높은 곳에 다녀온 거다. 둥이 덕에 가고 싶었던 전망대도 다녀오고 소원도 풀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오면 어디 가고 싶은지 물어봐야겠다. 다음에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에 여행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부산타워/롯데타워 미니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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