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비밀』을 읽고
프로작심삼일러. 전문적으로 작심삼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면 그것은 바로 나다. 결심을 잘하고 시작을 잘하지만 지속과 유지를 하지 못하고 삼일천하로 끝내기 일쑤다. 어디선가는 그런 결심을 3일에 한 번씩 계속하면 된다고 해서 다시 한번 희망찬 미래를 설계한 적이 있다. 하지만 3일마다 새로운 결심을 한다면?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나라도 되겠니?' 하는 의구심과 호기심이 생겼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사람의 뇌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연구한 저자는 뇌과학과 심리학을 통해 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새로운 습관이 생기면 뇌가 새롭게 변하고, 새로운 뇌는 더 좋은 습관을 더 쉽게 만든다고 한다. 엇, 이거 내가 해보고 싶은데?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육아서에서 공부법에 관한 책들로 옮겨오면서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들썩거린다. 새로운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을 느낀다. 1년 뒤에 내가 원하는 나와 마주하는 것은 아닌지 설레발을 친다.
10년 뒤에 어쩌면 단 1년 뒤에라도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더 별로인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 우리가 그 시간 동안 어떤 행동을 반복해서 할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물론 시작은 중요하죠.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아요. 시작하지 않는다면 변화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작만으로는 완성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속입니다. 지속은 시작보다 어렵습니다.
어른도 쉽게 만들기 어려운 것이 습관인데 어떻게 하면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이 주어지는 경험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보상이 주어지면 이 과정에서 도파민이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행동을 반복하도록 이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알았으니 우리는 원하는 습관 형성을 설계해 볼 수 있다.
1.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다.
2.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간단하고 어렵지 않은 행동을 고른다.
3. 보상을 설정한다.
4. 행동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신호를 적절히 배치한다.
5. 자동으로 행동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반복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습관은 새로운 습관에 영향을 미쳐 우리의 삶까지 바꿀 수 있다. 그러려면 마찰력을 줄여서 최대한 쉽고 작은 습관으로 시작해야 한다. 작은 습관 여럿을 일련의 패턴으로 묶은 것을 루틴이라고 한다. 루틴은 다음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긴장을 완화시키고 불안을 낮춘다. 이 과정은 뇌를 안정화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얼마 전에 본 영상이 하나 생각난다. 아침에 짧은 루틴 몇 개를 해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별 볼 일 없는 하루를 멋지고 훌륭한 것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https://youtube.com/shorts/1RuLzuafQWc?si=ZV7OiDuf14rvWP9_
이 책에서 새로 배웠던 것 중 하나는 '보상의 기술'이다. 습관 형성을 위해 중요한 장치 중 하나는 보상이다. 행동을 반복해야 습관이 되는데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힘이 보상이기 때문이다. 보통 쉽고 간단하게 하는 것이 외적 보상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외적 보상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과잉 정당화 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한 것이 외부의 보상 때문이라고 여겨지는 경우 내적 동기를 해치는 것을 말합니다.(중략) 아이들에게 시금치를 먹으면 아이스크림을 주겠다고 하는 순간, 시금치는 맛없으니 억지로 먹어야 하는 것이고 아이스크림만이 네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보상의 비법을 몇 가지 제시한다. 먼저 생물학적 보상입니다. '피곤할 때의 잠, 목마를 때의 물, 배고플 때의 밥, 추울 때의 온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강력한 보상입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 아닐까. 이런 보상을 다른 것으로 덮지 말고 충분히 활용할 것을 당부한다. 둘째는 당연한 보상이다. 좋은 행동에는 보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니 부모가 그 보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한다. 당연한 보상을 누릴 수 있다면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가 발휘될 것이다. 셋째는 다양한 보상이다. '풍부하고 많은 보상, 내면에서 우러나는 행복과 외부에서 주어지는 인정이 아이를 이끌어 줍니다.' 모든 보상이 한꺼번에 주어지지 않아도 된다. 번갈아가며 하나씩 제대로 작동한다면 보상은 지속이 될 테고 아이는 그 행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까지 부여받을 수 있다. 저자는 습관 형성이 쉽지 않은 만큼 하나의 보상으로 단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집중하는 뇌, 공부하는 뇌, 행복한 뇌를 만드는 습관을 제시하면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습관이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나에게 무엇이 있을지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곰곰이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아이에게 숙제하는 습관을 들이고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려 부단히 노력한다. 습관을 만들어 주려는 목표와 목적은 나의 것이지 아이의 것이 아니다. 아이는 뭣도 모른 채 그저 하라고 해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그 행동이 즐겁지 않을 것이고 반복하고 싶은 마음 또한 전혀 없을 것이다. 행동에 대한 보상은 별로 없고 행동하지 않았을 때 벌만 있을 뿐이다. 아이에게 늘 시간이 되면 해야 하는 행동을 알려주고, 행동을 마쳤는지 확인하다 보면 지친다.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행동을 내가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일일이 짚어줘야 하는 걸지 걱정이다. 이럴 것이 아니라 내 습관을 만드는 데 힘써보면 어떨까. 1년 뒤 나은 나를 위한 좋은 습관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거다. 1월 초부터 지금껏 내내 목표에 있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 없는 운동이 좋겠다. 나는 왜 운동하고 싶은가. 살을 빼고 싶고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이고 싶다. 오케이, 목표와 목적은 확실하다. 그러면 운동을 어떤 신호를 받고 하도록 할 것인가. 9시에 알람이 울리면 유튜브를 보고 홈트를 해야겠다. 뿌듯한 기분과 날씬해지고 탄탄해진 몸이 자연스러운 보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보상들을 내가 찾아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외적보상이 내게는 필요할 것 같다. 운동을 하고 맛있는 빵을 먹는다면, 최고의 보상이 될 텐데 그것은 목적을 이루는 데 큰 방해가 되니 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 최고의 보상을 활용하지 못한다니 참으로 아쉽다. 운동 후에 새벽에 빵이 배달오도록 쇼핑하는 방법도 생각했다가 스스로 민망할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보상에 대해서는 충분한 내적 논의 후에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지만 나의 습관을 위해 이토록 체계적인 생각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또 한 차례 설렘이 나를 찾아온다. 내가 먼저 멋지게 습관을 만들고 그 과정을 아이와 공유하면 최고의 유산이 될 것 같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 시간을 들여 충분히 반복해야 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시간 동안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까? 갑자기 구멍이 뻥 뚫린 듯, 큰 의문이 남았지만 이번 육아서도 나를 한 뼘 성장시켰다. 육아는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고 짚어보게 하는 성장의 동력이다. 아이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을 잘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