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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2. 2023

김태희를 좋아하는 다섯 살 손자

사진출처 : 네이버


"엄마, 연우가 김태희 좋아해요."  

우리 집 다섯 살 손자 연우가 김태희를 좋아한다고 작은아들이 말했다.

"정말? 연우가 김태희를 어떻게 알아."

    

쌍둥이 손자는 네 살부터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도 쌍둥이는 거의 같은 반에 배치하기에 유치원에 입학할 때 같은 반으로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유치원에 입학할 때는 같은 반이었는데 중간에 분반하였다고 한다. 유치원 선생님께서 그러는 게 교육적으로 좋겠다고 하셔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유는 큰 손자 지우가 연우가 공부 시간에 돌아다니면 연우에게 신경 쓰느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했다.     


네 살 둘째 연우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려고 했다. 공부 시간에도 좋아하는 놀잇감이 있으면 거기서 놀았다. 지우가 걱정되어 동생을 챙기는 모양이다. 그건 기특하다. 1분 형이긴 하지만 형은 역시 형인가 보다. 걱정이 조금 되었지만, 다행스럽게 다섯 살이 되면서 수업 시간에 얌전하게 앉아서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다고 한다. 나이 한 살이 큰 것 같다. 엄마 아빠가 학부모 참관 수업을 다녀왔는데 연우가 선생님께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안심이 되었다고 한다.       


연우는 내가 머리를 묶거나 머리핀을 꽂으면 좋아한다.

"할머니, 머리 끈 안 해요?"

"할머니, 머리 끈 할까?"

"네!"

큰소리로 대답한다.     


유치원에 김태희라는 여자아이가 있다. 우리 연우가 좋아하는 친구라고 한다.

"연우야, 유치원에서 누가 좋아?"

"김태희가 좋아요."

"김태희가 왜 좋은데?"

"머리 끈 해서 예뻐요."

아무래도 연우는 머리를 예쁘게 하고 온 여자아이를 좋아하나 보다.     


쌍둥이 엄마 말에 의하면 유치원에서 연우가 김태희를 좋아한다고 했다.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께서 전화하셨는데 연우가 태희를 귀찮게 한다는 전화였다. 태희 머리를 자꾸 만진다고 태희 어머니께서 전화하셨다고 한다. 쌍둥이 엄마가 연우에게 태희 머리 왜 만지냐고 물어보니

"태희 머리에 있는 방울이 예뻐서 만졌어요."

"안돼! 친구 머리 만지면 친구가 싫어해. 친구 머리 만지면 안 돼."    

 

주의를 주었지만 태희가 예쁜 머리 끈을 하고 오면 연우가 살짝 만져 본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만지지 않도록 이야기하면 그다음에는 안 만진다고 한다. 집에서도 연우에게 태희 머리 만지지 말라고 자주 이야기해 주지만 걱정이 된다. 요즘 다른 친구의 몸을 만지는 것은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쌍둥이 손자가 우리 집에 올 때 가끔 고무줄로 앞머리를 묶고 올 때가 있다. 머리가 조금 길었을 때다. 귀엽다. 나도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묶어준 적이 있어서 며느리 마음을 안다. 아들만 둘이다 보면 여자아이처럼 머리를 묶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쌍둥이 손자는 고무줄로 머리 묶는 것을 좋아한다. 고무줄이 풀어지면 가지고 와서 묶어달라고 한다.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 옷 가게에 걸려 있는 원피스를 보면 사고 싶었다. 하지만 입힐 수 있는 딸이 없어서 쳐다보기만 하였다. 나중에는 남동생 둘이 모두 딸을 낳아서 고모인 내가 원피스를 사서 조카에게 입혔다. 쌍둥이 엄마도 내 마음과 같을 것 같다. 둘째 아들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약간 중성 옷차림을 해주었다. 늘 모자를 옷과 맞추어 씌었다. 멜빵바지에 예쁜 티셔츠를 입혔다. 둘째 아들 별명이 '캡 보이'가 되었다. 학교에 갈 때도 모자를 쓰고 갔고, 외출할 때도 꼭 모자를 썼다. 습관이 참 무섭다. 결국 캡 보이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모자를 벗었다.     


우리 반에 키가 큰 남학생이 있다. 늘 말이 많고 다른 사람 참견을 많이 하여 자주 주의를 듣는다. 국어 시간에 친구에게 편지 쓰기를 했는데 우리 반에서 제일 작은 여학생에게 편지를 썼다. 키는 작지만, 줄넘기도 잘하고 참 야무진 친구다. 남학생에게 살짝 물어보았더니 같은 유치원에 다녔다고 한다. 그러며 좋아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좋아하는 감정은 어려도 자연스럽게 생기나 보다. 우리 연우도 머리핀 때문인지는 몰라도 태희가 좋다고 한다. 이름이 탤런트 김태희와 똑같아서 처음 작은아들이 김태희 좋아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귀여운 연우가 그 감정이 언제까지 갈까 궁금하다.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쌍둥이 손자를 본다. 벌써 여자 친구를 좋아하면 엄마가 많이 서운해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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