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24 절기 중 열 번째 절기이며, 북반구에서는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정오의 태양 높이가 가장 높은 날, 바로 하지이다. 태양의 높이가 가장 높다는 것은 대성당 제대의 천창을 통해 빛이 대성당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20년 하지는 6월 21일 주일이었다. 그날, 빛이 대성당 안으로 가장 깊숙이 들어오는 모습을 촬영했다. 대성당의 방위와 태양고도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시간-오후 12시 25분, 제대위로 쏟아져 내린 빛이 제대양쪽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잠시 날개를 쉬고 있는 천사의 뒷모습 같았다.
마리오보타는 빛을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했다. 그가 설계한 대성당, 어느덧 남양성모성지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두 개의 타워 천창으로부터 들어온 하느님의 선물이 제대위에 아름다운 천사의 날개를 드리운 것이다. 보타는 빛과 그림자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빛은 공짜여서 빛을 활용해 공간을 만들고 형태를 빚어내는 일은 항상 즐겁습니다."
대성당 안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동안 제대벽에 아름다운 천사의 날개를 그리며 지나가는 빛을 보면 그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제대벽면뿐 아니라 오후가 되면 천창을 통해 신자석으로도 빛이 들어온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가지 패턴을 그리며 지나가는 빛의 향연은 대성당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행복이다. 공간을 더욱 빛나게 하는 빛, 보타의 말대로 빛은 공짜이지만 공간은 결코 공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기도와 희생을 빚어 만든 것이다.
빛이 아무리 좋아도 그 빛을 품어줄 공간이 없다면 그 안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우리가 누리는 그 아름다움은 경험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느님의 은총도 공짜이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내어놓을 때 더 아름답게 경험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pp 327 - 329
https://www.youtube.com/shorts/NwO-7XcFOak
https://www.youtube.com/shorts/CgyrI5eSRGI
늦은 4월부터 는 성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설렌다.
천사의 날개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몸을 빠르게 움직인다. 그 기대는 여름 내내 이어지다가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사라진다. 성지의 일 년은 그렇게 반복된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친구 아버님을 모시고 성지에서 미사를 드렸었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천사의 감동은 다르지 않았다. 아버님 주름진 얼굴에 스치는 환희의 순간이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성지는 일 년 내내 아름답다. 어느 한순간도 감동을 빼놓을 수 없지만 이왕이면 하지 근처에 보이는 영광스러운 빛의 신비를 누려보길 권한다.
밤의 성지도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음악회나 성야미사에서 만나는, 경관조명이 어우러진 대성당은 유럽 어느 고성에 있는 느낌이 든다.
따뜻한 조명이 수줍게 비추는 성지의 겨울을 특별히 만나보시라 추천한다.
에필로그
20회에 걸쳐 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의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를 소개했다. 많은 내용이 빠졌지만 누추한 나의 글로 언급하는 것 보다 직접 방문해서 느껴보시길 권한다.
젊은 사제의 한평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남양성모성지.
이 신부님이 강론에서 스스로 찿아오는 전교를 언급한 적이 있다.
남양 성모 성지에는 외국인도 많이 보인다. 어디에서 출발했던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순례자 스스로 위로받게되는 신비로운 체험. 이 가을 당신을 위한 고귀한 선물이 된다.
가을 빛이 곧 겨울로 인도 할 것이다. 쓸쓸한 아름다움이 온 성지에 내리면 나는 고즈넉한 맨발의 십자가 길을 다시 찾을 것이다. 고통 중에 아들을 따라 같이 움직이던 성모님의 시선이 나에게 내리는 순간, 천상의 평화가 나를 위로할지니.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