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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Apr 28. 2023

9. 치앙마이에서 골프 프로님을 만나다.

골린이가 얼떨결에 라운드까지 따라가다니.

해외에서 한국인이 있는 숙소 꺼릴때는 언제고,

역시 한국어가 최고다.


밤마다 회비 각출로 맥주와 각자의 인생사를 안주 삼아 즐거운 대화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난 지금까지 살면서 항상 비슷한 무리군 안에만 있었다.

공부와 자기 계발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노력했고,

근로소득으로만 열심히 살았다.

철저한 안전주의형.

이런 사람들만 주위에 있으니,  ‘유유상종’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마음만! 편했지,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그런데, 여행을 통해 내 울타리에서 그동안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전 세계 대륙을 다 밟아본 가족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은 부의 상징...)

-치앙마이 한 달 여행 이후 뉴질랜드 캠핑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가족

-치앙마이 국제 학교 입학을 위해 미리 탐방을 온 가족까지.

-30년 직장 생활 후 조기 은퇴한 가족


이들의 공통분모는 치열한 삶 이후의 휴식과 보상이었다.

한 달 이상의 해외를 여행하다는 것은 생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누리고 있다는 뜻이니까.     


‘난 언제 치열했던 적이 있었던가.’ 자문하게 됐다.

'이렇게 지금처럼 쭉 산다면  10년 후, 20년 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냉정하게 내 현재 위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 이렇게 즉흥적으로 여행이나 다닐 때가 아니다. 치앙마이에서 한국 돌아가면 지인짜 열심히 살아보기로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골프를 배운 지는 1년 채 안 되었다.

운동에 그다지 흥미가 없지만, 평생 스포츠로 나이가 들어서도 무리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 아닐까 싶어 마흔이 되기 전 큰맘 먹고  시작을 했던 터.


시작은 했으나 쉬운 운동이 아니다.

손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연습을 다녀온 날에는  밤에 아이들보다 더 먼저 잠들 정도로 체력이 받쳐주질 못했다.

아이언과 드라이버의 스윙차이를 느낄 새도 없이 3개월의 레슨 기간은 끝이 나버렸다.


이렇게 어려운 거였다면 시작도 하지 말걸.

이도저도 아닐 때 태국에 왔다.


치앙마이 골프 환경은 한국에 비해 저렴하고,

숙소 주변엔 더더욱 저렴한 골프장이 있다고 해서 틈틈이 연습할 요량으로 골프장갑과, 골프화, 모자 정도는 챙겨 왔었다. (골프채는 대여 예정)


그런데 지금 치앙마이에서 내 상황은... 골프는 무슨.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지친 상태.



‘내일은 뭐 하실 거예요?’     

한 가족이 내일 골프연습을 간다고 하시기에, 나도 따라갈까 싶었다.



‘그럼 골프는 얼마나 배우셨어요?’

'한 30 년?'

‘네?!’     


치앙마이에서 골프 시조새를 만났다!

며칠을 오가며,  대화를 나눴지만

‘골프’ 얘기를 꺼낸 적은 그 누구도 없었고,

항상 태국 음식과 마사지 같은 시시콜콜 스몰토크만했었다.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디선가 티가 난다.

골프복이 평상복화 되어 있다거나 (티셔츠부터 골프브랜드 혹은 벨트, 모자 등)

핸드폰으로 골프 유튜브를 계속 본다거나,

골프 이야기를 누가 묻지 않아도 아주 열심히 하신다.


이 분들은 위 요소들은 전혀 없었고, 오토바이 타고 근처만 유랑하실 뿐, 골프백을 들고나가시는 것은 며칠간 단 한 번도  못 봤었다.

그래서 갑자기 연습을 가신다하니 나처럼  골프를 이제 막 시작한 ‘골린이’라고 혼자 착각을 한 것이다.     


게다가 골프 시조새님이

연습이라고 말씀하신 건 필드였다.


‘아, 그럼 저는 못가죠. 두 분이서 가세요’


하지만,

다음날 못이기는 척

아주 그냥. 눈 딱 감고 조인했다.


평소 내 스윙에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역시나 헛스윙도 하고 점점 뜨거워지는 온도에 정신줄 잡아가며 18홀을 무사히 마쳤다. (중간에 감 떨어진다고 음료도 안 마시고 한 번도 안 쉬심)


시조새님은 내 스윙에 대해,

공도 전혀 못 띄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면서

조금만 다듬으면 되겠다고 칭찬해 주셨다.

이 부분에서도 연륜이 엿보이는 것이

필드에서 아무리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라고 해봤자 당일에 고쳐지지 않는다.

내가 조금이라도 편히 치게끔 칭찬만 해주신 것이다.




그리고 그날밤 골프 뒤풀이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골프 프로님이신 것을... 

겸손은 미덕이 아닙니다..........

방에 들어와서 이불킥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어쩐지...

스윙이 달랐다.

골프 채널에서 보던 활처럼 꺾이는 정석 스윙이었다.

그저 골프를 오래 치면 자연히 그렇게 되는 줄 알았던 나는 진정 골린이.


여행은 마-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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