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복에 겨운 아이들
치앙마이는 태국 내 ‘교육 도시’로 불릴 정도로, 수준 높은 대학과 국제학교가 많다.
지인 중 아이 교육을 위해 [중국, 베트남, 태국 치앙마이] 국제학교를 거쳐간 분이 계신데,
치앙마이 국제 학교에 좋은 평가를 남기셨다.
태국은 태국어가 현지어이기 때문에,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달리 현지인 교사 비율이 적고, 이 점으로 인해 원어민 100%에 가까운 교사진을 갖추었다고 했다.
또한 치앙마이의 매력은 수준 높은 원어민 선생님 채용이 용이하다고 들었다.
*내가 외국인 교사여도, 살고 싶은 곳에서 Job을 구할 것 같다.
이런 교육 환경을 갖춘 치앙마이에서 국제학교 영어캠프 참가는 꽤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매 년 엄마의 휴양,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정기적으로 태국을 찾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캠프 수준은 ‘합격점’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 ‘항동’ 지역 내 위치한 국제 학교는 시내에서 30분가량 떨어져 있다.
우리는 서울 관광을 하고 싶은데, 캠프 장소는 판교에 있는 격이다.
캠프 비용도 생각보다 상당히 높았다.
지난 한 달 살기에서 캐나다까지 가는 비행기, 주거 비용이 높았다면,
치앙마이는 이 부분의 경비가 내려간 만큼,
그 이상으로 캠프 비용으로 전가되는 느낌이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나와 같은 비슷한 고민을 거쳐 시내 어학원으로 눈을 돌린다.
어학원은 1:1 수업, 한 시간 15,000원 이상 비용이다.
두 아이, 매일 수업이면 이역시도 제법 큰 금액이다.
치앙마이 저렴하다매...
게다가 3학년이 되는 둘째는 알파벳도 모르는 클린하고 퓨어한 상태라, 가성비가 떨어졌다.
알파벳 파닉스 책을 구입해 엄마와 집중 공부를 하기로 결정하고, 클라이밍, 수영, 집라인 등의 스포츠 액티비티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가 경험한 키즈 액티비티>
1. 클라이밍
산티탐 지역에서 30분 정도 택시로 이동한 곳은 자연과 현대적 요소가 공존했다.
-냉수가 나오는 실외 정수기 (선진국 공원에서 봄직한 모델)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스태프들
-클라이밍 이외에도 작은 놀이터와, 매점이 있어 클라이밍 이후에 한나절을 보낼 수 있었다.
100 THB (약 4,000 원)는 자유 클라이밍 이용권이고, 1회 체험 & 레슨권은 1,000 THB( 약 40,000 원)였다.
‘그럼 저희는 자유 이용권으로 할게요!’
그런데!
허리에 로프를 매고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슈슈슉- 내려오는 것은 레슨권 밖에 해당이 되지 않았다.
맨 몸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두 발짝도 이동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우린 클라이밍을 해본 적도 없다.
결국 1인 1,000 THB 레슨권으로 결제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왕 왔으니까. 여긴 치앙마이니까...
2. 쿠킹 클래스
태국 요리 쿠킹 클래스는 여행 초반 스케줄에 넣을 것을 추천한다.
앞으로 태국 여행 중 만나게 될 수많은 돔얌꿍, 팟타이, 망고 스티키라이스 등을 직접 만들어봄으로써 태국 요리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높일 수 있다.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태국 왔으면 ‘태국 음식’밖에 먹을 수 없다고 아이들에게 단단히 말해둔 터였다.
(태국와서 한식만 찾는다면 내가 도라도라~)
태국 내 액티비티 1 위인만큼, 군더더기가 없었다.
호텔 픽업, 전통 시장에서 재료 설명 및 장보기 (우린 망고 주스 사 먹기),
요리하며 사진 찍기, 정원에서 달걀 가져오기, 아이들은 쿠킹 클래스 정원에서 뛰어놀기 등을 해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업체마다 1인 1,000 THB(40,000 원) 정도 평균 금액은 비슷했다.
‘아이들도 비용이 같나요?’ 라고 여쭤보니,
VISITOR(방문객) 비용이 따로 있고, 방문객이 와도, 함께 요리를 도우며
먹을 수 있는 요리도 추가로 준다고 했다.
(오, 꽤 합리적이다)
아이들은 신나게 ‘꼬마 요리사’의 각오로 테이블 앞에 섰다.
그런데 요리 참여자에게만 도마와 칼을 제공해 주어
3명이 궁색하게 한 개의 도마 앞에 서 있는 꼴이 되었다.
한 명이 두부를 썰면 두 명은 그저 바라볼 뿐이다.
‘엄마, 저도 두부 자르고 싶어요...’
급하게 현장에서 추가 결제를 진행했다...
3인 3,000 THB(120,000원)
십!!십.... 이만 원........!!!
현금이 부족해 카드결제까지 했다.
3. 코끼리 보호소 (코끼리 산책 & 목욕)
음.
내돈 내고, 고생하는 체험이다.
과거 ‘태국 코끼리 라이딩’ 은 동물 보호에 반한다고 하여 사라졌다.
현재 코끼리 트렌드(?)는 코끼리와 함께 트레킹을 하면서, 냇가에서 목욕도 씻겨주고,
바나나도 먹여주는 코끼리 보호 체험이다.
코끼리 보호소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는데,
1,000 THB(40,000 원)부터 3,000 THB(120,000 원)까지였다.
어떤 이유에서 금액 범위가 이렇게 넓은지 살펴보니,
넓고 광활한 땅에 코끼리들이 자유롭게 다니며, 느린 템포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은 후원 개념도 들어가서 입장료가 높았다.
1일 수용 인원도 한정적이다.
가장 먼저 뇌리에 스친 생각은
‘넓으면 안되는데? 그럼 많이 걷겠는 걸?
그럼 우리 첫째 짜증을 어떻게 받아주나’
동선이 짧은 곳으로 가는 것이 우리에겐 맞았다.
내가 방문한 코끼리 보호소는 귀여운 소수민족의상으로 환복한다.
아이는 이미 이 의상부터가 피부에 거슬리는지, 바지가 흘러내릴 것 같다는 등 마음에 안 든다.
아이 짜증에 부릉부릉 발동이 걸린다.
오자마자 후회가 앞을 가린다.
바나나 주기를 하는데,
코끼리가 무섭고, 피부가 징그럽다고 기겁을 하며 울기 시작한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내가 이럴 줄.. 알았.... 다.'
코끼리 트레킹은 뒷동산이라고도 하기 뭣한 작은 오솔길을 걷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너무나도 사진을 의식한 채, 몇 발 안 가서 코끼리를 세우고, 포즈 대형을 만들어 기념사진을 찍었다.
20분 트레킹에 사진 스폿이 5번 정도.
포즈 대형을 만들 때마다 코끼리는 작은 낫 같이 생긴 도구에 이끌려, 우리가 원하는 포즈를 취했다.
얼마나 많은 훈련이 있었을지...
예전에 코끼리 등에 탄 것보다 가혹해 보여 마음이 안 좋아 사진을 찍지 않았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냇가에서 코끼리가 목욕을 하다가, 어떤 구호를 외치니 바로 털썩! 눕는 것이 아닌가.
이것도 ‘사진 찍기용’이었다
‘코끼리야, 미안해’
(우리 가족의 주관적 후기로만 봐주시길 바란다)
하루하루 ‘액티비티’의 명분으로 나가는 비용이 생각보다 높았다.
분명 엊그제 환전했는데, 남은 돈이 몇 천 바트뿐이다.
세븐 일레븐에서 신나게 과자를 담는 아이들을 말렸다.
‘엄마, 이제 돈 없어....’
다시 떠오르는 ‘치앙마이 생활비 80만 원’이 떠올라혼자 웃었다.
여행을 왔으니, 현지 생활이 아닌 ‘관광객 비용’ 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아이들과는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이는 곧 비용)
일주일 정도 하루 걸러 액티비티를 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 흥미 기준) 이제 별로 할 것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니 불만 가득 목소리로
‘또 체험할 거죠!?’
복에 겨웠다.
감사한 줄 모른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나도 어른 사람과 대화를 안 한지도 일주일이 넘어간다.
매일 치앙마이 정보를 얻기 위해 들락날락했던
치앙마이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홍보하시는 한인 숙소 사장님의 홍보 글이 눈에 들어왔다.
지친 나를 향해 ‘오라고 오라고 ’ 손짓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