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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Jul 21. 2022

도전! 다리 찢기

-마음이 찢어지네요.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종종 희한한 것들이 발견된다. 그중 ‘다리 찢기’는 나의 오래된 숙원이다.    

  

이 열망의 시작은 내가 유치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에게는 정말 예쁜 베프가 있었다. 선생님들은 내 친구한테는 늘 예쁘다고 칭찬해주고 옆에 있는 나에게는 똑똑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아마 예쁜 애를 칭찬해주고 나니 옆에도 애가 하나 더 있고, 뭔가 말해줘야 할 듯해서 찾아낸 칭찬거리가 아니었을까. 나는 예쁜 그 친구를 몹시도 좋아했지만 늘 그 아이처럼 예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것은 질투였을까? 아니면 선망?      

유치원 재롱 잔치 때 그 친구는 발레를 했더랬다. 발레복은 생각보다 예뻤다. 나도 친구와 함께 발레를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다리가 찢어지지를 않았다. 어느 날 선생님이 나의 다리를 찢어보기 위해 다리를 벌리고 앉은 나의 상체를 눌러보았다.

‘뚜둑~’

다리가 벌어지기는커녕 나의 관절에서는 엄한 소리만 났다.  그 소리를 들은 선생님은 얼굴이 퍼레졌고, 그 후 아무도 나의 다리 찢기를 도와주지 않았다.

다리 찢기가 되지 않았기에, 나는 발레에 끼지 못하고 전통 무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지만 나의 눈은 반짝거리는 발레복을 입은 친구를 부러운 눈으로 좇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가 예쁘게 발레복을 차려 입고 무대에서 춤추는 것을 보았을 때 나의 열망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저걸 해보리라. 다리를 쫙쫙 벌리고.      


그러나 길고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나는 다리를 찢지 못한다. 다리를 찢어야 골반이 유연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골반이 유연해져야 몸매가 예뻐지고 병에 안 걸린다고 했던가. 무튼 다리 찢기에 성공하면 다 좋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유튜브를 뒤지고 따라 해 봐도 나는 다리가 찢어지기는커녕 비슷하게 포즈를 취할 수도 없었다.


아니, 내 골반이 다른 사람들의 골반이랑 다른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다 안 되는데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다리 찢기 때문에 온 인류를 의심해본다. 다 나한테 숨기는 거 있는 거지?     


‘이건 돈을 주고라도 배워야겠어.’라고 선포하자마자 모든 식구들이 나를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본다. ‘이젠 하다 못해 다리 찢기도 하겠다네.’ 하는 눈빛이다. 그래요. 나는 또 시작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도전한다.

      

얼마 전 정말 전직 체조 선수가 다리 찢기 강좌를 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찢어 볼 테다, 다리. 아니, 다들 하면 된다는데 내가 못할게 뭐야.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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