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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12 신, 티타노마키아, 기간토마키아

by 야담



티타노마키아



티탄 신들의 시대가 지속되던 중,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여섯 명의 자식이 태어났다. 그러나 크로노스는 자신의 자식이 자신을 몰락시킬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태어나는 즉시 그들을 삼켜버렸다. 그의 자식들은 포세이돈,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였고 크로노스는 이들을 자신의 배 속에 가두었다. 그러나 레아는 막내인 제우스만큼은 지키고 싶어 가이아의 도움을 받아 크레타 섬의 동굴로 그를 피신시켰다.



레아는 강보로 바위를 감싸 크로노스에게 건네며 그것을 제우스라고 속였다. 크레타 섬에서 요정 아말테이아의 보호 아래 성장한 제우스는 훗날 자신의 형제들을 구하고 새로운 신들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하늘로 돌아가게 된다. 그는 이아페토스의 아내이자 질서와 정의의 여신인 테미스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그녀의 도움으로 크로노스에게 구토제가 든 음료를 먹여 그가 삼켰던 형제들을 모두 토해내게 했다.



이후 크로노스의 결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다는 설, 세계의 끝으로 보냈다는 설 등등. 이후에도 시간이 흐르며 생명체의 끝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세계의 끝으로 보냈다는 설이 옳은 것 같기도 하고, 더는 크로노스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다는 설이 옳은 것 같기도 하다.

크로노스를 로마에서는 사투르누스라 부른다. 이들은 동지를 사투르의 날이라 부르며 이는 크로노스의 날이라는 의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들의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올림포스 12 신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제우스는 형제들과 함께 크로노스를 비롯한 티탄들과 전쟁을 벌였으며, 이를 티타노마키아(Titanomachy)라고 한다. 이 전쟁은 신들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쟁 중 하나이며,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티타노마키아와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




티타노마키아는 올림포스 신들과 티탄들 간의 전쟁이었다. 제우스를 중심으로 한 신들은 크로노스와 그의 형제들에 대항하여 싸웠고, 그 과정에서 타르타로스 깊은 곳에 갇혀 있던 퀴클롭스와 헤카톤케이레스의 도움을 받았다. 이들은 제우스에게 번개, 하데스에게 투명 투구, 포세이돈에게 삼지창을 만들어 주었으며, 이 무기들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전쟁은 10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제우스를 포함한 올림포스 신들이 승리를 거두었다. 패배한 티탄들은 타르타로스로 추방되었으며, 크로노스 역시 세계의 끝으로 유배되거나 타르타로스에 갇혔다는 설이 있다. 이후 제우스는 올림포스를 자신의 왕국으로 삼고, 신들의 세계를 재편성했다.




올림포스 12 신과 새로운 신들의 질서




올림포스 신들이 티타노마키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제우스는 새로운 신들의 질서를 세우고 각 신들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이때 정립된 올림포스 12 신은 각기 다른 영역을 담당하며 세계를 다스리게 된다. 제우스(로마 신화: 유피테르)는 하늘과 기후, 법과 질서를 관장하는 최고의 신이다. 헤라(유노)는 신들의 여왕으로서 결혼과 가족의 수호자 역할을 맡는다. 포세이돈(넵튠)은 바다와 강, 지진을 다스리는 신이고, 데메테르(케레스)는 농경과 풍요를 담당하는 여신이다.



아테나(미네르바)는 지혜와 전략, 전쟁의 여신이며, 아폴론(아폴로)은 음악, 예언, 치유, 태양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쌍둥이 여동생 아르테미스(디아나)는 사냥과 달, 자연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아레스(마르스)는 전쟁과 파괴를 상징하는 신이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사랑과 미의 여신이다. 헤르메스(머큐리)는 신들의 전령이자 상업과 여행을 담당하며, 헤파이스토스(불카누스)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으로, 신들의 무기와 장비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디오니소스(바쿠스)는 술과 축제, 광기를 관장하는 신이다.



한편, 하데스는 지하 세계를 다스리는 신이지만 보통 올림포스 12 신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헤스티아가 포함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에서 신격화된 헤라클레스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올림포스 12 신의 구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문맥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제우스·포세이돈·하데스가 세계의 권한을 나눌 때 제비를 뽑아 각자의 영역을 정했다는 전승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권력의 분배가 일방적 강제나 폭력이 아닌 일정한 룰과 동등한 기회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상징성을 띠며, 일부에서는 이를 고대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권력의 질서가 자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이후 인간 사회의 제도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간토마키아 - 새로운 도전과 전쟁




티타노마키아 이후에도 신들의 세계는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 가이아는 올림포스 신들이 티탄들을 몰아낸 후 점점 강해지는 것이 불만이었고, 이에 반발하여 자신의 후손인 기간테스(Gigantes)들을 선동하여 전쟁을 일으켰다. 이를 기간토마키아(Gigantomachy)라고 한다.



이 전쟁에서 올림포스 신들은 인간 영웅 헤라클레스의 도움을 받아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신들의 시대가 단순히 신들의 영역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과 연결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올림포스 신들은 신과 인간의 경계를 점점 더 넘어서며, 신화 속 신들의 역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신화에서 문학으로




티타노마키아와 기간토마키아는 단지 고대 신화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권력 투쟁과 세대교체라는 보편적인 구조를 담고 있어 이후 수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에 반복적으로 변주되었다. 이러한 신화적 서사는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조지 오웰의 1984, 필립 풀먼의 황금 나침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등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며, 낡은 세계의 몰락과 새로운 질서의 등장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현대 문학에서도 이 같은 신화적 구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닐 게이먼의 아메리칸 갓이나 댄 시먼스의 일리움은 신들의 몰락과 인간 중심의 세계로의 전환을 통해 신성과 인간성의 경계가 흐려지는 과정을 탐색한다. 이와 같은 흐름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스타워즈, 어벤저스: 엔드게임, 매트릭스, 진격의 거인, 에반게리온 등은 신화적 세계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권력의 균열, 세대 간 충돌, 질서의 재편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엔트로피와 신들의 몰락




우리가 물리학에서 엔트로피를 '무질서의 증가'로 이해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한 혼돈이 아니라 구조가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마치 우주가 빅뱅 이후 단순한 입자들로 시작해 점점 더 많은 원소와 분자가 형성되고, 별과 은하가 만들어지면서 점점 더 복잡한 세계가 형성되는 것처럼, 신화 속에서도 신들의 관계와 역할이 확장되며 코스모스가 구축된다. 하지만 이 질서가 영원한 것은 아니며,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면 다시 혼돈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엔트로피 증가는 질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그 복잡성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면 기존의 구조가 붕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화 속에서 신들은 점점 더 많은 후손을 남기고, 세대가 지나면서 관계망이 점점 확대된다. 결국 신들의 세계는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지속적인 갈등과 균형의 붕괴가 반복되면서 기존의 신들이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라노스는 크로노스에게, 크로노스는 제우스에게 패배하는 과정이 이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신들의 창조가 코스모스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다면, 이후 신들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권력 투쟁이 반복되면서 결국 코스모스는 스스로 붕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이는 마치 물리학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한 끝에 도달하는 열적 죽음(heat death)과도 유사하다.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면 에너지가 균등하게 분배되고, 결국 더 이상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 과정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마치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처럼 아주 작은 무질서가 축적되며 점차 커져간다.



초기에는 단순한 갈등이나 충돌로 보이던 사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잡한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신화 속 신들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신들의 수가 많아지고, 혈연과 권력의 연결망이 얽히며 갈등이 반복되면서, 이 복잡성은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는다. 그렇게 형성된 질서는 오히려 스스로를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신들의 몰락과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불러온다.



질서는 계속해서 변화하며, 신화 속 신들의 탄생과 충돌, 몰락은 곧 엔트로피의 증가와 유사한 흐름을 갖는다. 신화 속 엔트로피 증가는 단순한 개체 수의 증가가 아니라 관계와 구조의 복잡성 증가를 의미한다. 결국, 신들은 점점 더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갈등을 겪으며 사라졌다. 신들의 존재가 점차 흐려지고 인간 중심의 세계로 넘어간 것은 하나의 균질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신들이 인간 세계에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진 것은, 질서와 구조가 극한까지 복잡해진 뒤 점차 분산되고 희미해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는 권력과 질서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며, 모든 존재는 필연적으로 엔트로피와 무질서를 향해 나아간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 이는 인간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창조되는 신화가 왜 현대에서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결론




올림포스 신들은 티탄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며 신화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대 역시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를 겪었다. 신화 속에서 신들의 전쟁은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질서의 재편과 세계의 변화 과정이었다. 티타노마키아와 기간토마키아는 신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며, 이는 다양한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결국, 신들의 이야기는 무한히 유지될 수 없는 질서의 필연적 운명을 보여준다. 모든 존재와 구조는 끊임없이 복잡해지고, 엔트로피가 증가하면서 무질서와 혼돈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바로 그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의미가 탄생한다. 신화 속 신들이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시대에 따라 해석되고 변형되듯, 우리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질서와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간다. 신화는 이제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엔트로피와 질서,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문화적 유산으로 남아 계속 재창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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