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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pr 18. 2024

4월엔 두 발 아프도록 꽃 길 걷자

이해인 수녀님의 <4월의 시>를 읽고 깨닫게 된 것

필사 노트


가끔 시를 필사한다. 4월 초에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을 필사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사계절의 기도>에 들어 있는 '4월의 기도'이다. 이 시를 읽다가 가슴이 뭉클해졌다. 실은 3월에 감기로 고생했기에 요즘 어디 나가는 것도 귀찮게 생각했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그러시며 '두 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 볼랍니다'라고 하셨다. 이 시구 한 줄로 4월에 부지런히 꽃구경하러 다녔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건강할 때 부지런히 꽃구경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고운 향기 맡을 수 있음에 감격하며, 봄꽃 가득한 4월에 살아있음에 감동하며 꽃구경 다니리라 마음먹었다.

4월초 강화도 고려산에서

4월에는 정말 열심히 다녔다. 발이 부르트지는 않았으나 다리가 조금 아프긴 했다. 4월 초에는 소래 포구 카페에도 다녀왔고 강화도 고려산에도 다녀왔다. 친구 만나러 먼 곳으로 꽃구경도 갔지만, 아파트 둘레길도 걷고 가까운 곳에 있는 근린공원에서도 꽃구경을 하였다. 온 세상이 꽃동네니 어디를 가든 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잠실 석촌호수 벚꽃 구경


4월 둘째 주 월요일에는 지하철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잠실 석촌호수 벚꽃 구경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멀어서 망설였으나 좋은 분도 만나고 꽃구경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아침에 서둘러 출발했다. 오늘은 성수동에 사시는 브런치 작가님이 초대해 주셔서 가게 되었다. 지하철을  번 갈아탔으나 환승하는 곳이 복잡하지 않다. 석촌역은 김포공항에서 9호선 급행을 타니 중간에 환승하지 않고 바로 갈 수 있었다. 


4월 8일 석촌호수 벚꽃

석촌역에서 작가님을 만나서 석촌호수로 향했다. 벚꽃이 만발하여 호수와 어우러져서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다. 월요일데도 사람이 많았다. 마 주말에는 굉장했을 거다. 그중에 외국인도 많아서 이곳이 핫플레이스임을 느꼈다. 정말 오길 잘했다. 안 왔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호수 옆에 있는 건물 10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작가님이 센스 있게 가 자리로 예약해 두어 석촌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무릉도원에 와 있는 것 같았다. 건너다 보이는 롯데 월드 놀이공원과 롯데타워가 어우러져서 동화 속으로 들어온 것도 같았다. 그냥 앉아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었다.



점심 먹고 내려와서 본격적으로 호수 둘레를 산책했다. 산책하는 사람이 많아서 부딪힐까 봐 조심하며 걸었다. 벚꽃은 이번 주까지 필 것 같다. 벚꽃이 지면 피려고 영산홍이 분홍 꽃봉오리를 삐죽 내밀며 누군가를 유혹하려는지 대기하고 있다. 영산홍은 다른 색깔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라.  



넓은 호수 주변에 빽빽하게 핀 벚꽃이 복잡한 세상과 분리된 듯 한가로웠다. 모든 시름 잊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며 고운 벚꽃에 흠뻑 취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나 혼자 보고 온 것이 미안해서 영산홍 만발할 때 가족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초대해 준 작가님이 고맙다. 작가님 덕분에 행복하게 봄나들이를 했다. 몸은 조금 피곤했으나 마음만은 큰 부자가 되었다.



꽃구경으로 발은 아프지만 마음은 봄꽃처럼 훈훈하다


4월에는 발이 부르트도록 꽃길을 걸으려고 마음먹었다. 물론 아파트 주변 공원도 걷고 아파트 둘레 길도 걸었다. 주변의 봄 풍경도 예쁘지만, 새로운 곳에 가면 또 다른 감동을 받는다. 가기 전부터 기대가 되어 가슴이 설렌다. 그곳은 어떤 모습으로 감동을 줄지 상상하며 가는 동안마저 행복하다.


여고 동창 네 명이 2월에 만났었다.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두 명은 거의 30년 만에 만났다. 그래도 고향 친구라서 어색하지 않았다. 2월에 만났을 때 더 나이 들기 전에 가끔 만나서 미술관도 가고 오페라 공연도 관람하자고 했다. 첫 번째 만남은 과천에서 만나 미술관과 대공원 산책길을 걷자고 했다.  그 약속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과천대공원에는 가지 못하고 갑자기 가락시장역 근처에 사는 친구 집으로 가기로 했다.



2시간 정도 걸리는 먼 길이지만 마다하지 않고 출발했다. 전철 차창 밖으로 펼쳐진 연녹색 나뭇잎이 정말 예뻤다. 비를 머금어서 그런지 초록이 더 싱싱해 보였다. 역에 도착하여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는데 은행나무의 연두색 잎이 예뻐 자꾸 쳐다보았다. 꽃보다 잎이 예쁘면 나이 든 거라고 한다. 아기 손 같은 단풍잎도, 연한 녹색의 나뭇잎들도 어찌나 예쁜 지 몇 번이나 카메라에 담았다. 봄은 어딜 가도 좋다. 


4월이 벌써 반이 지났다. 15일 동안 정말 발이 부르트도록 다녔다. 온 세상이 꽃 잔치라서 어디를 가든 꽃을 볼 수 있었다. 개나리가 목련이 벚꽃이 피고 졌다. 요즘 영산홍이 피기 시작했고 라일락도 진한 향기를 날리며 피기 시작했다. 하얀 쌀알 같은 조팝나무도 꽃망울을 터트려주었다. 분홍색 박태기나무는 또 얼마나 예쁜가. 길가에는 민들레와 냉이꽃, 꽃마리가 늘 반겨준다.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주변의 모든 것을 살피고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라일락과 조팝나무
박태기 나무

내일도 내 것이 아니고 내년 봄은 너무 멀기에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리라. 아직 남아 있는 봄날에 또 다른 꽃길을 걸으며 가장 젊은 오늘을 즐겨야겠다. 꽃을 많이 보아서인지 내 마음이 꽃처럼 훈훈해지고 여유가 있다. 많이 걸었더니 그토록 빠지지 않던 살도 빠져서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꽃물로 물들여져서 예뻐진 것 같다. 요즘 화낼 일이 없어졌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그렇다. 봄 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좋다. 


아직 남아 있는 4월에도 걸으며 마음에 꽃물 가득 채우리라. 가장 소중한 지금,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일도 꽃길 걸어야겠다. 꽃길 걸으며 몸 건강, 마음 건강 챙겨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4월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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