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by 재아

벗 友(우)

벗 우. 서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의 모양을 본뜬 글자. 함께 가는 사람.


친구(親舊)

가깝고 오래된 사이. 마음을 터놓고 사귀는 사람.

난 단 한 번도 벗에 대한 글을 적은 적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무거워지는 단어가 있다. 나에게 친구라는 단어는 그런 단어다. 분명 무엇보다 선명했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던 그 시절, 친구는 그저 옆에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반, 같은 동네, 같은 놀이터.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턴가 정의 내리기 힘든 단어가 되었다. 연락이 뜸해진 사람들, 삶의 방향이 달라진 사람들, 함께했던 시간은 선명한데 지금은 낯선 사람들. 그들은 여전히 친구일까. 아니면 친구였던 사람일까.


사람의 인생에서 친구라는 존재는 늘 함께한다. 친구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소한 우리가 생물학적 인간만 친구로 생각하지 않고 넓은 범주에서 본다면. 책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음악이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고독조차 친구가 된다. 친구는 늘 한 개인의 인생에 붙어있는 무언가일 것이다.


오늘 내가 지금 그토록 다루기 어렵게 느껴지는 이 친구라는 단어를 꺼내면서도 아직 난 모르겠다. 왜 꺼냈는지도. 그리움인가? 상실에 대한 확인인가? 아니면 아직 정의 내리지 못한 관계에 대한 미련인가.


서로 손을 맞잡은 두 사람. 한자 友는 그렇게 단순하게 친구를 설명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손을 놓았을까. 아니, 손을 맞잡고 있다는 게 무엇인지 잊어버린 걸까.


가깝고 오래된 사이. 사전은 친구를 그렇게 정의한다. 그런데 가깝다는 건 무엇이고, 오래되었다는 건 또 무엇일까. 십 년을 알았어도 서먹한 사람이 있고, 일 년을 알았어도 마음 깊은 곳을 나눈 사람이 있다.


아마도 한 번씩 꺼내서 풀다가 안 풀리면 다시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평생의 숙제가 될 듯하다. 친구라는 단어는. 어쩌면 완성되지 않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함께 가는 사람. 그저 그렇게, 불완전한 채로 함께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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