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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Apr 30. 2023

12. 우리도 치앙마이-방콕 슬리핑 기차 타봤다!

13시간 기차여행, 특별한 추억이 되길 바라며


치앙마이 역에서 오후 18시에 출발하는 방콕행 기차는 다음날 아침 7시에 방콕에 도착한다.

국내선 비행기로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기차로는 13시간이다.

비행기와 기차의 편도 가격은 평소엔 비슷하지만,

성수기 국내선 비행기 예약을 늦장 부린 탓에 2배 이상이 차이가 났다.  

그렇다면, 기차로 갈 수밖에 없겠다.

    

아이들에게 이 비보를 어떻게 전할까 생각하다가

우선 [방콕행 슬리핑 기차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었다.     


‘오!

저 이거 타고 싶어요!’          


13시간 긴 기차여행을 재밌게 영상을 만들어주신 유튜버님 덕분에 우선은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린 기차 타러 치앙마이 온 거다.(긍정 마인드)    


기차는 최신식,  전기 콘센트도 자리마다 있고,  에어컨도 빵빵, 물도 한 병씩 나눠 준다.


오후 18시 기차를 타면,  한 시간쯤 후부터 승무원이 의자 좌석을 침대로 바꿔준다.

침대가 있나 싶던 천장이 갑자기 침대로 바뀌고,  신속하게 침구까지 씌우는 과정은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을 수가 없다.

다들 같은 마음인지, 두번째 침대 변신부터는 동영상 촬영하기 바쁘다.


기차 예약은 한 달 전 오픈된다.

가족실처럼 분리가 된 1등석은 빛의 속도로 매진되어 우리는 2등석 아이와 여성 전용칸을 예약했다.

야간열차 내의 세심한 예약 체계도 태국이 관광대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도 우려한 부분이었는데 걱정은 말끔히 해소되었다.


다만 이층 침대의 위/아래층을 선택할 때 아래층 선호도가 높기때문에 예약이 늦은 우린 윗층 밖에

자리가 없었다.


침대 2층의 단점은

-천장 에어컨 바로 옆이기 때문에 춥다는 것

-천장 불 밑이라 환하다는 것.

-화장실 갈 때 비몽사몽 상태로 사다리를 내려와야 한다는 것     


이런 단점 후기를 보고,

한국 다이소에서 안대를 준비하고, 추위 대비로 긴팔 긴바지 아우터를 입었다.

그리고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도 긴 시간 활용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한 달 무료)하여, 미리 영상을 다운로드해 놓았다.

그럼 인터넷 환경이 아니어도 영상을 볼 수가 있다.


*기차 안은 인터넷 환경은 이런저런 시골 지역을 통과하기에 태국 통신사 usim이 3G로 바뀌었다가,

아예 통신불가 지역으로 바뀌는 등 메시지를 제외하고는 원활한 인터넷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한 가지 더,

밀리의 서재(한 달 무료)를 가입하여,  미리 PDF전자책, 오디오북을 다운로드해서

난 이어폰으로 라디오처럼 들으면서 갔다.

밀리의 서재는 이용해 보니 여행자에게 강추하는 앱이다.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아

이번 여행을 계기로 유료회원으로 전환했다.


-한 ID로 5개 기기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웬만한 신작 도서는 업데이트되어 있다.


내가  치앙마이 여행을 떠나며 구입한 ‘치앙마이 홀리데이’ 최신 도서도 밀리의 서재에 있었다.

아이들도  ‘백종원 요리왕 태국 편’, ‘ 태국에서 보물찾기’ 등의 태국 관련 만화책 등을 쓱쓱 패드로 넘기면서 여행지에서 최소한의 독서의 끈을... 힘겹게 이어갔다.


침대 위층은 생각보다 더 많이 흔들렸다.

20 키로 남짓의 둘째가 흔들림에 침대 난간 밖으로 튕기면 어쩌나,

잠 버릇한 심한 첫째가 옆으로 몸을 뒤척이다가 아래로 떨어지면 어쩌나,

한 시간 단위로 아이들 주변에 가방으로 쌓은 담(난간)을  확인했다.


나는 잠을 제대로 설쳤다.   

반면 아이들은  나와 다르게 꿀잠을 잤다고 한다...

승무원 또한 아이들이 2층에 있는 것을 보고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걸 보면 내가 우려했던

‘낙상 사고’는 없는 듯하다.


방콕으로 가는 13시간 내내 기차 안은 고요했다.

모두가 ‘무음 모드’로 서로의 휴식을 충분히 배려해 주었다.  

(기차 안은 내국인/외국인 비율이 반반 정도)   

마지막 여행지가 중국이었던 나는 이런 수준 높은 여행문화가 감동이다.


나에겐  26시간 같은 기차 여행이었지만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이 된 것 같아 사알짝 뿌듯했다.


‘우리는 슬리핑 기차 타. 봤. 다’



기차의 종착역은 방콕 후알람퐁역, 시내 중심이다.

국내선으로 올 경우 돈므앙공항 도착으로,  

방콕 도심 지역까지는 1시간 거리인데,

방콕 기차역에서 아속역 터미널 21 호텔까지 택시로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래, 이런 장점이라도...있어야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그리고 방에 짐을 풀자마자,

(잠을 한숨도 못 잔 엄마에게....) 아이들은 수영장에 가자고 한다.     


내가  이 여행을 왜 온 것일까...

울고 싶은 마음으로 영차영차...

수건 챙겨, 물안경 챙겨 수영장으로 올라간다.     

체감되는 기온은 치앙마이보다 방콕이 10도는 더 높은 것 같다.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으로  잠이 쏟아진다.


오늘 밤 비행기로 남편이 방콕에 도착한다는데,

바트(태국 돈) 없다고 잠들지 말고 로비에서 택시비를 내달라고 한다.     

기다리면서 맥주와 태국 김으로 버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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