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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23. 2022

십자가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

손자 이야기


우리 집 보물 1호 쌍둥이 손주가 3주 만에 이번 주 주말에 왔다. 그동안 내가 장염에 걸렸었고, 퇴직 연수를 다녀오느라 엄마 좀 쉬라고 아들이 주말에 혼자 둥이를 돌봤다.

“금요일은 검단 가는 날

둥이는 우리 집에 오는 걸 좋아한다. 아마 할머니가 편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둥이는 나를 ‘검단 할머니’, 외할머니를 ‘동양동 할머니’로 부른다. 예전에는 친할머니, 외할머니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요즘은 친가, 외가 의미보다는 사는 곳을 넣어 대부분 그렇게 부른다. 그게 맞는 것 같다. 굳이 아이들에게 친할머니, 외할머니 편 가르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키도 좀 큰 것 같고 말솜씨도 늘었다. 말이 느려 언어치료도 받았지만 요즈음 못 하는 말이 없다. 방에서 할머니를 자꾸 부른다. 도움을 달라는 신호인데 내가 부엌에서 말이 없자

 “할머니, 왜 말 안 하는 거예요?

라고 하며 대답을 재촉한다.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질문하며 심심할 틈을 안 준다.     



둥이는 1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쌍둥이인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형 지우가 조금 더 컸다. 지금도 키는 2센티 정도, 몸무게는 1킬로 500그램 정도 차이가 난다. 이목구비는 비슷하지만 머리 모양이 다르고 눈이 지우가 조금 커서 우린 쉽게 구분한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둘이 똑같다고 한다.


 둥이는 식성도 다르고 성향도 달라 노는 것도 다르다. 지우는 아예 과일도 안 먹고 오직 밥과 치즈, 우유와 고구마 요플레만 먹는다. 고구마 요플레는 고구마를 에어프라이에 구워서 으깬 후 플레인 요구르트와 섞어서 점심에 꼭 먹이는 우리 집 개발 간식이다. 과자도 아기 때 먹었던 떡 뻥과 비슷한 뻥튀기는 먹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스낵 등 다른 과자는 안 먹는다. 물론 피자, 케이크 등도 안 먹고 쥬스 등 청량 음료도 안 마신다. 아기였을 때 과일을 주면 안 먹어서 잘 먹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그때 안 먹어도 자꾸 먹도록 도전할 걸 후회된다. 크면 잘 먹어야 할 텐데 편식할까 봐 걱정도 된다. 다행스럽게 둘째 연우는 바나나도 먹고, 귤도 먹는다.    

  


우리 집 거실 정면 왼쪽 벽에 십자가가 걸려 있다. 둥이가 사물을 인식할 때쯤 손으로 십자가를 가리키며

 “아~”라고 말해

 “십자가, 예수님.” 이렇게 알려주었다. 그땐 텔레비전, 소파, 식탁 등 보이는 대로 손으로 가리키며 물어보던 때라 이상할 것이 없었다. 물론 손으로 가리킬 때마다 반복해서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 후 두 돌쯤 되었을 때부터인지 조금씩 말을 시작할 때 승용차를 타고 갈 때마다 교회가 보이면 ‘십자가’를 가리키며 외쳤다. 마을마다 교회가 정말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달력, 책 등에서도 십자가를 용하게 찾아냈다. 그래도 그땐 십자가를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핸드폰을 좋아한다. 지하철에서도 식당에서도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 아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둥이도 핸드폰을 좋아한다. 연우는 핸드폰을 켜면

 “교-회!”를 먼저 외친다. 음성 검색을 하는 거다. 교회를 찾아 십자가를 보려는 거다. 이전에 음성 검색을 못할 때는

 “할머니, 불 켜진 십자가 찾아 주세요.”

 “할머니, 불 꺼진 십자가 찾아 주세요.”    

 

온통 교회만 검색하였다. 우리 동네, 둥이네 동네에 있는 교회 이름은 다 안다. 차를 타고 갈 때 지도에서 보았던 교회가 나오면 큰소리로 교회를 외친다. 블록 놀이를 할 때도 연우는 십자가만 만든다. 혼자 만들기 어려우면 우리한테 십자가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한다. 만든 십자가를 침대 위나 거실 장 위에 세워 놓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너무 좋아한다. 할아버지는 연우가 커서 목사님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너무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연우가 만든 십자가

   

봄에 영유아 검사를 하였는데 조금 염려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자폐성 지수가 평균보다는 낮지만 조금 높다는 거다. 너무 십자가에 집착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한다.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장난감도 주고 놀이터에도 데려가고 핸드폰도 많이 못하게 하지만 연우의 십자가 사랑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블록으로 만든 십자가를 놓지 못하고 어떤 날은 집에 갈 때 가져가기도 한다. 물론 책도 좋아하고, 피아노도 좋아하고 세계지도 퍼즐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십자가를 너무 좋아해서 지켜보고 있다. 이야기할 때 눈도 잘 맞추고 조근조근 이야기 하면 잘못도 인정하고 사과도 한다. 

생각 같아서는 오은영 박사님께 상담을 받아 보고 싶지만 예약해도 2년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린 연우가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긍정적인 보통의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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