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없는 카페
우리 카페는 손님이 잘 오지 않는다. 아직 오픈한 지 3개월이 채 안 되었음에도, 개업 특수는 고사하고 주말에도 드문드문 손님이 찾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로변도 아닌 이면 도로 옆, 그것도 4층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라 걷다가 고개를 들어 (꽤 높이) 카페를 보고 마음이 동해 '저곳에서 커피를 마셔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여기까지 올라올 것이다. 이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건물 입구맡에 입간판을 세워두었지만 아무래도 길가에 줄지어 서있는 입간판들 사이에서 그리 눈에 띄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적자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유지비에도 한참 못 미치는 매출의 연속이다. 때문에 대표님은 원래 하시던 비즈니스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이곳의 적자를 메꾼다. 일개 아르바이트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카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으로 가끔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대표님도 현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만, 어차피 개업 후 당분간은 적자를 각오하고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 말에 나도 여유를 갖고 일하자는 생각이 들다가도, 손님이 오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면 다시 걱정이 차오르곤 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커피에 관심이 있어서 우리 카페에 방문했다면, 대부분은 한 번 더 방문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실제로도 우리 카페는 첫 방문 손님보다는 여러 번 방문한 단골손님이 더 많은 편이다. 원래 로스터리로 시작한 곳인 데다가 대표님의 커피에 대한 투자가 상당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스페셜티 커피의 생두 가격이 기본적으로 높기 때문에, 우리 카페의 커피는 프랜차이즈 커피보다 약간 비싸다. 특히 최근 많아진 저가 커피와는 가격 경쟁이 불가한데, 우리 카페 바로 앞에만 저가 커피 매장이 두 군데가 있다. 따라서 커피의 기능적인 효용-카페인의 충전-이 중요한 경우에는 우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상당히 비합리적인 소비가 된다.
물론 각자 커피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 카페에 방문했다가 만족스러웠다면 좋은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4층에 위치한 탓에 그 한 번의 방문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선택받을 기회도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재방문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 카페에 대한 인지와 첫 번째의 방문이 많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대표님께 넌지시 카페의 홍보 필요성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있다. 그때 대표님의 대답은 '홍보를 할 필요가 없어요'였다. 사실 홍보를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가격이나 편리성 측면에서 주변 카페들에 비해 열위인 편이라,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하지 않지만, 소소하게 주변에 알리는 정도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표님은 그것조차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셨다. 기존에 작은 규모로 하던 카페도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골손님 층을 만들어왔기에, 지금의 카페도 좀 더 긴 안목으로 천천히 가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카페 운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투자의 측면에서는 아마 빵점에 가까운 접근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표님은 애초 투자 수익을 목표로 이곳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라면서 이 공간을 만드신 걸까? 대표님의 말을 빌리자면 첫 번째로는 '동네 카페'로서 카페가 속한 이 동네와 함께 이야기를 쌓아가는 것, 두 번째로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좋은 시간을 선사하는 것이다. 커피가 좋아서 시작하신 것은 맞지만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비단 커피가 아니더라도, 그저 공간이 좋아서, 여기서 만난 사람과의 시간이 좋아서, 그 어떤 이유든지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커피의 매력에 좀 더 다가가게 되면 더 좋은 것이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우리의 방향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어느 정도 명확해지자, 어떤 식으로 일해야 할지도 더 명확해졌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몇 가지 업무 매뉴얼 위에서,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듯 이들을 대한다. 좋은 커피를 소개하되,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마시려고 내린 커피들을 조금씩 맛보기 용으로 권한다. 이렇게 일할 때 나도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손님들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아마도).
카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고삐를 조금 느슨히 잡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지금의 내 역량으로는 몰려드는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 현재의 접객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많은 주문을 처리하려면 매출이 천천히 늘어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어쨌든 보스가 비즈니스의 방향을 정했으니, 그대로 따를 뿐이다. 게다가 그 방향이 내 마음에도 쏙 들어 더할 나위 없다. 하긴 생각해 보면 그런 곳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곳의 단골이 되지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