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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Jul 17. 2024

프롤로그. 일상의 판도가 달라졌다.

브런치에 첫 글을 쓴 것이 작년 10.31이었다. 만 8개월이 지났다. 이후로 일상이 많이도 달라졌다.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 제일 크게 달라진 일이었다. 모르는 누군가와 글을 연재하기로 약속하고 지키기 위해 말 그대로 고군분투했다. 브런치 연재이전에는 일기조차 쓰기 않았다. 글쓰기를 하고 싶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글쓰기를 배운 후에 써야겠다거나 글쓰기를 연습한 후에 어디에 내놓아야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을 뿐이다. 글쓰기를 갈망하는 것치고는 힘이 없는 희미한 소망이었다. 어느 날 브런치 프로젝트라는 수업을 발견했지만 망설이다 기회를 놓쳤고 두 번째 기회는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후회나 결핍은 분명 욕망을 강하게 채찍질하는 무엇인 것 같다.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채 시작된 글쓰기였지만 연재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점점 고민과 퇴고의 시간이 줄긴 했지만 꾸역꾸역 눈앞의 과제를 쳐냈다. 겨우 몇 단락의 글을 쓴 것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일상은 매우 달라졌다. 누군가 글쓰기 전과 후가 달라졌다고 했던 것을 몸소 체험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가 글감으로 느껴졌다. 별것 없는 일상이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세세하고 특별해 보이기 시작했다. 밋밋하게 스쳐 지나가던 하루가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흐르며 반짝였다. 글 한 단락 쓰기 위해 생각 한 스푼 더했을 뿐인데 변화는 엄청났다. 브런치에 글 쓰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생각의 다양성이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끼리끼리 만나 이야기하는 것과 달랐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키우는 동네 엄마들과 만나 나누는 생각과 달랐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이 있고 내가 살고 겪는 세상이 개구리의 우물처럼 작고 막혀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겁이 났다. 남과 다른 시선과 생각을 솔직하게 써도 될까? 내가 이상한 걸까?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걱정도 되었다. 브런치에 글 쓰면서 평소보다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의 시선에 위축되고 타인의 평가에 좌지우지됐던 것 같다. 조회수에 목멨지만 조회수가 너무 높아도 신경이 쓰였다. 조회수가 올라갈 때마다 오는 알람을 확인하며 글도 같이 확인했다. 재차 읽었다. 둥글게 둥글게 고치면서 점점 글 속 내 생각은 옅어졌다. 그동안 남 신경 안 쓰며 나 편한 대로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모난 돌이 되어 정 맞을까 내심 떨고 있었나 보다.




필력이 엄청난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인지 확신이 없다.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이라던데 유머와 위트 키우기는 포기했다. 어딘가에 팔고 있다면 억만금일 테니 적금이라도 들 텐데 판매처를 찾을 수 없다. 하고 싶은 것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진솔한 글. 진솔한 글을 쓰고 싶다. 내 멋대로 하는 생각도 털어놓고 제멋대로인 시선도 드러내는 것이다.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찾아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보려 한다. 하다가 겁이 나면 잠깐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해보는 거다. 해봤는데 영 아니다 싶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접는 거다. 두렵기는 마찬가지지만 괜히 대범한 척도 해보는 거다. 용기도 내보고 근거 없는 자신감도 내세워봐야겠다.  일상의 판도가 달라졌으니 새로운 캐릭터로 평소와 다른 태도로 임할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좀 더 진솔한 것 같다. 티끌만큼씩이라도 틀을 깨 간다면 언젠가 그 빈틈을 타 태산 같이 큰 틀도 와장창 무너질 것이다. 티끌 같은 작은 한 걸음이 오늘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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