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신애 Jul 31. 2022

영어 교사의 중국어 도전기

-쉬웠을까요? 

나는 영어 교사다. 

그런데 최근 3년 동안 내가 가장 열심히 했던 것은 '중국어'공부와 운동이다.

요즘 한국어 강사 시험도 준비하고는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단연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중국어이다.


어째서, 나는 중국어를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을까?

무엇을 위하여, 나는 중국어를 배우는 것일까?


"중덕의 시작-중국 드라마"


나는 애초에 중국 드라마를 좋아했었다.

어린 시절 '소유붕', '임지령'등의 배우들을 좋아했었고, '포청천'도 굉장히 열심히 봤었다.

중국 드라마에는 뭔지 모를 '애절함'이 있었달까.



그리고 대학 시절에 내용이 결코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중국 영화를 조조로 세 번이나 봤다. 그 영화를 본 이유는 중국어가 노래하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높낮이가 묘하게 나를 사로잡아 눈을 감고 그 음성을 즐기기까지 했다.


그래서 대학 시절 중국어 강의를 등록하고 아주 잠시, 잠시 배웠으나 취미 생활을 즐길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삶은 매우 매우 바빴다. 그래서 나는 나의 바쁜 전성기 동안 내가 중국어를 배웠다는 것도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갑자기 모든 활동에서 고립되었다. 그 시기의 나는 아이 공부를 열심히 시키는데 매진했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있을 때면 나는 책을 보기보다 넷플릭스를 켜서 드라마를 검색하곤 했다. 세상의 그 모든 시름을 잊고 싶었다. 그중 내가 처음 접했던 드라마가 중국 드라마인 '三生三世十里桃花(삼생삼세 십리도화)'였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신선이 천년만년 살고, 사랑이 몇 백 년을 지속되었다. 그러나 나는 진짜가 아닌 이야기를 봄으로서 현실의 삶을 잠시라도 잊고 싶었다. 


나는 한 번 꽂힌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는 10번 이상, 부분 부분은 거의 100번을 보곤 한다. 집착적인 성격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그렇게 봤다. 이렇게 보고 나니 이제 대사가 들릴 지경이 되었다. 어느 부분에 어떤 말이 나오는지 기억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으로 언어가 완성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중국어에 친근함을 느끼고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로 외웠던 작품은 '锦衣之下'(금의지하)였다. 이건 처음에는 한국어 자막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중국어로 봤다. 물론 이해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기질적 특성상 나는 이해가 될 때까지 같은 드라마,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봤다. 이것도 100번. 그런 후 한글자막이 올라온 사이트를 결제했고, 나의 이해는 그때서야 완성되었다.


그걸로 중국어가 들리기 시작했을까? 그럴 리가. 중국 드라마는 친절하게 중국어로 자막이 달려서 나온다. 나는 모든 나의 한자 지식과 네이버 사전을 동원해가며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단어와 기본적으로 많이 나오는 문장들은 기억이 되었다. 나는 그래서 중국어도 영어처럼 듣고 말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크나큰 착각이었다. 


다음 드라마는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감독이었던 임옥분이 감독한 다른 작품 '宸汐缘’(신석연)이었다. 이 작품은 정말 중국어로 100번 넘게 장면과 대사를 외우도록 보았다. 그래서 중국어를 마스터했냐고? 천만, 만만의 콩떡이다. 그런데, 좋은 습관은 하나 건졌다. 드라마를 보면서 대사와 단어를 마음에 세기는 기술이다. 그래서 그 기술은 후에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



"중국어 선생님들의 반응-기초부터 하세요."


코로나 기간이라 어디 가서 배울 수도 없고, 그래서 인터넷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 결과 두 군데를 찾았는데, '중국어 덕후 박현정'선생님의 블로그와 '열공 중국어'카페의 '이정아'선생님 수업이었다. 그중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는 수업은 박현정 선생님의 수업이다. 현정 선생님은 나의 죽어가는 중국어를 거의 깨워 회생시켜주신 분이다. 지금도 나는 계속 현정 선생님 수업을 듣고 있고, 아마 선생님께서 그만두시지 않는 한 듣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이다.


이 두 분 중 박현정 선생님께서는 나의 취향과 딱 맞게 '중국 드라마'를 가지고 수업을 해주셔서 너무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정아 선생님은 매일매일 쓰기와 읽기를 매우 강조해 주셔서 읽는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분 모두 녹음 과제에서 나의 발음에 정말 놀라셨다.


"발음이 그렇게 굳어지면 나중에 못 고쳐요~"라고.


처음에 말했듯이 나는 영어교사고 언어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나의 발음은 엉망이었다.


권설음은 발음이 되지 않았고 성조는 엉망진창이었고 이중, 삼중 모음은 하나로 발음되고 있었다. 

슬픈 것은 나는 드라마를 보며 그냥 외웠기 때문에 나의 삘대로 그냥 말하고 있었다.

중국어는, 느낌대로 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었다.



"기초부터 다시!"


그냥 계속 수업을 진행하려니 너무 야단을 맞는 데다가, 선생님들이 한숨 쉬시는 것이 느껴져서 나는 두 갈래 길에 서게 되었다. 하나는 이 되지도 않는 중국어 공부를 그만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디 한 번 될 때까지 덤벼보는 것이었다.


나는 원래 그렇게 근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힘들면 도망치고 그만두기 일쑤였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살다 보니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직업도 여러 번 가지게 되고 나이가 들면서 그 누구보다 근성이 독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기초부터 하자고. 선생님 한숨은 덜 쉬게 해 드려야지.


특히 박현정 선생님께서는 근본과 기초 따위는 없는 심지어 얼굴도 못 본 제자를 위해서 틀린 발음 하나를 잡고도 진짜 10번 넘게 고쳐주셨다. 그렇게 고쳐주시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현정 선생님의 노고를 덜어드리고자 나는 기초로 돌아갔다.



"중국어 덕후 박현정 선생님 수업"


현정 선생님의 수업에 참여하다 보면 선생님이 정말로 중국어를 '너무나' 잘하시는 것 외에도 '너무나' 중국어를 좋아하고 계시다는 것을 확 느낄 수 있다. 발음 교정도 예리하시고 절대 이상한 발음을 넘어가지 않으시고 될 때까지 봐주신다. 나는 영어교사라 사실 대충 넘어가도 될 것을 그렇게 열심히 봐주시는 현정 선생님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함을 늘 느끼며 수업했다.


나의 노력을 입증해주는 두 권의 노트이다. 이후는 A4로 철해서 진행하고 있다.


처음 접했던 '일일중국어'

현정 선생님은 처음에 초급 수업이 없었다. 그래서 그중에서 가장 쉬웠던 '일일중국어'로 수업을 시작했다. 이 수업에서는 드라마의 대화 몇 줄을 가지고 씨름을 시작했다. 분명 설명해주실 때는 이해했고, 나는 분명 같은 소리를 낸다고 내는데, 머리와 입이 따로 노는지 발음이 제일 안된다. 머리로 이해하는 건 또 빨리되서 배우지 않았는데 쓰고 읽다 보니 문법적인 것들과 단어는 발음보다 빨리 배우게 되었다.


'드라마 중국어'


드라마 '致我们暖暖的小时光'으로 나의 첫 드라마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주로 내가 재미있게 본 작품들이 고장극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전화 중국어 할 때 내가 가끔 고장극의 단어를 써서 중국인 선생님이 빵 터지셨었다. 마치 우리가 그냥 대화할 때 '그대는 오늘 어떤 기분 이시오?' 하는 느낌이 아닐까 한다. 어쨌거나 현대극으로 많이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로는 현대극들도 재미있는 작품들을 많이 찾았다.


사진은 첫 번째가 대본과 단어이고, 두 번째가 배우고 난 후의 작문 연습이고, 마지막이 듣고 받아써 놓은 것이다.

듣기 처음 할 때는 정말 들리는 게 없어서 중국어 할 줄 아는 친구한테 전화 걸어서 들려주고 써보라고 한 적도 있었다. 처음에 너무 들리는 게 없어서 듣기에 백지를 내면 왠지 부끄러워서 어떻게라도 뭐든 써보려고 그랬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 남주의 발음은 정말 초짜인 내 귀에는 들리지를 않았다.

나의 실력은 두 번째 펭수 공책에서 조금 나아지기 시작한다. 선생님께서 내 발음을 놔두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셨는지 나는 진도를 나가지 말고 틀린 발음을 될 때까지 고쳐주셨다. 이 작업을 거친 후 나는 좀 깨달았다. 아. 나 다 틀렸구나.

두 번째 드라마 理智派生活이다. 여기서도 다른 건 다 좋아지는데, 읽을 때가 가장 힘들다. 한 번 제출할 때 20번도 넘게 녹음했는데, 거의 1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였다. 녹음하고 듣고, 또 하고 듣고. 그런데도 계속 틀렸다. 

이후에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一生一世로 공부했다. 그 후에 현정 선생님이 바로 이 '일생일세'의 전생 편이며 내가 가장 많이 울면서 본 고장극 周生如古로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이때부터는 노트에는 듣기랑 '하루 한마디'중국어만 적고 이렇게 표지 해놓고 철하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녹음하면서 이번에는 고장극이라 어디서 끊어 읽는지도 어려웠고, 사자성어가 줄줄 나오는 것도 힘들고. 정말 내가 고장극 수업을 왜 하자고 했을까 후회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수업 끝나고 나니 고장극 볼 때 무슨 얘기하는지 구조가 파악이 되어서 엄청 뿌듯했다. 아, 물론 그 후로 고장극이 술술 이해가 다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다음 시작한, 바로 지금 하고 있는 대본은 '原来我喜欢你'라는 작품인데, 내가 재미있게 보기도 했지만, 주생 여고 한 다음부터는 읽기가 좀 쉬워지고 녹음하는 시간이 훨씬 줄었다. 아직도 10번은 읽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30분 안짝으로 녹음이 끝난다. 


'뉴스 중국어'

아직 중국어는 내게 너무나 어렵다. 모르는 단어는 산더미이고 읽기는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가 조금 쉽게 느껴지기 시작한 다음에 나의 목표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뉴스를 정복. 뉴스 지문은 드라마와 달리 자꾸 전체적인 문장보다 단어 단어에 집중하여 읽게 되어서 어색하게 읽는다. 좀 자연스럽게 좀 읽고 싶은데, 뉴스만 들어가면 성조에 신경 쓰느라 이게 말인지 국어책 낭독시간인지.  다음 목표가 생겼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도전!


'이정아 선생님의 매일 한 문장'

매일 새벽에 일어났을 때나 자기 전 일정한 시간에 정아 선생님의 매일 한 구절의 글을 따라 쓴다. 첫 번째 쓸 때는 따라 쓰고 두 번째에는 외워 쓴다. 지금은 小王子를 쓰고 있다. 매일매일 한 문장, 두 문장씩을 따라 쓰는 것이 문장 구조의 파악에도 도움이 되었다.


'책 옮겨 쓰고 해석하기'


정아 선생님과 수업할 때 썼던 문장 번역한 것과 수업 시 사용했었던 책이다.


나는 정아 선생님이 짧은 소설책으로 수업하셨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대만 작가의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면 감수성이 예민한 나는 눈물을 펑펑 흘리곤 했었다. 그날 읽을 내용을 미리 쓰고 해석해 놓는 것도 시키셨었는데, 이때 문법적인 부분도 도움이 많이 되었었다.


"문법 수업을 시작하다-차이티 선생님"

조금 정리가 되었지만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욕심인 법. 나는 중국어 문법을 제대로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만나게 된 것이 '차이티'선생님의 강의였다. 먼저는 기초 편을 들었고, 문법 편이 나오기를 거의 반년 기다려서 강의와 함께 신청하여 들었다. 이거 들으면서 작문 때 이해가 않갔었던 것들이 확 정리가 되어 기뻤다.


"우리차이나의 전화중국어"


나는 전화 중국어도 했다. 일단 배우니 써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누구랑 중국어로 이야기한담? 스스로와 대화해봤자 도움이 안 됨을 깨달은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해보기 위해 전화중국어를 신청했다.


우선 실전에서 써먹으니까 뿌듯함은 경험했지만, 현타가 온다. 말하고 싶은 게 술술 나오지를 않는다. 내가 너무 큰 걸 바랐나. 그래도 드라마 얘기, 가족들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단어가 가진 미세한 의미 차이라든지, 이런 건 안 쓴다던지 하는 것들을 배워나가게 되었다. 선생님이 매우 친절하시고 카톡으로도 중간중간 질문을 받아주셔서 나의 중국어 카톡 실력이 진화를 하게 되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통화하면서 설명할 것은 많은데 설명이 빨리 안되니까  중국어로 설명하다가 갑자기 미친 듯이 영어로 설명을 하게 되는 기이 현상도 겪었다.


"애플리케이션 중국어 학습-Super Chinese'


이 앱은 처음에 무상 체험으로 제공받았다. 우선 레벨테스트 보고 레벨에 맞게 진행하게 된다. 나름 실생활에 쓰이는 단어 중심이라서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녹음해서 발음도 봐주는데 만점은 원래 안 나오는 건지 내 발음이 구려서 그런 건지 만점은 진짜 받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80점  이상 나오면 그냥 넘어간다.'


단어 배열 문제도 나오고 단어 시험도 있고.

좀 여유 있을 때 이 앱 다시 써보고 싶다. 한참 세일했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돼서 못했다. 언젠가 다시 세일할 때 다시 사서 도전해보고 싶다.


쓰고 나니 나 참 엄청 많이도 했다. 이 모자란 제자를 거둬주신 선생님들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뿐이다. 


우선, 내가 중국어를 하면서 배운 것은,


첫째, 영어 가르칠 때 애들한테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나는 스스로 되묻는다. '너도 배우니까 잘 모르겠지? 발음 잘 안되지?' 

그래서  애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봐주려고 하고 있다.


둘째, 역시 언어는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는 것. 매일매일의 힘은 무시할 수가 없다.


셋째,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는 것. 

우선 내 경우는 '박현정 선생님'이 나의 중국어를 이끌어주신 분이시다. 

너무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있으면서도 계속 고쳐달라고 올릴 수밖에 없는 이 못난 제자를 용서해주소서.



나는 앞으로도 영어랑 중국어를 계속 꾸준히 배우고 싶다. 사실 요다음에 다른 언어도 배워보고 싶은데, 이렇게 재미있게 열심히 다시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되면 그때도 열정적으로 덤벼들어 보고 싶다. 


도전, 중국어. 

나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전 08화 도전! 다리 찢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