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를 3번 했다. 이사하면서 어쩌다 보니 하게 된 것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요즘 집고치는데 관심 있는 지인이 아주 흔한 일은 아니라기에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인테리어는 신혼집이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기본적인 수리만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일을 하고 있어서 바빴고 인테리어에 관심도, 욕심도 없었다. 시어머니께서 아파트상가에 있는 인테리어업체에 하라고 권해주셔서 그러기로 했다. 사장님은 동네에서 아주 오랫동안 인테리어를 하셨던 분이었다. 본인의 감각과 경력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믿음이 갔다. 업무 중에는 길게 개인적인 일을 보기가 어려워 벽지를 고르고 타일을 고르라는 전화가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신혼집은 살던 집과 회사와도 거리가 있었다. 늦게 일을 마치고 신혼집에 가서 벽지를 고르고 타일을 고르고 다시 집에 오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졌다. 남편은 그때 지방에서 근무할 때라 주말 밖에 시간이 없어 대부분 내가 처리해야 했다. 내가 살 집을 예쁘게 고치는 것인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혼수도 알아볼 시간이 없어 부모님이 돌아다니시며 골라주셨을 만큼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아마 드레스 정하고 식장 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던 것 같다. 그것도 플래너가 다 해줬는데도 말이다.
인테리어 사장님은 중간에 베란다 창틀을 검은색으로 하자고 제안하셨다. 어두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하얀 집에 갑자기 생뚱맞게 검정 프레임이 떡하니 자리 잡는다 생각하니 이상할 것 같아서 거절했다. 그때의 트렌드였던 것 같기도 하고 사장님이 새로운 스타일을 해보고 싶으셨던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자신의 의견을 받아줄 줄 알았다는 듯 거절을 아주 탐탁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 이후로 뭔가 계속 핀트가 안 맞는 듯하고 성의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크게 마음먹고 창틀을 검정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니라고, 원래대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아직도 미스터리다. 그렇게 강력하게 고집하시더니 왜 갑자기 안 하겠다고 하신 걸까. 그렇게 공사는 밋밋하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으로 끝이 났다. 그 집에서 그리 길게 살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살면서 특별한 하자는 없었다.
두 번째는 휴직 중에 이뤄졌다. 이사 갈 집은 10년 넘게 입주 때 상태 그대로였다. 깨끗했지만 안 고칠 수 없었다. 그때는 시간이 많아서 인테리어 업체를 열심히 알아보았다. 마음에 드는 업체를 찾았고 견적도 적당했다. 여러 군데에서 견적을 내보았는데 그중 중간쯤 됐다. 미팅하다 보니 디자인에 무척이나 공을 들이는 곳이었다. 지나고 보니 이전에 했던 인테리어 중에 아쉬웠던 부분이라 기대가 됐다. 업체에서는 자기들이 디자인 시안을 만들면 추가비용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제 막 집 꾸미기에 관심을 가진 터라 정보도 부족하고 센스도 부족할 것 같아 전문가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집 앞 카페에서 열심히 의논했다. TV에서 보던 예쁜 집이 탄생할 것 같은 기쁨에 설렜다. 티비장을 제작하고 안방과 주방에 가벽을 세우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아이방한 쪽 벽은 페인트칠을 해보자고 했다. 수긍하고 긍정하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이번 인테리어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것은 바닥과 현관타일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헤링본 무늬 바닥을 미리 점찍어 두었고 뒤늦게 인테리어 자료를 찾아보다 예쁜 현관타일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 예쁜 집이 탄생했다. 디자인이 예뻤는지 인테리어회사를 통해 잡지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사진 찍는데 하루종일 걸린다고 하여 결국 사진 찍는 것은 무산됐다. 나중에 좀 큰 하자가 발견되어 고생을 하긴 했지만 매일 보는 집이 예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세 번째는 코로나 때라 인테리어가 굉장히 활황이었다. 사람들이 집에만 있으니 여기저기 눈에 띄어 인테리어를 한다고 했다. 저번 집에서 인테리어 했을 때 아쉬웠던 부분을 반영했다. 디자인에 치중하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회사를 찾았다. 디자인은 미리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을 뒤지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엄청나게 찾아 콘셉트를 정했다. 미팅할 때 뽑아가서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고 하니 그걸 토대로 시안을 만들어 주셨다. 이번 집 역시 입주 때부터 사시던 분이 나가신 것인데 예전 집보다 훨씬 오래된 아파트라서 고칠 것이 정말 많았다. 철거와 확장이 들어가서 단열, 방수 같은 기본 공사에 공을 들이다 보니 내가 원하는 예쁜 요소를 많이 넣을 수가 없었다.
그때 한참 인테리어쇼라는 유튜브가 유행이었는데, 무문선, 무몰딩, 라인조명 등 그간 보지 못했던 스타일 같은데 깔끔했고 적은 비용으로도 할 수 있는 공사라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알아보니 목공공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해 인테리어 업체를 끼고 하려니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래서 셀프로 진행해 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연결된 업체들과 스케줄도 맞춰보았다. 셀프인테리어는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어떤 글을 읽고 그만 두기로 마음먹었다. 글에는 ‘돈은 얼마든 드릴 테니 제발 집에 들어가게 해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여러 스케줄을 조율하고 공사를 총괄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이사 갈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공사가 마무리될 기미가 안 보인다며 하소연하는 글에 공감하는 댓글이 우수수 달렸다. 꼼꼼하고 치밀한 계획형 사람에게도 힘든 일 같아 보였는데 하물며 내 성격에? 신랑도 반대했다. 공사 잘하기로 유명하다는 분들과 많이 이야기해 놓은 상태라 아쉬웠지만 이 결정은 두고두고 잘했다고 생각한다. 공사 중에 사소한 일들은 있었지만 잘 마무리되었고 만족스러웠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소개해줬다.
인테리어를 거듭하면서 느꼈던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어느 정도 하고 싶은 것을 정해놓고 견적을 내는 것이 좋다. 자세히 견적을 낼수록 실제와 비슷하다. 대략적으로 견적을 내면 공사를 진행하면서 점점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견적은 인테리어업체를 고르는 요소 중에 아주 크게 작용한다. 어떤 업체는 자세히 견적을 내고 어떤 업체는 대충 내준다. 견적 때문에 골랐는데 공사 중에 금액이 크게 차이 나면 그 업체로 결정한 이유가 소용없게 지게 될 수 있다.
둘째, 하고 싶은 것 중에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도 없는 예산이라면 아무 걱정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원하는 모든 것을 넣을 수는 없다. 고를 때는 기본적이고 깔끔한 것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이사하면 보통 오랜 기간 살게 되는데 유행하는 것을 고르면 나중에는 질리게 될 수도 있다. 한 부분에 포인트를 주는 것은 찬성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계속 현관타일에 우선순위를 뒀다. 현관을 예쁘게 꾸미니 집에서 나갈 때도 들어올 때도 기분이 좋았던 기억 때문이다. 게다가 현관은 면적이 크지 않아 비싼 타일을 골라도 상대적으로 가성비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NO라고 외칠 줄 알아야 한다. 모두가 다 한다고 해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각자 삶의 패턴이나 가족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세 번 다 모두가 하는 중문을 하지 않았다. 오래된 아파트들의 특성상 전실이 길지 않아 단열과 청결면에서 업체에서는 중문을 항상 추천했다. 안 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성격 급한 내가 드나들기 불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중문이 기둥에 연결된 것이 아니고 프레임을 짜서 하는 거라 시간이 갈수록 뒤틀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하지 않았다. 해본 적이 없어 비교가 안되지만 아주 춥거나 먼지가 폴폴 날리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넷째, 화장실 공사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화장실 공사는 타일이 기본이다. 타일공사는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다. 당연히 비용도 꽤 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쓰고 물을 쓰는 곳이라 너무 날림으로 공사하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탈이 나는 경우를 꽤 봐서 화장실공사는 디자인보다 기능면에서 신경 써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섯째, 방수와 단열은 놓치면 안 된다. 확장 공사가 있다면 특히나 방수나 단열을 신경 써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작업들이 많아 제대로 공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전문적인 지식은 없더라도 꼼꼼하게 살피고 잘 챙겨야 한다. 이때, 샷시교체를 해야 한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구축에 단열이 잘 안 되는 예전 샷시가 있다면 난방비가 나올 때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공사장에 얼굴을 많이 비추라고 해서 세 번째 인테리어 할 때는 매일 갔다. 간식도 사고 커피도 사가지고 갔다. 일하시는 분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보다도 현장소장님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현장소장님이 공사를 주관하게 되므로 현장소장님과 내가 신경 쓰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많이 이야기해 두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는 수천, 수만 세대가 구조가 같다. 인테리어를 하는 것은 똑같은 모양의 집을 우리 가족만의 집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미적인 측면만이 아니고 그런 면도 고려하면 살면서 아니 살수록 인테리어 결과물이 만족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 쓰다 보니 길어져서 인테리어 하면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은 다음 편에 이어하겠습니다!! 매우 개인적인 의견임을 고려해 주세요. 저는 모두 종합인테리어업체를 통해서 공사했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 주시면 기억나고 기록 있는 한 자세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