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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에 경의를...

by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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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 아니 살아내어 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닙니다. 지루한 일상을 하루하루 매 순간 버텨낸다는 것은 많은 인내를 요합니다. 매일 신나는 일과 재미있는 일로 가득하기를 원하지만 그런 일은 언제나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릴 적 엄마가 재미없는 집안일을 빠짐없이 하는 것을 봤습니다.


'어른의 삶은 참 지루하구나! 나는 저렇게 안 살아야지'


이렇게 생각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인생도 엄마와 마찬가지로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지 못한다면 삶은 더 무료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의 내가 미세하지만 오늘과 다릅니다. 세상은 아주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것을 관찰하고 발견한다면 삶의 재미가 더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개미들이 지나가는 것을 봐도 다양한 개미들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참을 보면 인간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자주 지나치는 길거리의 모습도 달라져 있습니다. 보도블록이 바뀌고 간판이 변경되어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옷차림이 변합니다. 겨울 옷, 여름옷, 봄, 가을 옷 분위기가 매번 변합니다.


각자 개인도 변합니다. 헤어스타일이 변하고 기분에 따라 사람 표정이 변합니다. 가만히 보면 같은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는 그것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심심하다고 떼를 쓰고 자극적이고 변화무쌍한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가끔 찍었던 저의 사진을 보곤 합니다. 볼과 한 달 전인데도 달라 보입니다. 일 년 전, 삼 년 전, 오 년 전, 십 년 전 그때의 저를 바라봅니다. 사진을 보면 그때가 그 순간이 뚜렷이 떠 오릅니다.


‘아 내가 저 때 그랬구나!’

‘내가 저런 표정을 지었나?’


사뭇 다른 저의 모습에 제가 어색해집니다. 사진 속의 저는 웃고 있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 때 좋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속으로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아무도 몰라도 저는 기억합니다. 그 시절을 무사히 지나왔음에 감사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미세하게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나를 바라보면서 세월의 흐름도 느낍니다.


‘왜 저런 옷을 즐겨 입었지?’


그때는 예쁘다고 입고 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저는 흑역사가 있는 사진도 삭제하지 않고 모아둡니다. 그것도 저의 일부이니까요.


어렸던 제가 자라나면서 시간이 흘러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런 시절을 거쳤을 것입니다. 혼자 돈을 벌고 독립해서 살아가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직 자라지 않는 제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아무도 없는 저 혼자만의 시간에 나타납니다.


‘오늘 힘들었지?’

‘아까 놀랬지?’


애써 감정을 꾹꾹 눌렀던 저를 진정시켜 주고 위로도 해 줍니다. 밖에서 쓴 가면을 벗어던지고 편안하게 저를 마주하게 됩니다.


‘수고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


살면 살수록 삶은 참 만만치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점점 늘어납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 점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릴 때는 조잘조잘 친구들과 힘든 하루 일과를 공유했지만 이제는 저의 감정은 저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같은 처지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은 점점 없어지고 친구를 만나도 겉도는 기분입니다.


‘내가 여기 왜 나왔지?’


친구들과 수다가 예전보다 즐겁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있어도 이 세상에 나만 혼자가 된 듯한 기분에 쓸쓸하고 비참한 기분도 들기도 합니다. 친구의 대화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고 흥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전보다 아주 강해진 것 같기도 하고 더 약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짠함과 동시에 애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살아낸다고 고생이 많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가끔 사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나 자신이 대견하다가도 또한 슬프기로 합니다. 삶은 치열하기에 이런 감성은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너나 걱정해!’


저 하나도 건사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아직도 전 세상을 잘 모르겠고 겨우 겨우 허둥지둥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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