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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Apr 26. 2023

8. 치앙마이 한인 숙소로 계획 변경한 이유

엄마는 맥주 마시고, 아이들은 수영하고.


건축가 유현준은  주거 공간의 폐쇄성이 더욱더 현대인을 고독 속에 가둔다고 했다.





치앙마이에서도 2주 차에 접어드니, 아침 외출후 호텔로 돌아와 객실 문을 닫으면 외부와 단절된 세계다.

저녁 먹으러 나가자고 하면, 아이들은 ‘포장’ 해오면 안 되냐고 답한다.


'공간'이 주는 행동영향력이 내 머릿속을 맴도는 중 마당이 있는 풀빌라 형태의 한인 숙소가 눈에 띄었다. 단층으로 이루어진 10개 남짓 방.

시내와 떨어져 있는 교외 지역이었다.

여행 계획 단계부터 알고 있던 숙소였지만,

해외에 갔는데 한국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일주일 간의 액티비티에 지치고,

아이들은 맛집 카페에도 관심이 없다 보니 구글 지도에 저장해둔 맛집은 제쳐두고

이 숙소에 가서 수영하고, 난 골프 연습하면서 시간 보내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다.

숙박비도 기존 예약 호텔의 50% 수준이었다.

  

*숙박 예약은 ‘Agoda.com’을 이용했고, 모든 예약은 가격 차이가 있더라도 ‘취소 가능’으로 예약해서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었다.  숙소에 따라 하루 전까지도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


이 숙소로 가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치앙마이 택시 환경이었다.

코로나19이후  준비 기간 없이 갑자기 몰려든 여행객으로 택시 공급이 수요를 받쳐주지 못했다.  


기사들은 가까운 거리(돈이 안 되는)는 아예 콜을 잡지 않고,  

가격을 20%씩 높여 불러도 잡힐까 말까 하다 보니,

매번 어디를 가더라도, 돌아오는 차편이 걱정되어 스트레스가 심했다.

 Grab, Volt, Indrive(태국 번호 필요함)을 돌아가면서 차를 잡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알차게 수능공부 하듯 정리한 빼곡한 내 노트를 내려놓았다.

한인 숙소로 가면, 사실상 치앙마이 투어 종료나 마찬가지.

느낌상 그곳에서는 어디론가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한인 숙소 사장님께서 근교 투어, 가까운 거리는 오고 가며 데려다준다고 말씀하셨지만,


'성수기 숙박객이 나 혼자가 아닌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다.


첫날 도착하고 분위기를 살펴보니, 역시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은 한 분, 숙박 가족은 10 가족인데 어찌 모든 이들의 필요에 따라 사장님께서 손과 발이 되어주실 수 있겠는가.


 

조식 먹고는 멍...


평화롭다.

(=할 것이 없다)


그래도 근처 태국 영어 선생님께 영어 수업을 해주신다기에 아이들은 그 곳에 가기로 했다.

다른 한국 아이들이 같이 가는 분위기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갔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매일 영어교실을 참여하며 오전 한 시간 나에게 자유 시간을 안겨주었다. (1시간 100THB, 약 4,000원)


영어교실 다녀오면  점심은 Grab으로 주문했다.

내가 Grab으로 주문하니, 다른 가족들이 신기해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이 곳에선 아무도 주문해보지 않으셨다고 했다.


갑자기 으쓱 해져서,  신입 인사겸 아이스커피를 주문배달해서 함께 커피타임을 가졌다.

우리 가족, 50대 부부, 70대 이모님, 골프 여행팀 등

대부분 한 달 단위 숙박을 하셔서 이곳의 이런저런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셨다.

(종종 외국 가족들도 1박 2일로 짧게 머물렀다)     


다른 분들은 부지런히 시내도 다녀오시고, 근교 카페도 다니시곤 했지만

교통수단이 없는 나로서는 웃으며 그들을 배웅할 뿐이다.


아이들도 갈 곳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가벼웠는지 어슬렁 마당을 걷기도 하고, 해먹 위에 누워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아이패드로 그림도 그리며 하루를 보냈다.

‘뭐, 이런 게 치앙마이지...’ 다 내려놓음...


지난주에 치열한 관광객 모드였기 때문에 이런 여유로움도 나쁘지 않았다.     

해먹에서 세상 제일 편하게 유튜브 시청 중

오후에 해가 나면 수영 타임이다.

숙소에 수영장이 있으니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수시로  마음껏 수영할 수 있었다.

물안경을 놓고 와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1층 숙소라 부담 없이 방에 다녀올 수 있었다.


아이들 잔심부름에도 흥얼거리며 여유 있게 걷는 날발견했다.     

수영장은 내가 들어가기엔 여전히 물이 차가웠다.

그래도 ‘라이프 가드’로 수영장 옆 테이블에서 보초 서며 ‘오 대단한데!’ ‘진짜 빠른데!’ 등의 감탄과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아이들은 관객이 있어야 한다.


지루함과 더위에 지칠 때면 Chang 맥주를 마셨다.     

이제 Chang맥주도 떨어져 가는데, 사장님과 언제 다시 시장에 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 방 가족이 외출에 돌아오며,


이런 날 보고

이따 밤에 시장에서 꼬치 사 와서 맥주 한잔 어떤지 제안을 하셨다.

‘좋.... 좋죠?’     

그들은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계급으로서,

인근 시장의 로컬 맛집을 자유롭게 누비는 분들이었다.     


이곳엔 계급이 있다.

1. 차 렌트

2. 오토바이 렌트

3. 이동수단 없으나, 영어로 앱 배달 가능

4. 이동수단 없고, 영어 소통도 어려움(....)    


이동 수단이 있는 그들 눈엔 엄마 혼자 아이 둘을 케어하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오죽했으면 혼자 수영장 옆에서 Chang맥주를 마시고 있을까.라고 생각하셨으려나.     


중국 거주할 때,  맥주가 500원 정도의 금액이라,

부담 없이 마시던 것이 습관이 되어 갈증에 마신 것뿐인데...

난 이미 불쌍의 아이콘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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