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시골에서 마사지받기
숙소의 한적함에 익숙해져 갈 무렵,
아쉬운 것은 딱 한 가지, 마사지였다.
다운타운처럼 밥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
도보 10분 내 마사지샵이 없다는 것이다.
숙소 게스트 분들도 이 부분을 아쉬워하시기에,
당연히 이 주변엔 마사지샵이 없는 줄 알고 구글 지도를 열어볼 생각조차 안 했다.
아이들이 영어 수업 갔을 때, ‘이 시간에 마사지 한 시간 받으면 딱인데...’라는 생각을 하며
커피 한잔 마시며 구글 지도에 ‘massage’를 검색하고, 최단거리로 다시 필터를 맞혔다.
‘세상에! 바로 옆 동네에 마사지 샵이 있네?'
생각지 못한 검색 결과에
바로 이모님 방으로 달려갔다!!
‘이모님! 저 마사지샵 찾았어요!!
여기서 600m거리예요!‘
그 이모님과 나는 어젯밤까지도 마사지 한번 받았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었었다.
구글뷰를 보니, 가정집 2층에서 마사지 간이 간판만 걸고 영업하는 것 같았다.
전화번호도 등록되어 있지 않아, 실제 영업 여부도 직접 가서 확인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 동네는 개가 왜 이리 많은지.
들개가 무서웠지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면야,
이모님께서 커다란 막대기 두 개를 챙기고,
나도 개 퇴치기를 주머니에 넣고...
비장한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구글 지도를 켜고, 몇 발짝 걸었을까? 갑자기 지도가 뱅글뱅글 돌더니,
600m가 아니라 2km로 거리가 늘어났다.
아무래도 처음 600m는 직선거리를 보여준 것이고, 도로를 따라가면 2km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럼 오토바이로 한번 살살 가볼까요?’
숙소에는 여분 오토바이가 있었다.
사장님께서 근처 슈퍼정도 갈 때 편의상 이용하라고둔 오토바이.
첫날 친절히 20분 간 연수도 해주셨지만, 겁이 많아 오토바이를 포기하고 그랩으로 연명하던 나였다.
겁 많은 쫄보가... 마사지에 눈이 멀어
나 50kg, 뒷자리에 70kg 이모님을 태우고 출발했다.
코너가 나올 때마다 멈춰서 네비를 확인했다.
이제 큰 길이 나왔다.
이 길만 쭉 따라가면 오른쪽 마을이다.
길 자체가 경사도가 있는데, 음... 이건 내 연수에 없었다..
몸도 같이 기울여야 하나? (레이서처럼...)
오토바이가 자꾸 넘어질 것 같아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고,
그러다가 실수로 시동(엑셀?) 손잡이를 세게 한번 당겨버렸다.
‘부르릉~~~~!!!!!!!‘
짧은 1초!!
바로 손을 떼고 멈췄지만,
나와 이모님의 놀란 가슴은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탈 수 없었다.
그 후 오토바이와 끌고 마을에 들어섰고, 쉽게 찾을 것만 갔던 마사지샵은 온 동네를 다 훑고서 도착했다.
중년의 미소가 아름다운 마사지 선생님은, 기본적인영어 소통이 가능하셨다.
남편이 더 영어를 잘한다고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난 헬멧도 벗지 못하고, 마사지고 뭐고, 숙소에 다시 어떻게 돌아가지 라는 생각만 하고 있는데,
‘Hello~'
이 억양은?
영어 잘하는 남편은 바로
영국인 할아버지셨다.
영어가 통한다!!
‘오! 난 살았다!!!!’
영국인 할아버지도 이런 시골에, 외국인 두 명이 오토바이로 와서 마사지를 받으러 온 사실이 너무 웃기다며 반가워하셨다. (저는 안 웃겨요... 지금 심각해요...)
마사지도 받기 전에 나의 사정을 설명하며,
오늘 마사지를 받고 당신의 차로 우리를 데려다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오토바이는 와이프인 마사지 선생님이 타고 이 차를뒤따라오는 것으로 요청하며 나의 ‘자본주의’ 사고로 수고 비용으로 300 THB(12,000 원)를 더 지불하겠다고 했다.
영국인 남편은 날 보고 이렇게 얘기했다.
‘난 그런 방식은 원치 않아, 우린 너희를 돕고 싶어,
너희가 고마운 마음이 든다면, 내 부인에게 약간의 팁을 주는 건 괜찮아’
이런 인류애 넘치는 사고방식을 치앙마이에서 만날 줄이야.
마음이 급해서였는지 택시 비용을 기준으로 흥정(?)한 내가 참으로 무례했다.
부끄러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대화를 나누며,
마사지 선생님은 싼티탐 지역 마사지 스쿨 전문강사시고, 영국인 남편 분은 마사지 스쿨 제자로 만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인 분이 이런 시골에서 200 THB(8,000 원)만 받고 마사지를 하는 것이 의아했고,
200 THB 만 받아도 되냐고 계속 되물었지만 ‘로컬 프라이스’로 받는다고,
굉장히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우린 1시간이 걸려 마사지샵에 갔는데, 숙소로 돌아올 때는 3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속소에 돌아오니,
남편에게 카톡과 보이스톡이 여러 통 와있다.
몇 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 됐는지
숙소 사장님께도 연락을 한 모양이다.
‘미안, 아니 내가 오토바이 타고 마사지 갔는데...
부릉부릉 했는 데에.... 영국인을 만났는 데에...‘
‘뭐라고? 당신이 오토바이를 탔다고?‘
나름 재밌게 지내네~’
(재밌어 보이니...)
그날 이후, 우리의 상황을 안 영국인 할아버지는
LINE메신저를 통해 예약을 하면
숙소로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셨다.
물론 이 또한 무료다.
전통 타이마사지, 탁센 마사지(나무 막대기로 두드리는 전통 마사지) , 스포츠 마사지 등 매일매일 골라 받는 재미가 있었다.
오랜 만에 나타난 손님으로 이들 부부도 행복하고
우리도 행복했다.
마사지를 받고 ‘차’를 마시면서 영국인 할아버지와 반강제 영어 회화 시간.
마사지까지 받으니
'세상은 아름다워~ 치앙마이는 아름다워~'
이제야 치앙마이가 좋아지려고 하는데, 점점 방콕으로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