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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16. 2022

특별한 선물

지나온 길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여라

직접 만든 부채 선물

‘지나온 길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여라.’   

  

부채에 쓰여있는 글이다. 부채는 지인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만들어 주신 특별한  퇴직선물이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선물이라 너무 감사하다.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랑 글을 새겨 넣었을까. 5년 반 동안의 만남 가운데 내 마음을 너무 잘 아셔서 이렇게 예쁜 작품을 만들어 주신 것 같다. 솜씨가 너무 좋다고 말씀드리니 캘리그래피를 배우셨다고 한다. 역시 부지런하신 분이구나 생각했다. 여름마다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잘 쓸 거다. 부채를 볼 때마다 고마운 분이 생각날 것이다. 해 드린 것도 없고 도움만 많이 받은 분인데 떠나는 길에 주신 선물이라 더 고맙다.   

“그동안 감사합니다. 부채 덕에 시원하게 여름 잘 지내겠습니다.”     



선물은 언제 받아도 기분 좋다. 특히 정성이 들어간 선물은 감동적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을 땐 더 행복하다. 우린 기념일에 주로 선물한다. 생일, 어버이날, 어린이날, 결혼기념일 그리고 추석이나 설날에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은 받을 때도 좋지만 줄 때도 행복한 것 같다. 선물을 준비하는 동안 받을 사람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취향이 어떤지, 평소에 액세서리를 좋아하는지, 스카프는 어떤 색이 어울릴지 등. 그러다가 정하지 못할 때는 그냥 현금을 예쁜 봉투에 넣어서 짧은 편지와 함께 준다. 특히 나는 며느리 선물 고를 때 신경을 많이 쓴다. 가끔 현금만 주는 것보다 뭐라도 좋아하는 것을 사서 함께 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교환할 수 있는지를 꼭 물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교환하라고 말하고 준다. 대부분 현금을 줄 때가 많다. 현금은 조금 성의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필요한 것을 사면 되니까 합리적인 선물인 것 같긴 하다.     



지난 4월 5일은 결혼 39주년이었다. ‘인생을 심는다.’는 의미로 1983년 4월 5일 식목일에 결혼하였다. 예전에는 식목일이 휴일이어서 결혼기념일에 쉬어서 좋았는데 요즈음은 휴일이 아니라서 아쉽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내년이 40주년이라 리마인드 웨딩을 계획하고 있어서 올해는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저녁에 짝꿍이랑 그냥 간단하게 기념만해야지 생각하며 퇴근하였는데 짝꿍이 벌써 와 있었다. 예전 같으면 좋은 곳에 가서 식사도 하였을 텐데 3월부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할 때라 음식점에 가는 것조차 어렵던 시기였다.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여 간단하게 상을 차리고 있는데 짝꿍이 잠깐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결혼기념일 꽃다발

손에는 장미꽃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그것도 장미꽃 39송이다. 결혼 39주년이라 장미꽃 39송이를 준비한 것 같다. 예전에 40살 생일 때도 장미 40송이 꽃다발을 주어 감동을 준 적이 있었지만 이번 결혼기념일엔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올해 당신 퇴직이라 많이 서운할 것 같아서.”

올여름에 그동안 몸담고 있던 학교를 떠나기에 나를 생각해서 준비했다고 한다. 아마 내가 퇴직을 앞두고 많이 서운해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는 마음인 것 같았다.

"그냥 장미꽃 한 송이도 좋은데~"


사실 꽃다발은 받는 순간만 좋다. 꽃병에 꽂아두었다가 버릴 때도 귀찮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고맙지만 아깝기도 했다. 하지만 짝꿍의 마음을 아는지라 고마운 마음에 울컥했다. 집 근처 꽃집에 장미가 많지 않아 여러 군데를 돌아 준비하였다고 한다. 젊은 사람 같으면 인터넷으로 준비하였을 텐데 그 정성에 감동이 되었다. 장미 39송이 꽃바구니는 두 달 정도 발코니 테이블에 두고 보다가 안개꽃이 자꾸 떨어져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았다. 그날 꽃바구니와 함께 받은 목걸이는 마음에 들어 요즘도 자주 착용한다. 그래도 나이 들면 남편이 최고인 것 같다. 올해는 내가 멋진 선물을 받았으니 내년에는 내가 좋은 것을 선물해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잘해줘야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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