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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ug 06. 2022

행복 더하기-여름휴가

통영, 진주, 거제 여행기

외도 보타니아 전망대에서

어렸을 때 소풍 가기 전날 엄마가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오늘은 일찍 자렴."

하며 재촉하던 기억은 모두 가지고 있을 거다. 엄마가 재촉해도 소풍 준비물을 넣었다 꺼냈다, 입고 갈 옷 챙기랴  분주했다. 일찍 자려고 해도 통 잠이 안 다.


8월 초 휴가 날짜가 다가왔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늦어도 6시 20분에는 출발을 해야 해서 꿍이 마처럼 재촉한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일찍 주무죠?"

일찍 누웠다. 하지만 소풍 가는 전날처럼 통 잠이 안 온다. 설레기 때문일까 기대가 크기 때문일까.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빗소리에 새벽에 깼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오늘 남해는 비가 안 올까.

서둘러 준비하고 캐리어를 끌고 우산을 쓰고 무섭게 내리는 비를 뚫고 집을 나섰다.



 2019년 추석에 북경 여행을 다녀오며 이제부터 여행은 짝꿍과 가기로 다짐했었다. 이번 휴가는 교총 회원들을 위한 힐링 연수에 참가하기로 했다. 정말 퇴직 전 마지막 연수이다. 요즘 거의 모든 것에 마지막이란 의미를 부여한다. 곧 그 말도 안 쓰게 되겠지만~ 좋은 것은 가족도 함께 갈 수 있다는 거다. 여행지는 진주, 거제, 통영으로 짝꿍도 가보고 싶은 곳이라 기대가 된다.


아침 8시에 광화문에서 전세버스를 탔다. 교대역에서 다른 회원들을 마저 태우고 진주로 출발했다. 휴가철이라 길이 많이 막힐 것을 각오했지만 버스 전용도로로 달려서인지 4시간 30분 만에  진주에 도착했다. 점심 먹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점심 메뉴는 냉면으로 하연옥이란 냉면집에 갔다. 주차하려는 차들이 길게 서 있는 걸 보니 맛집임에 틀림없었다. 예약도 안 되는 집이라 대기줄이 길다. 쪽 창구에 이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좌석 배치하는 곳'

대기하는 곳에 푹신한 소파가 넓게 놓여 있었다. 조금 기다린 후에 좌석을 배치받아 냉면과 육전을 먹었다. "냉면으로 배 채우긴 처음이다." 라고 말한다. 양이 정말 많았고 맛도 있었다. 줄 서는 집은 다 이유가 있구나.


진주성 촉성루와 국립진주박물관 내 거북선 모형

첫 번째 일정으로 진주성을 방문했다. 화려한 배롱나무꽃과 매미소리가 먼저 반겨주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쏟아지던 폭우는 깨끗하게 멈추고 대신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푹푹 찐다는 말이 딱 맞는 날씨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촉석루에 신발을 벗고 오르자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남강을 타고 불어왔다. 돗자리라도 깔고 해질 때까지 누워있고 싶었다.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반대편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임진왜란 때 사용했던 무기와 북선 모형을 보며 지난 주말에 관람했던 '한산, 용의 출현'의 감동이 살아났다.


통영 케이블카-미륵산 중턱까지 구름이 덮었다

진주성을 뒤로하고 4월 말에 다녀왔던 통영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지난번 통영 연수와 겹치는 곳이 케이블카뿐이라 너무 다행이다. 비 갠 후라서 그런지 케이블카로 미륵산을 오르는데 구름 속을 뚫고 지나갔다. 운치는 있었지만 미륵산 정상에서 통영의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해도 계절, 날씨, 함께 간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에 같은 곳을 여러 번 방문해도 좋은 것 같다. 지난 번에 방문한 곳이라 익숙한 느낌도 반갑고 친근하게 여겨져서 좋았다.



두 번째 날은 거제 일정이었다.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 거제는 오래전에 방문한 적이 있지만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어 기대가 많이 된다.

폭염경보가 내려져서 너무 더웠지만 부지런히 다니며 눈과 가슴에 담았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 공원

거제 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 때 사로잡힌 조선인민군, 중공군, 빨치산 등을 수용했던 시설이다. 가장 많을 때는 15만 3,000명까지 수용했었다고 한다. 가기 전에는 실내인 줄 알았는데 산 중턱에 위치한 유적 공원은 그 규모가 대단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관람할 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안 맞아 도보로 땀 흘리며 둘러보았다. 그 많은 포로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교육시키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포로들은 자유가 없었으니 더 힘들었을 테고. 한국 전쟁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바람의 언덕 풍차

포로수용소를 뒤로 하고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으로 이동했다. 바람의 언덕 가는 길은 덥고도 너무 더워 중간에 아이스 아메리카를 한잔 마시고야 발걸음이 떼어졌다. 휴가철이라 사람이 북적였다. 바람의 언덕 풍차는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예뻤다. 차도 풍차였지만 바람의 언덕 아래 바다색이 너무 예쁘다. 물에 청록색 잉크를 풀어놓은 것처럼 예뻐 자꾸 바라본다. 거기다가 구름이 떠있는 하늘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거제 외도 보타니아

너무 더워 구조라 해변 산책은 패스하고 카페에서 쉬었다가 유람선을 타고 외도로 향했다. 바다의 금강산인 해금강 절경을 보며 1시간 정도 걸려서 도 보타니아에 도착했다.

도 보타니아는 섬 전체가 정원으로 가꿔져 있었다. 주제별로 다른 나무와 식물이 심어져 있고 어느 곳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나무 전지를 너무 멋지게 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마치 막 헤어숍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다. 정원 입구부터 왠지 스페인이 생각나는 건 무엇 때문일까? 타일로 장식한 쉼터(?)는 바르셀로나의 구엘공원이 연상되고 입구의 병풍 같은 뾰족한 나무는 알함브라 궁전의 입구 사이프러스 나무 정원 생각났다. 꼭대기쯤에 있는 비너스 정원도 알함브라 궁전의 중앙 정원이 연상되었다. 이 느낌은 나만 그런 걸까.

언덕이 많아 힘들었지만 안 보고 가면 후회될 것 같아 관람로를 따라 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부부의 노력으로 섬 전체를 이렇게 멋진 정원으로 가꾸었다니 너무 놀라웠다.

폭염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린 하루였지만 거제의 다양한 매력에 빠진 하루였다.


동피랑 벽화 마을

휴가 마지막 날, 지난번 통영 연수 후 다음에 통영을 방문하면 꼭 가보고 싶었던 동피랑 벽화 마을 가는 날이다. 벽화 마을이라고 하니 어떤 그림으로 방문객을 사로잡을까 기대가 된다. 동피랑은 동쪽 벼랑이라는 지역 방언이라고 한다. 오목조목 골목을 오르며 벽화를 감상해야 하지만 더운 날씨 탓에 친절하신 버스 기사님이 마을 위쪽에서 내려주셔서 오르는 것은 생략하고 반대로 내려오며 벽화를 감상했다.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자기 멋을 자랑하며 마을 벼랑 담에 그려져 있었다.  전망대까지 오르며 벽화를 감상하니 마음이 부자 된 기분이다.

마지막 오찬으로 굴요리 전문점 영빈관에서 굴 정식을 먹고 즐거운 맘으로 서울로 향했다.


2박 3일 휴가를 잘 보내고 행복 하나를 더했다. 이 으로 남은  2022년도 잘 살아내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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