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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Apr 30. 2023

11. 도도한 나, 치앙마이에서 겸손해지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겸손하다.

1.

조식 먹으면서 치앙마이 카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전 치앙마이 와서 아직 카페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치앙마이 오면 1일 2 카페 할 줄 알았는데...’     


이 얘기를 들은 렌터카가 있는 가족이

‘그럼 저희랑 여기 근처 카페 한번 가보실래요?‘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닌데, 두 분 다녀오세요!’     

‘저희는 어제도 다녀왔어요, 아이들 영어 수업할 때 잠깐 빨리 갔다 오죠!’     


나의 말 한마디 덕분에 한적한 카페에서 모닝라테를마시게 됐다.


전세계 어디든 젊은이들의 로망은 ‘카페 사장’ 인듯

친절하고 젊은 사장님께서 운영하고 계셨다.

아이들 영어 수업 시간 내에 다녀와야했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짧기에 더 소중했다.

   

2.

재래 시장에 갔다.

언제 또 시장에 나올지 모르니 왔을 때 가능한 많이 사야 한다.    

도매상인처럼 이케아 파란 장바구니에 어깨에 메고, 콜라, 과일, 과자 등을 꽉 차게 담았다.  

(이 장바구니는 평소엔 빨래 가방으로 쓴다.)


과일은 넉넉히 사서 렌터카 가족 문 손잡이에  걸어 놓았다.

그리고 저녁에 마사지를 다녀오니 치킨이?


‘엄마 ㅇㅇ네가 치킨 갖다 주셨어요’     


나는 렌터카 가족이 차로 관광하며 시장들리기 어려운 동선일 것 같아서, 간 김에 사 온 것이고

그 집은 내가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을 보고, 사는 김에 더 사 온 것이다.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내니  ‘서로 돕고 살아야죠 ‘

답장이 왔다.          


점점 개인주의화 되는 대한민국,

‘인간미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다가

치앙마이에서 만난 따뜻함.


이곳은 인터폰 버튼 하나로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 곳이 5성급 호텔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것투성이다 보니, 나 잘났다고 도도할 수가 없었다.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인사하는 사람 누구?  

바로 나야 나.

          


숙소에서 일주일 남짓 우리와  친하게 지내던 두 가족이 떠날 시간이 되었다.

치앙마이를 떠나는 것은 아니고,

시내권 숙소가 후반부 일정이라고 하셨다.

나와 반대의 일정이었다.

나보다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했다.

또래 친구와 매일밤 함께했던 닌텐도, 보드게임 시간,  엄마는 춥다고 수영장 물속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옆 방 아저씨는 돌고래처럼 아이를 등에 태우고 물놀이를 해주셨던 것.


한 시간 남짓 한두 번의 물놀이가 이렇게 강렬할 줄이야.

시무룩해 있는 아이들에게 한국 가서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다독였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는 첫째와 달리 둘째 아이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계속 삐쳐있었다.


마지막 날 조식 시간이 되었다.

아저씨가 ‘ㅇㅇ 아~인사하자~’ 하는 말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둘째는 울면서 숙소 밖으로 뛰쳐나갔다.

당황...

둘째 아이 잡으러 다니느라 마지막 굿바이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다들 떠나고, 조용해진 숙소...

오후가 되어 침울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 집라인 타러 갈까?’ 하니 끄덕끄덕 하는 둘째.


그때 카톡이 왔다.

시내 숙소가 방도 2개고 아까 둘째 아이 모습이 너무 마음에 걸려서 여기 와서 1박 2일 관광 겸 수영도하고 치앙마이를 떠나면 어떻냐는 제안이셨다.      

나 역시도 치앙마이 대표 명소 도이수텝이나, 왓우몽 등의 역사적 관광지를 가보지 못하고 치앙마이를 떠나는 것은 아쉽긴 했었다.

그래도 숙소까지 신세를 지는 것은 실례인 것 같아 일정은 함께 하기로 하고 근처 호텔을 예약을 했다.

     

‘애들아! 짐 싸자!‘

우린 또 이렇게 일정 변경으로 하루 일찍 체크아웃을 했다.


다음 날,  치앙마이 시내에 도착해서 클룩을 통해 도이수텝&왓우몽 패키지를 예약했다.

숙소 앞에서 미니밴이 픽업을 해서 영어가이드만 졸졸 따라다니면 되는 것인데,

역시나 이건 내 관심사일 뿐.. 아이들은 미니밴에서 내리자마자     


 ‘언제 집에 가?’

아이들은 왓우몽도 관심 없고, 도이수텝 안의 화려한 골드템플도 관심 없고,

치앙마이 야경은 더더욱 관심 없다.

결국 한 명은 아저씨 등에, 한 명은 이모 손에....


아이고...

맘 불편해....

저녁엔 오랜만에 한식을 먹자며 한국 식당으로 향했다.

나는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싶어,  케이크를 재빨리 주문하여 그랩 퀵으로 받았다.     


‘Thanks all, In Chiangmai. 2022’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한인 숙소는 처음 계획에도 없었고,  그동안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는 없었다.

항상 마이 웨이, 내 갈길을 갈 뿐이었다.


이번 치앙마이에서는 ‘내려놓음’으로서 느린 템포로가다 보니, 주변이 보였다.


나뿐만 아니라,

저녁에 함께 모인 가족도 이런 경험이 새롭다고 했다.

치앙마이는 오랫동안 잔잔히 긴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정말 해보고 싶었던 노상 음식점에서 아침 먹기.

돔얌꿍과  팟카파오무쌉을 든든히 먹고 방콕행 기차에 올라탔다.



다양한 나이대가 모였지만,

누구 하나 자기 말만 하는 사람도 없었고,

지출 상황에서는 각자 센스 있게 , 치우치지 않게끔 서로를 배려했다.  


우리가 치앙마이를 여행했던 12월,

1년 후 2023년 12월,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나에게 치앙마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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