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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May 08. 2023

17.  가성비 4만 원 후아힌 골프장

everyday 로열 후아힌 골프클럽

후아힌으로 넘어오면서 메리어트를 숙소로 정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골프장이 가깝다는 것이다.


메리어트에서 골프장까지 차로 7분 거리.

아이들이 키즈클럽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 시간 동안골프장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골프장 예약은 한국 예약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구글 - 로열후아힌 홈페이지- LINE아이디를 추가해서 직접 채팅 예약을 진행했다.

늦은 밤 시간에도  응답이 빨랐다.


우리가 안내받은 프로모션은 14:00 이후 프로모션으로

1인당 모든 비용 포함해서 1000 THB(40,000 원)이었다.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추가 비용은 캐디팁으로 300 THB (9,000 원)만 지불하면 된다.


*캐디피는 골프장에 지불해야 하는 캐디 수수료이고, 캐디팁이 실질적 캐디에게 가는 비용이라고 할 수 있음으로 말 그대로 팁이라 생각해서

자율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금액은 저렴했지만, 그도 그럴 것이 14시 이후는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이라 누가 골프를 치겠는가...

그래서 프로모션인 것이다.     

우연한 기회로 골프를 배우긴 했지만, 이런 더운 날씨에 저렴한 시간을 선택해서 골프를 가야하나.


그래도 태국까지 힘들게 골프백을 갖고 온 남편과 함께 한번 가보기로 했다.

태국에서 ’Royal’ 이란 이름이 붙은 골프장은 왕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 아주 좋거나별로거나 둘 중 하나다.


로열 후아힌 골프 클럽은 시설과 잔디 관리가 한국 골퍼들에게 좋은 평을 받지 못한 곳이다.     


직접 방문해 보니, 클럽 하우스에 서양인만 가득하다. 이곳이 태국인지 호주 시골인지 타임슬립한 느낌이다.

아침 라운딩을 마치고 맥주 뒤풀이를 하고 있는 여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나도 은퇴후에는 꼭 이렇게 여유있는 삶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러니하게  루즈한 여행에서 강렬한 삶의 동기부여를 받았다.

 

골프장측에선 젊은 동양인 부부가 골프장에 나타난 것이 신기했는지, 골프장 매니저가 친히 나와서 명함까지 건네준다.

한국인이 태국 골프 시장의 큰 손님이라는 것을 아는 듯했다.  


12월의 치앙마이는 갑자기 몰려든 골퍼들로 첫 홀부터 카트 줄이 어마하다던데,

후아힌에서는 여유 있는 2인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

앞 팀의 호주 할아버지는 신장 190cm의 엄청 잘 치실 것 같은 피지컬을 갖고 계셔서

기대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헛! ...


폼이...

생전 한 번도 보지 못한 폼이다.

우리나라처럼 체계적으로 몇 개월 골프를 배우고 필드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인근에 골프장이 워낙 많으니 친구에게 배우고, 아빠에게 배우고  ‘자세’, ‘ 이론’을 떠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전수 되는 분위기라 오히려 한국인처럼 정교하게 골프를 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복장도 면 반바지에, 면 티, 캐주얼했다.


내가 첫 티샷을 했는데, 캐디 분들이 굿샷! 나이스샷!


하지만 나 같은 골린이 특징은 더위에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

거기다가 이 골프장의 특징은 골프에만 집중할 수 없다.  동물 농장이다.

어떤 홀에서는 개들이 6마리가 앉아있어서 드라이버로 조심스럽게 휘.. 휘... 쫓아내 보기도 하고,

어떤 홀은 원숭이 떼가 카트에서 내 사이다를 가져가기도 하고 그 밖에도 올빼미, 다람쥐 등     

태국 여행 중 가장 무서운 것이 개였는데, 이 곳에서 그동안 피해 다닌 개들을 다 만났다.

신기한 골프장 1일 경험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으나,

이곳은 후아힌 최저가 골프장이었다.

그 후로도 우린 매일 이 골프장만 왔다.


 ‘어떤 지역에 갔을 때 가장 저렴한 골프장을 먼저 가지 마라’라는 룰이 있다고 한다. 


저렴한 골프장이 그 지역 기준이 되면,

그 이상 금액이 위로 올라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인에게는 비선호 골프장일 수 있어도,

2인 플레이가 여유 있게 가능했고, 100년 이상 된 나무들은 수목원처럼 울창했다.


난 이거면 됐다.  

매일 골프 전지훈련하는 마음으로 14시에 땀 뻘뻘 골프 치고 밤엔 야시장에서  태국 음식을 즐겼다.

아이들과도 낮시간 시간 거리를 두니 오후에 만났을 때 서로가 반갑다.


장기간 여행에서는 서로의 시간과 거리를 두는 것이 가족간이라 할지라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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