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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Dec 26. 2023

프롤로그.마흔이면 다를 줄 알았지

마흔을 상상해 본 적? 별로 없다. 어렸을 적에는 마흔이라는 나이는 무지개 저 너머에 있는 전혀 닿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냥 40대 아저씨, 아줌마라고 치부했다. 내가 마흔이라면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마치 나는 그 나이가 될 줄 몰랐다는 듯이 말이다. 심지어 20대에도 마흔은 아직 먼 미래라고 여겼다. 서른이 되고 나서야 차츰 마흔에 대해 생각했다. 어렸을 적에 어렴풋이 생각했던 마흔은 어른의 기준점이었던 것 같다. 다 큰 어른, 뭔가 하나쯤은 성공을 이룬 나이가 마흔 일거라 생각했다. 이제 10년 남았는데 그동안 대단한 걸 이뤄야 한다고?

서른 초반에는 갓난아기를 키우느라 나의 미래를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아이가 조금씩 커가고 마흔이 다가오니 그제야 점점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주변 언니들이 마흔에는 몸이 그렇게 아프다던데 미리 운동을 해야지, 했지만 당장 몸이 안 아프니 계속 미루기만 했다. 어떤 언니는 마흔에 그동안 뭐 하고 살았나, 삶이 혼란스럽기 시작했다면서 돈을 벌든 안 벌든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아직 내 바짓가랑이만 붙들고 있는데 무슨 일을 준비하지? 하고는 또 미뤘다. 결국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성실하게 미루다가 마흔을 맞고 말았다. 큰일이다.

마흔이 되어버렸네, 이를 어쩌나. 출처: 픽사베이


어리바리, 아등바등 살다가 정신 차려보니 마흔이 된 것이다. 마흔이 코앞까지 다가오니 갑자기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진지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인생에 대해서는 가끔 걱정하고 찰나에만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지 그동안 사는 대로 살아왔다. 퇴직 전에는 일하느라 바쁘다고, 퇴직 후에는 애 키우느라 바쁘다고 핑곗거리를 잘도 찾아냈다. 그래놓고 마흔이 되면 인생을 통달한 듯 살고 있을 줄 알았다니. 그래서 여전히 헤매고 좌절하고 있다. 불혹(不惑)이라더니 온갖 유혹에 다 흔들리고 피싱을 겨우 피해 갔을 뿐 세상 모든 미끼에 죄다 걸려들고 있다. 마흔이면 다를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는 늘 소소한 행복이 숨어 있었다. 마흔이 되어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행복이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찾으려 노력한다는 것. 대신 보물찾기 같아서 시간이 되기 전에 찾아야 한다. 오늘의 보물 찾기가 끝나면 보물이 사라질지 모른다. 그러다 올해 난 '글쓰기'라는 최대의 보물도 발견했다. 마흔을 앞두고 하늘이 내게 주신 인생 선물이 분명하다. 글을 쓰며 하나도 남김없이 오늘치 보물을 찾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내 마흔의 목표다. 그렇게 매일을 살다 보면 오십은 다르겠지!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하루와 하루 사이를 박음질하듯 이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다정한 매일매일』백수린 산문-




*프롤로그를 연재 하루 전에 발행합니다. 내일부터 저의 마흔 이야기 연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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