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 주에 휴가를 다녀왔다. 여름휴가는 피서(避暑)간다고도 말한다. 피서는 ‘더위를 피하여 시원한 곳으로 옮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너무 더워서 1년 동안 흘릴 땀을 다 흘린 것 같다. 이렇게 가장 더운 8월에 꼭 휴가를 가야 할까 의문이 생겼다.
사람들은 좋은 계절을 두고 왜 가장 더울 때 휴가를 갈까 생각해 보았다. 7, 8월이 되면 만나는 사람마다
"휴가 어디로 가세요?"
"휴가 다녀오셨어요."
라고 묻는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휴가 가야 하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여름이 일하기에 너무 더웠다. 에어컨이 없어서 선풍기나 부채에 의존해야 했다. 학교도 너무 더워 수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7월 중순이 되면 꼭 여름방학을 하였다. 아이들과 한 달을 집에 있다 보면 힘들었을 것 같다. 휴가를 가면 그래도 그 기간 동안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계곡으로, 바다로, 시골로 떠났다. 물놀이도 하고 곤충채집도 하며 며칠은 재미있게 보낸다. 개학을 하거나 회사에 복귀하면 휴가 이야기로 신났고 그 기운으로 다시 집중할 수가 있었다.
거제 신선대
거제 외도 가는길 -해금강
코로나 이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휴가를 떠났다. 가기 전부터 그 나라를 검색하며 여행안내 책자도 사서 읽고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벅찼다. 해외여행을 계약하는 순간부터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렸다. 입을 옷을 준비하고 반찬도 조금 사며 준비하는 시간도 너무 좋았다. 혹시 빠뜨린 것이 있을까 봐 여러 번 점검하며 여행 날짜가 오길 기다렸다. 해외여행 기간 동안 새로운 유적지를 가고, 좋은 경치를 보며 즐거웠다. 하지만 몇 시간씩 타는 버스와 새벽부터 일어나 이동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이제 해외여행도 자유여행으로 가고 싶다. 여러 나라에 발 도장을 찍기보다는 한 나라를 깊이 느끼고 오고 싶다. 이럴 때는 딸이 있어야 하는데~. 없는 딸을 어쩌겠어.
여행에서 돌아올 때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 우리나라가 최고야. 휴게소 화장실이 얼마나 잘 되어 있니. 공짜고"
하며 애국심이 솟구쳤다.
2022년,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도 학교도 에어컨이 빵빵해서 근무하고 공부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우리 집보다 더 시원하다.
이제 여름휴가를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게 일하고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에 휴가를 떠나면 어떨까.
난 그러고 싶다. 가장 더운 8월에 휴가 가기 싫다. 휴가가 편하고 여유 있어야지 가는 곳마다 붐비고 복잡하여 사진 한 장 찍기도 어려운 그런 휴가는 이제 안 가고 싶다. 휴가를 다녀와서
‘집에 있는 것이 가장 편하다.' 그렇게 말하는 휴가도 이제 끝내고 싶다.
해 주는 것 먹어서 더 맛있고, 청소 안 해도 되고, 일어나고 싶을 때 여유 있게 일어나 가고 싶은 곳 가는 그런 휴가를 즐기고 싶다.
매번 휴가를 다녀오면 힘들어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었다. 다음 휴가는 '휴가 가서 힘들었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을 그런 휴가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