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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l 19. 2024

우리들의 친정

 우리  형제는 칠 남매다.  내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다. 아래로는 여동생 둘과 남동생 그리고 막내 여동생이 있다.

형제들은 각자의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달라 모이기만 하면 부딪힌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각자도생의 삶을 살고 있다.
 가운데 세 자매만  만나서 수다도 떨고 여행도 자주 다닌다.  

세 자매에겐 각자의 컨셉이 있다. 나는 깐깐한 시어머니다. 타고난 임기응변에 순발력 좋은 가운데 동생은 말리는 시누이다. 놀려 먹기 좋은 막내는 구박받는 며느리의 컨셉이다.

 그런 동생들이 2박 3일 예치골에서 휴가를 보냈다. 신나게 먹고 마시고 떠들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나는 그동안 모아 두었던 계란과 가지, 오이, 호박. 앙파 등등을 가져가라고 꺼내 놓았다.
제부들은 꺼내 놓은 물건들을 사이좋게 나누어 각자의 차에 싣고 있다.
그러는 동안 세 자매는 밭에 쪼그리고 앉아 부추를 자르고 대파를 다듬어 박스에 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장난스레  소리를 질렀다.
"여기가 친정이야?"
나는 남편의 말이 내게 도착하기도 전에 단숨에 받아쳤다.
"그럼! 얘네들한테는 내가  친정이지 얘네가 친정이 어디 있어?"
 "알았어. 소리 질러서 미안해. 다 가져가."
남편의 빠른 사과에 세 자매는 배를 잡고 웃었다.
웃음을 그친 나는 파를 다듬으며 동생들에게 당부했다.
"그래, 부모님도 안 계신데 우리가 친정이 어딨니?
서로에게 친정이 되어 주자."

각자가 가져갈 짐을 챙겨서 떠나려니
 그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운 우리는 나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장소를 고민하던 구박 받는 며느리 동생이 금산군에 있는 적벽강 근처에 맛있는 민물매운탕 집이 있다고 했다.
세 자매는 각자의 차를 타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빗길을 뚫고 두 시간 만에 식당에 도착했다.
 매운탕을 주문하고 도리뱅뱅과 어죽을 주문했다. 매운탕 외에는 처음 먹어 보는 음식들이지만 거부감 없이 먹을만했다.
 자매들은 술이 왜 이리 다냐, 부어라 마셔라.  낮술을 즐겼다.
소주병이 하나 둘 비워지기 시작할 즈음, 셋 중에 술이 제일 약한 셋째의 혀가 꼬이기 시작했다.
"언니! 아까  친정이라고 말해 줘서 고마워.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나더라. 엄마 돌아가신 후 늘 허전했는데 이제 든든한 친정이 다시 생긴 거잖아. 언니가 중심이 되어 주니 우리가 이렇게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늘 고마워. 내가 언니 사랑하는 거 알지?"

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 동생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 
  그런 동생의 쌩뚱맞은 고백이 어색한 나는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 이년아! 술이나 마셔!"
말리는 시누이의 컨셉인 가운데 동생이 거들었다.
"그래!  이년아! 술이나 마셔!"
세 자매는 술잔을 부딪히며 서로의  든든한 친정이 되어 주자며  건배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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