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가 있다

by 재아

누군가의 망가진 모습이 삶을 지탱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내 불안함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되었듯이. 이 역설적인 상황 앞에서 나에게 묻게 된다. 나에게 결핍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결핍은 단순한 부족함이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는 다리가 된다. 내가 경험한 외로움이 누군가의 외로움을 알아차리게 하고, 내가 겪은 좌절이 누군가의 절망에 손을 내밀게 한다.


일본에 킨츠기(금계) 예술이란 게 있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 붙여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깨진 자리가 흠이 아니라 더욱 빛나는 부분이 되는 순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결핍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것이 나를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채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나의 결핍에 의한 행위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면 충분하다. 상처받은 손이 타인을 더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 있듯이.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의 결핍으로 내 삶을 지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작가의 공황과 우울이 써낸 시 한 편이 내게 위안이 되고, 어떤 가수의 지독한 이별의 아픔이 빚은 노래가 내 마음을 달래준다.


아마도 인간은 서로의 부족함으로 서로를 채워주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각자의 빈자리를 가지고 있고, 그 빈자리가 있기에 타인을 필요로 한다. 결핍은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결시킨다. 나의 약함이 누군가의 강함과 만나고, 누군가의 상처가 나의 치유와 어우러진다.


현실과 타협하고 무너지고 깨져도 된다. 무너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때로는 타협하는 것이 지혜롭고,

때로는 깨지는 것이 새로운 시작이다. 무너진다고 해서 끝이 아니며, 깨진다고 해서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닐듯하다.


삶은 내 자아 속에 존재한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세상을 받아들이는 마음,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내 안의 결핍을 원망하던 시선이 고마움으로 바뀔 때, 내 안의 상처를 숨기려던 마음이 나눔으로 열릴 때, 내 안의 불완전함을 부끄러워하던 마음이 받아들임으로 변할 때, 삶도 함께 변한다. 나의 내면이 바뀌면 내가 살아가는 삶도 달라질 것이다.


결국 나의 결핍은 부족함이 아니라 또 다른 도구이다. 그것은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들고, 더 진실하게 만든다.


그러니 나의 부족함을 숨기려 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련다. 대신 그 부족함이 어떻게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지, 어떻게 타인에게 희망이 되는지 고민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나의 어둠이 누군가에게는 길잡이 별이 될 수 있고, 나의 눈물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의 샘이 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 기대고, 부족하지만 서로 나누며, 상처받았지만 서로 치유하며 살아가는 것.

우리는 모두 깨진 그릇들이지만, 그 깨진 틈으로 빛이 새어 나온다. 그 빛이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때론 시 같은 문장으로, 때론 과한 설명으로 글을 적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한 분이라도 잠시 마음이 머물렀다면, 그것만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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