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일(7월 10일)에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그렇게 많이 쏟아지는지 모르고 보통의 작은 우산을 들고 출근하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밖을 보니 바람도 불고 장난이 아니었다. 다시 올라가서 큰 우산으로 바꾸어 올까 하다가 전철역까지만 가면 될 것 같아 그냥 나갔다.
완전 장대비였다. 아파트 벚나무길을 지날 때는 나무가 비를 막아주어 괜찮았다. 벚나무길을 벗어나자 빗소리가 요란했다. 에코백을 어깨에 메고 가능하면 가방이 젖지 않도록 우산을 머리 가까이에 썼다. 요즘 출근할 때 주로 에코백을 가지고 다닌다. 퇴근하며 슈퍼에서 장을 봐 오기도 해서 편리하다. 약속이 있는 날만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 전철역까지는 멀지 않아서 옷이 그리 젖지 않았다.
학교까지는 세 정거장이라 전철에서 내려서 나갔는데 아뿔싸 출발할 때보다 비가 더 세차게 내렸다. 몇몇 분이 빗속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나는지 그대로 서 있었다. 나도 잠시 장대비를 쳐다보고 서 있다가 지각하면 안 되기에 작은 우산을 들고 빗속으로 들어갔다. 전철역에서 학교까지는 얼마 안 되기에 우산을 몸에 밀착하고 걸었다. 5분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바지 아랫부분이 다 젖었다.
오후에 가족 톡에 며느리가
"오늘 복날이라는데 보양식 드셨어요?"
초복 이야기하다가 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오늘이 초복이었다.
"비가 하루종일 오네~ 아침에 바지 아래가 다 젖었는데 집에 갈 때 한 번 더 젖겠어."
라고 올렸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비 오는 날 여성분들이 장화 많이 신던데 장화 사줄까?"
"좋지요."
신발 사이즈까지 알려주었었는데 잊고 있었다.
오늘은 퇴근 시간이 맞아서 남편과 전철역에서 만나서 함께 퇴근하였다. 퇴근했는데 문 앞에 택배 상자 두 개가 놓여있었다. 하나는 어제 홈쇼핑 보다가 남편이 주문한 바닷가재이고, 하나는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고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 집 남편 같은 사람이 있어서 홈쇼핑이 잘 될 거로 생각한다. 옷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는데 커다란 장화가 있었다. 진갈색 장화였다. 신어보았더니 잘 맞았다. 그런데 색깔도 내가 싫어하는 색이고 너무 긴 장화여서 마음에 안 들었다. 더워 보이고 걷기도 불편할 것 같았다.
"내 장화를 사려면 나한테 물어보고 주문하지."
남편이 화요일에 쿠O에서 주문하였다고 한다. 다른 색도 있냐고 물어보니 블랙과 딥그레이가 있다고 했다. 딥그레이로 교환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안 신을 것 같아서 반품하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패션 장화도 많은데 하필 말 장화 같은 걸 주문했나 싶었다.
남편은 가끔 물어보지 않고 홈쇼핑을 보다가도 내 옷을 주문해 준다.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고 사주면 좋은데 도착해서야 알게 된다. 마음에 들 때도 있지만 마음에 안 들어도 성의가 괘씸해서 그냥 입는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에 들어야 옷도, 신발도 잘 착용한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성의로 한 두 번 입고 안 입게 되어 아깝다.
장화는 자주 신는 것이 아니라서 한 번 사면 오래 신을 것이라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고 싶다. 남편에게 반품이 가능하면 반품 신청하라고 했다. 쿠O에 전화했더니 반송료 6,000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남편이 순간 기분이 안 좋아진 것 같다. 매달 월정 회비를 받으면서 반품비를 따로 받는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6,000원이면 좀 많은 것 같았다.
남편이 비 오는 날 바지 젖었다는 말을 듣고 생각해서 사준 장화였는데 많이 미안했다. 옷이 젖지 않으려면 긴 장화를 신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냥 신는다고 할 걸 그랬나 잠시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여름에 몇 번이나 신을지 모르지만 긴 장화를 신발장에 그냥 세워 두는 것보다 반품하길 잘했다.
이제 비 오는 날 사람들 발만 볼 것 같다. 어떤 장화를 신고 다니는지 나도 남편도 관찰하게 될 거다. 올여름 장화를 다시 사게 될지 모르지만 가볍고 너무 길지 않은 예쁜 장화를 사고 싶다. 그래도 내 생각을 해준 남편이 무척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