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젖어 있다가 문득 찾아온 공허한 시간에, 잊은 듯하지만 가끔 순간순간 생각나는 그리움이 있다.
그 그리움은 어떨 땐 깃털처럼 가벼워서, 문득 떠오른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그 사람이 좋아하던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그와의 추억이 포근한 담요처럼 마음을 감싸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리움이 돌처럼 무겁다. 가슴 한가운데 눌러붙어서, 숨 쉴 때마다 묵직하게 걸려 끊어버리고 싶은 무게를 느끼게 한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 돌아갈 수 없는 시간, 닿을 수 없는 거리... 그런 그리움은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불편한 무게가 있다.
스쳐간 인연이기에 더 자주 떠오르는 걸지도 모른다. 충분히 알지 못했기에 상상으로 채워지고, 끝나지 않은 문장처럼 계속 마음에 남아서 완성하고 싶어진다. "만약 그때 더 얘기했다면", "만약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가능성이 그리움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이럴 때는 인간의 마음이란 게 지랄 같아서, 머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정상일 수도 있다. 그게 인간적인 게 아닐까.
나에게 잘해준 사람에게 끌리지 않는 나 스스로에게 묘한 배신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머리로는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데" 하면서도,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그건 잘못된 게 아니라, 단지 사랑이 논리나 조건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인간의 감정이 아닐까?
외적 이상형, 내적 이상형, 그리고 실제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 이 세 가지가 한 사람에게 다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잘 겹치지 않는다.
묻어두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어떤 그리움은 실현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아름답게 남는 것들이 있으니까. 비겁한 것이 아니다. 이건 회피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존중하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성숙함일 수 있다.
그리움에 무게가 있다면, 그냥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는 감당하고, 아닐 때는...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 무거운 짐을 계속 들고 갈 필요는 없다. 때로는 마음 길가에 잠시 두었다가, 다시 들 힘이 생겼을 때 들어도 된다. 그 짐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나에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줄 순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감정을 해결해야 한다고 많이들 생각한다. 슬픔은 극복해야 하고, 헛된 그리움은 잊어야 하며, 미련은 정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감정 반려자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것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가끔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이미 끝난 관계에 "만약"을 붙이는 것도... 그 모든 것이 당신을 나약하게만 만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당신을 더 인간답게 만들 수도 있다.
사랑했던 기억은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색이 바래고, 그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질 뿐일 것이다.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가슴이 먹먹하지 않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면, 그때가 바로 당신이 그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게 된 순간이 아닐까.
그러니 지금 무거운 그리움을 안고 있다면,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억지로 떨쳐내려 하지도 말자. 그저 인정하자.
인정은 치유의 시작이다.
어쩌면 그 그리움은 평생 내 곁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꺼내보는 오래된 일기장처럼. 그것도 괜찮다. 완전히 잊는 것만이 답은 아니니까.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 무게를 느끼면서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그것도 나름 멋스러운 삶 아니겠는가.
때론 시 같은 문장으로, 때론 과한 설명으로 글을 적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한 분이라도 잠시 마음이 머물렀다면, 그것만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