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만큼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사서 고생하는 방법

by 루체

몇 주 간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강릉에 왔다. 해마다 찾게 되는 이 곳에서 매번 달라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작년에는 독립영화관 '무명' 이라는 곳에서 강릉에서 제작한 단편영화를 관람한 후 '나도 작가다' 라는 공모전에 참가하여 짧은 글을 썼었다. 짧은 고민 끝에 쓴 글이었지만 철저히 나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자 했던 탓인지 가장 나다운 글이었고 즐거운 글쓰기였다. 작년의 기억이 나름대로 행복했었는지 마음이 지쳐있던 나는 또 한번 이렇게 강릉으로 향했다.


경포해변과 같은 몇몇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한적하다고 볼 수 있는 도시는 화려함과 수려함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더군다나 강릉은 문학과 커피로 유명하다.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도시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은 정말 고민이 많았다. 막상 떠나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무언가가 계속 발목을 잡았다. 고민할 당시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는데 막상 강릉에 와보니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이전과는 다른 방법을 통해 불안과 고통을 이겨내고 싶었던 것 같다.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작년의 내 모습이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강릉에 도착하자마 고래책방이라는 서점으로 향했다. 선택한 책은 헤르만 헤세의 '밤의 사색'이라는 에세이였다. '데미안'이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헤르만 헤세의 일기장과 같은 책이었다.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에게 밤의 사색이라는 문구는 내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항상 '밤'인 기분이다. 시뻘건 대낮에도 깊은 마음 속 어딘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잠시 일상 속에서 벗어나 그 어떤 장애물도 없이 나를 들여다볼 수 있다. 서점에 가고 책을 읽는 것은 이를 위한 하이패스와 같았다.


오늘의 나는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던걸까 혹은 그저 단조로운 일상으로부터의 새로움이 필요했던걸까. 전자였다면 어떤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고 싶었던 걸까.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합리화가 필요했던걸까. 나의 주체는 분명 나 자신이지만 좀처럼 그것을 컨트롤하지는 못하는 요즈음이다. 내면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조심히 원인을 파악해보고 어떻게 조치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나이가 들수록 지식은 늘고 가치관도 뚜렷해졌지만, 스스로에 대한 고민에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져만 간다.


아직 남은 밤은 길다. 그래도 여행인데 밥은 좀 잘 챙겨먹자. 배고픈데 저녁은 뭘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