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대 인덱스숍
건대입구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커먼그라운드 3층에 있는데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여기 있는 게 맞나? 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문을 여니, 감각적인 서점이 눈을 사로잡는다. 층고가 높아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에 차분한 우드 책꽂이에 진열된 색색의 책들을 보니 설렌다. 독립 서점답게 독립 출판 책들을 모아둔 코너도 있고, 살뜰하고 다정한 코멘트가 책에 꽂혀 있다. 베스트셀러와 신간에 둘러싸인 대형서점에서는 마음이 갈팡질팡할 때가 많다. 다들 많이 봤다고 하니 궁금하지만 그게 나와 맞을지 의문이다. 신간코너를 서성이다가 이번에는 스테디셀러 코너로 옮겨간다. 책은 많은데 길잡이는 없으니 길을 잃기 쉬운 느낌에 오락가락하는 적이 많다. 독립 서점은 대형 서점과 달리 들어섬과 동시에 다정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주목받지 못했지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집어 들게 하고, 잊힌 베스트셀러지만 다시 한번 눈여겨보게 한다. 어떤 책을 골라도 나의 취향과 관계없이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편안한 기분으로 책 구경을 한다. 한쪽에는 차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집이 가깝다면 정말 자주 오고 싶은 공간이었다. 나만 알고 싶지만 사람이 좀 더 북적북적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혹시나 이렇게 좋은 곳이 금방 없어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다. 이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래 머물지 못했다. 두고두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이라 거리는 멀지만 조만간 또 방문하고 싶다.
2. 미금역 테이블오브콘텐츠
조용히 책 읽을 수 있는 북카페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미금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로, 꽤 안쪽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동네에서 유명한지 자리가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책 읽는 사람 반,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 반이었다. 음료를 주문하고 이용할 수 있었다. 읽을 수 있는 책도 있었지만 가져간 책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은 일련의 주제가 있었는데 읽고 싶은 책들도 많았다. 구매할 수 있는 책들도 한쪽에 있어서 주문한 음료가 나오는 동안 구경했다. 역시나 관심 가는 책들이 있었는데 혹여나 손때가 타면 판매에 지장이 있을까 봐 눈으로만 봤다. 책을 판매하는지 몰랐는데 다음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구경하고 책을 사고 싶어졌다. 나와 다른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것은 가끔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 취향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조용한 카페의 콘셉트에 맞게 말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고, 사람들은 전화가 오면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집에서 책이 읽히지 않아서 카페에 갔는데 음악 소리보다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가 더 커서 집중이 안 될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 이곳이 생각날 것 같다. 공간 이용료가 포함된 것치고는 음료도 아주 비싸지 않았다. 시그니처인 것 같아 시켜본 '테오콘더블샷'도 맛있었다. 집중되는 분위기 덕인지 책이 술술 읽혀 짧은 시간에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왔다. 골목골목 찾아가야 했지만 다음번에 또 가보고 싶다. 그땐 책 없이 가서 그곳에서 책을 구입해서 봐야겠다.
3. 역삼역 최인아책방
역삼역에 붙어 있는 GFC 건물 1층에 있는 최인아책방에 다녀왔다. 사무실이 잔뜩 있는 큰 건물에 있는 책방이라 그 건물에 있는 직원들이 조금 부러웠다. 선릉역에 있는 본점에 가보지 않아 몰랐는데 같이 가신 분 말씀으로는 그곳이 훨씬 크다고 한다. 최인아책방만의 베스트셀러가 있어서 재미있었고, 서점 나름의 큐레이션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사무실 아래 있는 만큼 일에 관련된 책들을 모아두었고, 직장 선후배 간에 선물하기 좋은 책들을 큐레이션 해 놓은 것이 흥미로웠다.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다양한 책들이 꽤 많이 있어서 굳이 대형서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느껴졌다. 간단한 병음료를 팔고 있었는데 서점 안쪽 작은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저렴하게 책을 득템 할 수 있는 30% 세일 코너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초록초록하게 꾸며놓은 공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같은 빌딩 안에 카페도 많고 음식점도 많아서 서점에 들러서 선물할 책을 사고 사람을 만나기도 좋을 것 같다. 같이 간 분들 모두 책을 좋아해서 책을 들춰보며 할 말이 많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구경을 실컷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서점에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마치 어떤 아이돌그룹의 팬 미팅에 간 것 같은 느낌이다. 서로 다른 멤버를 좋아한다면 몰랐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같은 멤버를 좋아한다면 서로 맞장구치며 즐거워한다. 어떤 쪽도 좋아하는 마음을 배로 만들어 준다. 혼자 호젓하게 서점을 구경하는 것과는 또 다른 기쁨이 있어서 요즘은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서점 가는 것이 더 좋아졌다.
인지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에 따르면 우리는 선천적으로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진화적으로 볼 때 읽기가 수천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사람마다 읽기 방법이 그토록 다른 이유를 일부 설명해 준다. (매슈 루버리의 『읽지 못하는 사람들』중에서)
나는 평생 독자가 되고 싶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고,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은 욕심에 늘 허덕인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고 책이 선사하는 삶의 지혜를 느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이 또한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책 읽으며 쉴 수 있고 위안받는 것은 장소, 시간 구애받지 않는 나만의 쉼터를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독서를 친숙하게 여길지, 습관처럼 책을 읽게 할지 고민이 많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올바른 읽기 방법이 없다면 아이의 독서 취향과 독서 방법을 최대한 이해해 주는 것이 평생 독자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문학책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자꾸 비문학 책을 들이밀고, 한 분야의 책만 내내 읽는 것 같아서 다른 분야 책도 슬쩍 끼워 넣었던 것을 반성한다. 이제 그만둬야겠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책을 읽었으면 하는 욕심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놔두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요즘 독서가 힙한 취미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유행 프로였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도 독서열풍을 불고 온 적이 있지 않은가. 얼마나 길게 갈 유행일지 모르지만 멋진 흐름이라 생각된다. 유행을 좇는 마음으로 독서하다 보면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지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테니 말이다. 모든 사람이 인생에 한 번쯤은 책과 만나는 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너무 심심해서 책을 만나게 되었든, 누군가 강제로 시켜서 책을 만나게 되었든 자신만의 즐거운 지점을 발견하면 그때부터는 점이었던 책과의 만남이 선이 된다. 그 선들은 자주 그어져도, 가끔 그어져도 언젠가 모여 면이 될 것이다. 그런 과정을 부추길 수 있는 유행이라면 얼마나 바람직한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책 읽기는 여러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나는 그 무기를 평생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 더 많은 사람이 강력한 무기를 들고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점점 더 가고 싶은 서점이 늘어나고 그곳에 사람이 바글바글했으면 좋겠다. 책이라는 매개체 하나만으로도 사람들과 할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